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크로키닷컴이 올 8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파르나스타워’에 입주했다. 근처의 공유오피스를 사용하던 크로키닷컴은 최근 직원 수가 약 200명으로 늘면서 이곳 단독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 입주한 본사 곳곳은 크로키닷컴을 상징하는 것들로 가득했다. 16일, 본사에 들어가자마자 처음 맞은 건 대형 모니터였다. 이곳에서 현재 지그재그의 광고모델인 배우 한예슬 씨가 출연하는 TV광고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회사 곳곳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색인 분홍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정아름 크로키닷컴 홍보팀 매니저는 “새로운 사무실에 회사 색채가 잘 담겨있어 애사심도 더욱 생기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크로키닷컴은 2015년부터 국내 여성 패션 쇼핑몰을 한데 모은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 중이다. 현재 지그재그에 입점한 쇼핑몰은 약 4000개다. 2016년 2000억 원을 시작으로 거래액이 매년 증가해 올 6월 누적 2조 원을 넘어섰다.

안성현(21) 씨는 작년 7월 크로키닷컴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안씨는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뒤 6개월의 인턴을 거쳐 올 1월 말, 정식 직원이 됐다. 인턴 채용에 학력의 제한이 없었으며, 안씨는 다른 대졸 지원자와의 경쟁에서 최종 선발됐다.

게다가 안씨는 정규직 전환 전, 이미 사내에선 ‘슈퍼 인턴’으로 불리고 있었다. 인턴 안씨에게는 6개월이라는 계약기간 조건이 있었지만 관리자들은 “앞당겨서 정규직으로 전환하자”고 재촉했다. 빠릿빠릿하고 야무진 그의 업무처리 능력 덕분이었다.
[신입보다 인턴] 야무진 ‘슈퍼인턴’에게 쏟아진 호평 “빨리 정규직으로 전환해줍시다” 안성현 지그재그 신입 개발자
안성현
2000년 9월생
2019년 7월 크로키닷컴 인턴 입사
2020년 1월 크로키닷컴 정규직 전환
코어엔지니어링 그룹 코어시스템팀 / 셀러사이드 서버 개발 등 담당

‘개발자’라는 꿈을 키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종이접기나 컴퓨터처럼 손으로 뭔가 하는 걸 좋아했다. 인터넷 검색이나 책을 보면서 독학으로 HTML을 공부해 웹사이트도 즐겨 만들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엔 개발에 대해 배우면서 스스로 문제를 풀고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게 재미있었다. 학교에서 웹사이트를 프론트엔드부터 서버까지 직접 만들면서 더 흥미를 갖게됐다.”

크로키닷컴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평소에 즐겨 사용하는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그게 지그재그였다. 마침 크로키닷컴 개발자 인턴 채용공고가 떴고 크로키닷컴 블로그에서 개발자 소개글을 보면서 관심이 더 갔다. 원래 사용하던 프로그래밍 언어나 개발툴같은 기술 스택을 사용하는데다 코드리뷰를 한다는 개발팀 문화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코드리뷰를 하면 작업결과물을 피드백 받을 수 있고 앞으로 더 좋은 코드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개발자로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크로키닷컴 입사지원서는 어떻게 작성했나
“이전 활동 내역을 위주로 썼다. 이전에 6개월 간 회사에서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일을 했는데 학교에서나 이전 직장에서 혼자 프로젝트를 하면서 모르는 걸 스스로 찾아보면서 해결하는 능력이 길러졌고 실무에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크로키닷컴 입사지원서는 정해진 양식이 없어서 개발 분야와 지그재그에 대한 관심을 자문자답하는 방식으로 실었다.”

서류합격 이후의 전형은 어떻게 준비했나
“다음 단계는 코딩테스트였다. 서류 합격 후, 메일로 과제가 여러 개 왔고 이중 두 개를 골라 코드를 짜서 제출하는 형태였다. 면접 때는 이전 직장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했고 어떤 기능을 구현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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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합격팁
실무에 가까운 개인프로젝트를 많이 해본 게 도움이 됐다. 평소에도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깃허브’라는 코드 저장소에 올려놨고 입사지원서에 이 게시글 링크를 첨부했다. 학생 때 자리바꾸기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보이는 UI가 많아서 선생님들께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인턴 입사 후엔 어떤 일을 했나
“지그재그에 입점한 쇼핑몰의 개발 관련 CS를 처리했다. 현재 지그재그에는 4000개 쇼핑몰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이외에는 앱 개발업무도 병행했다. 앱의 ‘자주묻는질문’ URL도 직접 바꿨다.”

사회초년생인 인턴으로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심리적인 압박이 컸다. 사용자로부터 직접 들어오는 CS니까 빨리 처리해야한다는 부담이 늘 있었다. 대신 그만큼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정규직 전환 과정이 궁금하다
“6개월 인턴 후 정규직 전환 면접을 봤다. 그때 대표님을 포함한 면접관들이 인턴기간 소회를 주로 물어보셨다. 면접 전, 나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를 모은 자료를 받았는데 여기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이 있었고 면접 때 이 점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걸 배우면 잘 습득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업무습득능력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정규직 전환을 가능케 했던 나만의 무기가 있다면
“인턴 때는 할당된 업무를 기간 안에 마무리하는 걸 최우선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마감에 맞춰 끝내는 게 전부가 아니라 마감 기한에는 점검하는 시간까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시간 절약을 위해 기존 서비스가 어떤 구조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최대한 많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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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업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이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개발자의 성장을 위해 다른 일을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키닷컴에는 반기마다 360리뷰제도라고 팀 리더와 구성원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이때 팀 리더에게 솔직히 이야기했다. 그 후 검색팀으로 이동하게 됐다. 구성원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가 있다는 게 좋았다. 검색팀에서는 지그재그 앱의 검색 결과나 성능을 높이는 일을 하고 있다.”

[크로키닷컴의 복지제도]

시차 출퇴근
시차출퇴근제를 운영해 협업을 위한 공통 근무시간(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지키면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다.

휴가
전일제, 시간제 휴가제도를 운영해 2시간 단위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으며, 휴가 신청은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이뤄진다. 3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는 일주일간의 근속 감사 휴가와 휴가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외 연차 차감 없는 ‘생일 반차휴가’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주거 안정 지원
전세, 월세 보증금 대출에 대한 이자 혹은 주택담보 대출에 대한 이자를 대출금 1억원 한도 내에서 실비로 지원한다. 월 25만원 내에서 월세도 지원한다.

식비 지원
점심과 저녁 식비를 지원한다. 사무실 내 스낵바에서는 음료와 커피, 간식 등을 무제한 제공한다.

직무능력 개발 지원
업무 관련 도서나 콘텐츠를 읽을 수 있도록 도서 대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콘텐츠 구입비를 지원한다. 직무 관련 컨퍼런스와 외부 교육 참여시 전액을 회사에서 부담하고 있다.

기타
직원의 건강한 생활을 위한 종합 건강검진을 지원한다. 책상 높낮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스탠딩 데스크를 전 직원이 이용하고 있으며,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또는 스톡옵션 부여 기회도 제공한다. 이외 회식이 있는 날은 오후 5시30분에 퇴근해 9시 전에 끝나는 문화도 있다.

입사 후 실제 겪은 ‘스타트업’은 어떤가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하고 싶은 일을 쉽게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에 지원했다. 입사해보니 생각한 그대로였다. 해보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이야기하면 실제로 반영이 된다. 현재 맡고 있는 추천검색 카테고리의 언어를 바꿔보자고 제안했는데, 검토 후 바로 받아들여졌다. 휴가를 팀장 승인없이 메신저에 신청만 하면 사용 가능하다는 점도 좋다.”

스타트업 개발자를 꿈꾸는 구직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고 학교 동아리가 될 수도 있다. 협업도 중요하다. 회사에서는 협업할 일이 많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요즘도 주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은 동료들을 관찰하면서 조금씩 습관을 바꾸고 있다.”

tuxi0123@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