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활을 실천하는 주인공 ‘정바름’은 공부, 일상, 연애까지 매일매일 세세한 계획을 설정하고 성취감을 즐기는 계획형 인물이다. 검색창에 정바름을 치면 ‘정바름 컨셉’, ‘정바름 플래너’ 등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웹툰 속 주인공처럼 ‘계획주의자’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바야흐로 스스로 지키고 싶은 ‘루틴’을 만들고, 공유하는 시대다.
이런 느슨한 습관 만들기는 자기 합리화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목표나 규칙에 얽매여 고통받는 것보다, 잠깐 합리화하고 쉬어 가더라도 계속해나갈 힘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 속 사소하더라도 작고 귀여운 습관들이 모이면 결국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상력'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일상력을 통해 자신의 일상만큼은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안정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 #루틴 인스타그램 검색 결과 화면, 인스타그램 제공
‘루틴’은 원래 운동선수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하는 습관적 행동을 부르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매일 반복하는 특정한 행동’의 의미로 쓰인다. 조금 더 나은 일상을 위한 나만의 규칙이자 자기계발, 자기 성취 트렌드의 일환인 것이다. MZ세대에게 루틴이나 자기계발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침 운동하기, 하루 30분 책 읽기, 영어 회화 공부하기 등 작고 소소한 습관을 좀 더 느슨하고 즐겁게 만들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루틴 해시태그는 5만 건에 달한다. 소소한 것도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일상을 정돈한다. MZ세대는 왜 루틴 지키기를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여기고 이를 공유하는 것일까. △ 네이버 웹툰 ‘바른 연애 길잡이’ 주인공 정바름 플래너. 사진=tumblbug 제공
루틴을 만들어 지키는 것은 흐트러진 일상을 정돈하는 데 효과적이다. 사소하더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면 자투리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공유하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더욱 노력하게 만든다. 특히 성취 후 SNS에 게시하는 인증샷은 다른 이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꾸준히 노력을 이어나가는 계기가 된다.
또 SNS의 특성상 기록된 게시물은 다시 다른 이의 자극제가 된다. 사람들의 기록을 보면서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 도전장벽을 낮춰준다. 코로나19로 우울감과 사회적 단절감을 호소하는 이들에게는 사회와 건강하게 소통하는 길을 열어주는 효과도 있다. △ ‘미라클 모닝’ 앱 운동 루틴. 사진=김혜선 제공
대학생 A 씨는 (24세, 서울여대) “같은 루틴을 설정한 사람들끼리 소소하게 경쟁하는 것이 자극이 되고 재밌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대학생 B씨는 (22세, 협성대) “여유 있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유용하고 알차게 사용하게 되어 좋은 성취감이 들고, 그만큼 긍정적으로 계획주의자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C씨는 (23세, 서울예대) “요즘 같은 방학에 일찍 일어나기 힘든데 기상 시간을 당길 방법을 찾다가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챌린저스’ 앱을 통해서 혼자 하면 작심삼일 포기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벌금을 내거나 강제성이 생겨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실천 중이다. 다른 사람의 인증샷이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 ‘챌린저스’ 앱 캡처 화면. 사진=이상준 제공
루틴을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 MZ세대의 자기계발 수단이자 취미가 되고 있다. ‘챌린저스’, ‘마이 루틴’ 등의 생산성 앱이나 SNS를 활용해 디지털 네이티브(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다운 방식으로 소통하고 공유한다. 뜬구름 잡는 목표로 성공을 이뤄내는 시대는 지났다. 내가 당장 해낼 수 있는 일을 계획하고 해내 성취감을 얻는 것이 요즘 세대들이 좋아하는 소통 방법이다.
여러분의 루틴은 무엇인가. 2021년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감)’이 아닌 ‘소확성(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으로 일상을 채워 보면 어떨까. 새해를 맞아 루틴을 새롭게 세워보고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 ‘마이루틴’ 앱 캡쳐 화면. 사진=이규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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