[하이틴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이효섭 청주IT과학고등학교 취업부장교사는 2017년부터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 컨설팅 위원으로 활동하고 현장실습 중앙 컨설팅단에 참여하는 등 직업계고 교육 발전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그가 몸 담은 청주IT과학고의 입학생 평균 중학교 내신성적은 90% 수준으로 다른 학교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교사들이 합심해 학생들의 숨은 역량을 개발하고 자신감을 불어넣은 결과 최근에는 은행권과 공기업 등 우수 취업 사례도 배출하는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 교사는 충청북도의 13개 상업계고 취업부 교사들이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모임을 결성해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1618] 이효섭 청주IT과학고 취업교사 “학교 정보 공유하고 협력해야”

△사진=김기남 기자

이효섭 교사 (49)

2000~2001년 여주정보산업고(현 여주제일고)

2002년~현재 청주IT과학고

2015년~현재 취업지원부

2016년~현재 취업지원부장

2017년~현재 현장실습 중앙 컨설팅단

2019년 직업계고 현장실습 표창장 교육부장관상

2017~2019년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 진로&취업 컨설팅 위원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주IT과학고 취업지원부장 이효섭입니다. 2002년도에 처음 들어온 이 학교에서 어느덧 20년 세월을 보냈습니다. 2015년부터 취업지원부에서 학생들의 취업 지도를 맡고 있습니다.

청주IT과학고는 어떤 학교인가요.

1993년 현도상업고라는 교명으로 개교한 상업계 사립고입니다. 2000년부터 현도정보고로 이름을 바꿔 20년 세월을 보내고 올해 청주IT과학고로 새로운 출발을 했습니다. 2020년 신입생 기준으로 사무행정과 4학급 판매관리과 2학급 소프트웨어 2학급이 있으며 2021학년도부터는 디자인이나 AI(인공지능) 관련한 학과개편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취업 지도와 관련해 청주IT과학고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현도정보고는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지는 않지만 입학 성적을 살펴보면 중학교 내신 성적 평균 90~100%정도로 낮은 편입니다. 취업 지도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학생들이 3년 동안 꾸준히 역량을 발전시켜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청주IT과학고의 취업률이 궁금합니다.

2011~2012년도 취업률은 70~80%정도였고 2013~2015년도까지도 50%는 넘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도에 20%대로 급격히 하락했죠. 2019년도에는 진학자를 빼고 계산하는 것으로 취업률 산정 방식이 바뀌면서 40%대를 기록했습니다.


우수 취업 사례를 소개한다면요.

다른 상업계고 학교처럼 공무원이나 은행권을 매년 여러 명 보내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모든 선생님들이 꾸준히 학생들을 독려하고 지도한 결과 최근에는 일 년에 한두 명씩 다른 학교 부럽지 않은 우수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2015년 졸업생은 현재 다음카카오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고 2016년 KB국민은행, 2017년 한국가스안전공사, 2018년 우리은행에 각각 합격자를 배출했습니다.

학생들의 주요 희망 직종이나 직업은 뭔가요.

저희 학교 학생들은 오퍼레이터(생산직)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에 충주산업단지가 있고 대기업도 많죠. 하지만 오퍼레이터에 전문대 졸업자 이상 학력들이 모두 지원하니 특성화고 졸업자들이 갈 곳이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똑같은 임금이라면 전문대 졸업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취업 지도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오퍼레이터는 서비스직과 같은 최저임금을 받기 때문에 학생들이 ‘차라리 아르바이트나 서빙하는 게더 낫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생산직은 시간외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을 받기 때문에 받는 돈은 서비스 직에 비해 조금 높지만 힘이 드니까요.

전공에 관계없이 서비스직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지도하시나요.

물론 서비스직도 하나의 일자리지만 ‘일회용 일자리가 아닌 장기적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10년이 지난 후를 상상해봤을 때 더욱 안정적인 미래를 볼 수 있는 생산직을 권하는 것이죠.

청주IT과학고만의 기업 발굴 노하우가 있나요.

쉽지 않을 것을 알더라도 일단 도전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저희 학교 학생들이 다른 특성화고에 비해 우수한 학생들은 아니니까요. 학생 들이 희망하는 곳이 있다면 일단 지원하라고 합니다. 회사에도 채용에 대해 부담 갖지 마시라고 설득 합니다. 학생과 기업 모두 복교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거죠.

기업 발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뭡니까.

특성화고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있지만 지역 내 특성화고 사이에서도 고정관념이 존재합니다. 저희는 두 가지 편견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중소기업에서 특성화고 졸업자를 뽑을 때도 자기 학교 후배를 뽑는 경우가 많죠. 학교의 전통은 하위권 학교에서는 오히려 넘어야할 벽이 됩니다.


[1618] 이효섭 청주IT과학고 취업교사 “학교 정보 공유하고 협력해야”

△사진=김기남 기자



기업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취업지원부에서 어떤 노력을 하나요.

매년 연말이면 학생들이 취업한 업체에 연하장을 보냅니다. 우리 학생을 채용해줘서 감사하다는 의미지 요. 또한 과자 등 간식거리를 사서 택배로 회사에 보냅니다. 학생들의 상사들이 볼 때 ‘이 학생이 인정을 받았으니 학교에서 이렇게 신경 쓰는구나’라는 인식을 가지게 됩니다.

하위권 특성화고의 다른 고충이 있다면요.

특성화고 중에서도 하위권 학교의 경우에는 철저히 소외된 느낌을 받습니다. 특수목적고에는 많은 관심이 있어도 특성화고에서는 어려움을 토로해도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요. 특히 성적이 낮은 특성화고에는 더욱 관심이 없습니다. ‘특성화고는 누군가 죽기 전에는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곤 합니다.

취업부 업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업무적으로는 힘든 일 없습니다. 마땅히 해야할 일이니까요. 다만 학생들에게 예전과 똑같이 다가가도 받아들이지 않는 학생들이 많습니 다. ‘선생님이 나한테 뭘 해주겠는가’하는 불신과 열패감이 확산하는걸 느끼기에 많이 안타깝죠.

나날이 어려워지는 특성화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충청북도에 상업계 특성화고가 열세 곳 있습니다. 예전부터 경쟁이 치열해서 발굴한 기업이나 취업 정보를 절대 서로 알려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작년부터 제가 ‘우리끼리 경쟁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각 학교 취업부 교사들의 모임을 결성했죠. 카카오톡이나 밴드 등을 통해서 서로 취업처를 공유하고 취업 캠프 노하우도 공개합니다.

지역 내 특성화고 취업부 교사 모임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었나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성공적입니다. 취업부 선생님들이 취업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니 업무 효율도 높아졌죠. 기업 입장에서도 한 곳에만 채용공고를 보내면 다른 학교에도 자연스럽게 공유되니 편해졌죠. 무엇보다도 특성화고의 위기라는 인식 속에 합심하면서 열정적으로 취업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취업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 요구하고 싶은 점은요.

학교별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대한 수준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과학고나 외고가 성적 상위권 학생들을 포용하는 것처럼 특성화고 학생들 중에서도 하위권 학생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학생들에게 진로 지도를 하면서 꿈을 선택할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중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찾으라고 당부합니다. 또한 인간성이 좋아야 성공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전국 특성화고 취업부 교사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특성화고끼리 경쟁할 때가 아닙니다. 그 열정으로 경쟁 대신 합심해서 특성화고의 인기를 높여야 합니다. 특성화고 취업률이 높아지고 소문이 나면 자연스럽게 신입생들도 모일 것이라 믿습니다.

취업률 높이는 청주IT과학고 취업 프로그램

중소기업맞춤반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의 일환으로 취업 캠프를 진행하고 졸업생들을 초빙해 대강당과 각반에서 특강을 실시한다. 인성교육을 위해 경찰관도 초빙하는 등 취업 역량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이 동원된다.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내대회. 프로그 래밍과 코딩, PPT(프리젠테이션), 디자인 등의 영역을 겨뤄 우수한 실적을 낸 학생에게 시상하며 취업 역량을 끌어 올린다.


인사습관 기르기

취업 및 사회생활의 기본이 되는 인사 습관을 기르기 위한 청주IT과학고만의 프로그램. 간단한 간식 등을 준비해서 인사를 잘 하는 학생들에게 증정한다. 인사를 생활화해서 취업에 유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실시된다.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