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생 21만명 시대' 실패없는 해외 대학원 준비 방법은?



[한경 잡앤조이=김지민 기자/나채영 대학생 기자] 해외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해마다 3만 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해외 대학원을 꿈꾼다. 교육부의 2019년 국외 고등교육기관 한국인 유학생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한국인 유학생은 21만 명으로, 그 중 대학원생은 16%인 3만 5000명으로 집계된다. 이는 작년 2만 9000명보다 20% 늘어난 수준이다. 해외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가는 방법과 이후 생활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해외 유학생 21만명 시대' 실패없는 해외 대학원 준비 방법은?

△지역별 유학생 수는 북미, 아시아, 유럽 순으로 북미 유학생 비율이 33.3%로 가장 높았다. (사진 출처=교육부 홈페이지)


국내 학사, 석사를 졸업한 이재천(중국과학원 지리자원연구소) 씨, 이강산(애리조나주립대) 씨, 조명식(미시간주립대) 씨, 최문기(유타대) 씨는 모두 해외 대학원에서 현재 박사과정으로 공부 중이다. 이들을 만나 어떻게 하면 해외 대학원 준비를 잘할 수 있는지, 또 해외 대학원 생활과 앞으로의 진로 등에 대해서 들어봤다.


해외 대학원, 결심했다면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해외 유학생 21만명 시대' 실패없는 해외 대학원 준비 방법은?

△왼쪽부터 조명식, 최문기 씨 (사진=나채영 대학생 기자)



해외 대학원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강산 2년 여간 지형자료관리병으로 군 복무를 했던 것이 대학원 진학을 위한 큰 결심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 2016년 Esri User Conference에 한국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을 방문했던 것이 미국을 선택한 계기가 됐다.


조명식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해외에 계신 선배들의 조언, 장학금, 그리고 포괄적인 연구에 대한 기대가 해외 대학원 박사과정 지원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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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산(애리조나 주립대학 박사과정). (사진 제공=이강산 씨)



해외 유학 준비 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재천 교수님과의 연락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도교수로 선택하고자 하는 분과 연구분야가 서로 잘 맞고, 이 분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만큼 합격에서의 청신호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교수님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혹시 그분이 학교 내에서 중책을 맡은 중진 교수님이라면 입학 심사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교수님과의 좋은 관계와 연락은 중요하다. 혹시 중국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시기를 잘 활용하시고, 만약 한국에 계속 계신다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중국에 한번 다녀오시는 것을 권한다.


최문기 SOP(State of Purpose)·학업계획서가 가장 중요하다. 논문도 중요한데, 논문은 있으면 플러스, 없다고 해도 그렇게 평가가 낮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 일단 석사 중에는 그럴듯한 저널에 논문을 내는 걸 기대하지는 않는다. 반면 SOP는 자신이 무엇을 해왔고 어떤 걸 할건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서술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한 교수님이 마음에 들면 CV나 자격증, 영어 점수가 그리 좋지 않다고 해도 뽑힐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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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님과의 연락. (사진=나채영 대학생 기자)


해외대학원 생활과 졸업 후 진로, 한국과 많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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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다섯 번째) 이재천 씨. 이 씨는 중국에서 중국과학원 지리자원연구소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사진 제공=이재천 씨)



한국과 대학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재천 한국과 중국 대학생활의 차이점은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차이인 것 같다. 한국에서의 대학(연구실) 생활은 집단을 중시한다. 대체로 같이 식사하고, 같이 일하고,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한다. 연구실 소속의 누군가가 며칠간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다들 신경 쓰게 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개인이 중시된다. 우리가 경험한 중국은 대단한 집단주의의 국가이지만, 일반적인 생활에서는 상상 이상으로 개인주의 양식을 따르고 있다. 연구실에 나가지 않더라도 업무에 지장을 주지만 않는다면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대신 자유가 주어지는 만큼 시간 활용을 방만하게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조명식 한국의 경우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미국은 교수님들과의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제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한 규모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들 수 있겠다.


학비는 어떻게 해결했나

이강산 TA(수업조교)와 RA(연구조교), 그리고 외부 장학금 등을 통해서 학비 및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다. TA 및 RA 자격이 된다면, 대부분의 학교 대학원생 노조에서 대학원생에 대한 최소한의 보험과 학비, 생활비 등을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있는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다.


최문기 장학금에 지원했다. 교수에게 메일을 보낼 때 RA나 TA 자리가 있느냐, 장학금이 있느냐를 물어보았다. 한국과 달리 미국이나 여러 외국은 그런 점을 물어보는데 전혀 여의치 않아도 된다. 비싸다는 걸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진로는

이강산 현재는 외부 연구기관 또는 학교에서 Post-doc이라고 불리는 연구원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최종적인 목표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이다.


이재천 박사과정을 마친다고 해서 진로가 확실하게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박사라는 특수한 자격증을 가졌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적인 취업의 문은 더 좁아졌고, 내가 연구한 전문분야와 그 관련 분야가 아니면 직업을 가지기 힘들어졌다. 다만, 중국에서 박사를 마쳤기 때문에 중국에서 직장을 잡을 가능성이 국내를 포함해 다른 나라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한 사람들에 비해서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또 국내에 있는 기관이나 학교에서 중국 관련 분야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경우에는 국내로 돌아가서 직장을 가질 수도 있다. 아직 박사학위를 마치지는 않았지만, 중국 내 잔류, 한국으로의 귀환, 일본 등 제3국으로의 이동 등 최대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



해외 유학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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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천(중국과학원 지리자원연구소 박사과정) 씨. (사진 제공=이재천 씨)


학부를 마치고 곧장 대학원 유학을 가도 괜찮을까

이재천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한국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유학을 가는 것을 추천한다. 모국어로 공부하고, 논문을 쓰기에도 매우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외국어로 수업을 듣고, 공부해서 논문을 쓰는 것은 외국어 자체에 묻혀 자칫 석사과정에서 익혀야 할 이론, 방법론, 논문 쓰기에 대한 기본기를 다지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명식 나 또한 석사 이후 유학을 가는 것을 추천한다. 학부만 마치고 온 경우에는 대학원 선배들과 연결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석사에 비해 뚜렷한 연구 성과가 없어 장학금을 받기에 어려울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대학원을 택하는 학부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에게 유학의 길에 대해 조언해줄 말이 있다면

이재천 단순히 취업을 좀 더 잘하기 위해 유학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유학은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생활에 적응하고 정착해 공부까지 잘 해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여전한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공부를 계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타 국가에서 적응하고 살 용기가 필요하다. 이렇게 타 국가와 국민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해외유학을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신을 비하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유학을 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박사까지 마치면 나이가 최소 30대 초·중반은 된다. 그 사이에 주변의 선배, 친구, 후배들이 취업해서 돈을 벌고 결혼도 하고 생활의 안정을 찾아가는 걸 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계속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학생으로 타지에서 지내고 있으므로, 자칫 자기 비하나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마음을 이겨낼 수 있다면 유학을 추천하고 싶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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