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 / 김민영 대학생 기자] ‘강의 수강 중 강의창이 갑자기 닫혔다’‘강의 수강 진행표가 초기화 됐다’‘과제 제출 마감시간에 서버가 마비돼 지각 제출을 하게 됐다’‘서술형 답안지가 날아가 답안 작성 시간이 부족했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이래로 2020년 3월부터 전국 193개 대학 중 대부분이 비대면 강의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줌, 구글미트와 같은 실시간 강의 프로그램과 더불어 e-class system, e-campus 등 시스템을 통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례 없는 방식 탓에 학생과 학교 모두 수업, 과제, 시험 등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나는 오류로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는 대비책으로 주기적으로 시스템을 점검하고, 서버를 확충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노력이 2021년에는 빛을 볼 수 있을까.

올 1월, 전국 7개의 대학 전체 140명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더 구체적인 학생들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었다. 특히 강의 수강, 시험 응시, 강의제출 등 크게 세 부분에서 오류로 인한 학생들의 불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오류의 원인으로는 서버 마비와 시스템 자체상의 문제를 꼽았다.
오류로 신음했던 대학 비대면 수업, 2021년에는 나아질까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생각하고 있는 시스템의 자체적인 오류는 학생들 개인 PC의 오류라 답했다. 예를 들어, 수강했던 강의 기록이 초기화되거나 시험 응시 중 답변이 삭제되는 경우는 개인 PC 자체의 오류라는 설명이다.

서버문제에 관련해서는 스토리지 확장 과정에서 확장 속도가 더디면 서버마비와 같은 오류가 발생한다고 답했다. 스토리지란 하드디스크와 비슷한 개념으로 용량을 계속 확장해서 사용해야 하고, 학교별로 사용하는 서버 프로그램이 다를 수 있다. 특히 동시 접속자가 많은 시험 기간을 앞두고 증설 작업이 진행된다. 실제로 해당 대학은 2020년 2학기 기말고사 기간 스토리지 확장 속도가 늦어져 서버마비로 시험 응시가 불가했고, 결국 재 시간에 시험을 치루지 못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관계자의 답변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개선이 가능한 부분은 ‘서버 확충’ 문제다. 이에 대해선 교육부에서도 재정적인 지원에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 2020년 7월에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 사업 기본계획’ 발표했고, 10월에 237개 학교에 지원금을 지급했다. 교육부는 대학이 제출할 지원금 사업계획서에 △특별장학금 등 지급 실적 및 재원 조달 내역 △방역 및 강의 질 제고가 담긴 사업비 집행계획안 △2학기 온라인 강의 운영ㆍ지원 및 질 관리 계획 등의 내용을 제시하며 온라인 강의 질 제고에도 주안점을 두는 목표를 게시했다.
오류로 신음했던 대학 비대면 수업, 2021년에는 나아질까
다만 설문조사 중 1학기와 2학기 온라인 수업 환경 비교에 관한 문항에서 1학기와 2학기가 비슷하다는 의견이 58.5%로 집계됐음을 감안한다면, 아직까지 많은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 환경 향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교육부의 지원은 2021년 비대면 수업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기대를 안겨준다. 정보전산팀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2021년 학기가 시작하기 전 스토리지를 신규 서버를 통해 보강하고, 온라인 수업 시스템인 e-class도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라 밝히며 2021년 향상될 온라인 수업 환경을 시사했다.

아직 대학에게는 ‘피해 학생에 대한 적극적 논의’라는 과제가 더 남아있다. 학교가 쾌적한 온라인 수업 환경을 위해 노력했다고 해서 그간 피해 상황 시 미흡했던 대처의 면죄부가 되진 않는다. 학교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한 학생들은 전체의 46%로,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학교가 피해 상황에 대해 보다 현명한 조처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학교의 입장은 어떨까. 앞서 인터뷰에 응했던 정보전산팀 관계자는 피해 학생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냐는 질문에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더불어 피해 보상에 대해서도 어렵다는 뜻도 밝혔다. 피해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애매하고, 온라인 수업 오류의 원인이 학교가 아닌 외부에 있을 경우 학교가 직접 보상하는 방안이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오류로 신음했던 대학 비대면 수업, 2021년에는 나아질까
△ 서울의 한 대학의 커뮤니티에서 작성된 글

학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서울여대 커뮤니티에서는 학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학생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피해에 대한 분노에 공감하는 학생들이 많음을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보상을 넘어 학생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온라인 수업 환경에 대한 보강 계획을 게시해 학생들이 안심과 신뢰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도 있다. 물론, 일부 등록금 반환과 진실된 사과로 보상이 이루어진 학교도 있다. 그러나 2021년 1학기 개강을 앞두고 더 많은 학교가 앞으로도 생길 수 있는 피해에 대해 꾸준한 논의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tuxi0123@hankyung.com
오류로 신음했던 대학 비대면 수업, 2021년에는 나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