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라이더(배달원) 아르바이트


[극한알바-배달원 아르바이트] 일당 절반 들여 ‘여름용 바지’ 구입… 곡소리 나는 맥도날드 라이더의 여름


[PROFILE]

이름 : 박정훈(33)

알바명 : 맥도날드 라이더(1년 8개월 차)

근무시간 : 약 7.5시간(스케줄 근무여서 유동적. 주로 저녁 근무)

시급 : 약 8700~9000원(최저시급(7530원)+배달수당(시간당 최대 4건: 1600원(400*4))

알바 경력 : 전(前) 알바노조 위원장, ‘알바상담소’의 상담사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폭염에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 한복판에 서 있으면 금방 머리가 어지러워 와요. 사방이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로 가득한데 밑에서는 또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열이 올라오거든요. 정말 ‘아이고 죽겠다’ 소리가 저절로 나오죠.”


매년 여름철이 되면 배달원 즉 ‘라이더’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 없이 한 해 한 해가 흘러 왔다. 이런 가운데 1년 8개월째 맥도날드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박정훈(33) 씨는 지난 7월 25일 하루 중 기온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낮 2시 맥도날드 서울 광화문 본사 앞에서 건당 100원의 ‘폭염수당’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박 씨는 최근 본사를 시작으로 서울지역 맥도날드 매장을 돌며 노동자 권익을 요구하고 있다.


더위 피하려… 빌딩 그늘로, 보행자용 파라솔 밑으로


8700원. 박 씨의 평균 시급이다. 얼핏 많아 보이지만 그가 한 달 동안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 남짓. 일주일에 평균 3일 정도밖에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라이더는 보통 스케줄을 2주 전에 신청하는데 이때 빈자리가 있어야 근무가 가능하다. 물론 더 많이 일할 수도 있지만 요즘 같은 폭염에 연달아 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루 근무 시간은 약 7.5시간. 최저시급에 건별로 배달수당 400원이 추가로 붙고 한 번에 최대 2곳씩, 시간당 보통 3~4곳을 간다. 전에는 매장에서 3~4개 배달지 음식을 한 번에 들고 갈 수 있었는데 최근 품질상의 이유로 최대 2곳으로 바뀌었다.


라이더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계단이다. 그를 포함한 동료 라이더들은 배달 장소를 보면 ‘엘리베이터가 있는지’부터 떠올린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다세대주택의 4~5층을 오르는 건 정말 곤욕”이라고 그는 말한다.



[극한알바-배달원 아르바이트] 일당 절반 들여 ‘여름용 바지’ 구입… 곡소리 나는 맥도날드 라이더의 여름



그러나 요즘 그를 가장 괴롭히는 건 역시 ‘더위’다. 주변 동료들도 ‘속이 메스껍다’ ‘식욕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오토바이는 늘상 차들 사이에 끼어서 달린다. 밑에선 아스팔트가 끓어오르는데 사방은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휘감고 있는 괴로움은 ‘아는 사람만 알 것’이라고 박 씨는 말한다. 게다가 멀리서 대형버스라도 올라치면 진작부터 몸이 떨려온다.


“그래서 운전 중에… 이게 사실 불법이긴 한데, 신호대기 중엔 인도에 있는 보행자용 파라솔 그늘막 밑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죽했으면…’하는 눈빛으로 비켜주죠. 도로 위에 있을 때도 가능하면 나무나 건물의 그늘을 찾습니다. 앞 차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늘에 서 있다가 신호가 바뀌면 출발하곤 해요. 안 그러면 정말 길 위에서 쓰러질지도 모르거든요.”


게다가 규정상 하의 유니폼이 ‘청바지’라 통풍도 어렵다. 회사가 지급하는 바지가 있는데 주로 봄가을에 입는 옷이다. 여름용도 아닌 두꺼운 청바지를 입고 일하면 더위가 가중된다. 견디다 못한 박 씨는 최근 개인 돈으로 얇은 소재 청바지를 하나 샀다. 저렴하면서도 시원한 바지를 찾다 보니 4만원이라는 ‘거금’이 들었다. 그가 4만원을 거금이라고 말한 건, 그의 일당 절반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라이더에게 ‘냉장고 바지’를 지급하는 외식업종도 많아요. 이런 추가 개선이 시급합니다. 다른 여름용품도 필요합니다. 지난 7월 말에 회사로부터 직원용 쿨링 스카프가 지급 됐어요. 그런데 음료용 얼음팩은 이미 한 달 전에 나왔죠. 직원용은 심지어 달라고 요청을 해서 받아낸 것이고요. 그때 라이더들끼리 ‘우리가 음료보다 못 한가’라며 탄식했어요.”


매장에서 더위를 피하는 방법도 이온음료를 사서 매장의 얼음을 부어 마시는 게 전부다. 매장에선 얼음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 외에 가끔 냉동감자를 넣는 냉동고에 살짝 들어갔다 나오는 경우도 있다.


‘폭염수당’ 1인 시위… ‘아기아빠’인 동료 라이더 걱정에서 시작


결국 그는 지난 7월 25일, 맥도날드 서울 광화문 본사 앞에서 라이더의 권익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박 씨는 아르바이트생의 근무상 고민을 들어주는 ‘알바상담소’의 전문 상담사이자 전(前) 알바노조 위원장이다. 그가 30대를 넘긴 나이에도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는 것은 패스트푸드 업계의 노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번 1인 시위 역시 그 밑작업의 일환이다.


[극한알바-배달원 아르바이트] 일당 절반 들여 ‘여름용 바지’ 구입… 곡소리 나는 맥도날드 라이더의 여름

“어느 날 동료가 배달을 다녀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와 진짜 이러다 죽겠다’며 혀를 내두르더라고요. 갓 돌 지난 아이의 아빠였는데 정말로 이 친구가 폭염에 쓰러지면 큰일이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며칠 뒤 피켓을 만들어서 광화문 본사 앞으로 간 거예요.”


그의 요구사항은 △여름용 하의 유니폼 지급 △폭염 특보시 배달 제한 △폭염 수당 100원 지급 △여름용품 지급 네 가지이다.


본사에서는 아직 직접적인 연락은 없는 상태. 박 씨는 “최근 한 방송뉴스에 간단히 코멘트 한 것만 봤는데 ‘점장 자율’이라더라. 이 기사를 보고 동료들 모두 화냈다”며 “맥도날드는 본사에서 감자튀김에 소금뿌리는 거리, 아이스크림 짜서 돌리는 횟수, 쓰레기통 비우는 시간도 정해놓고 있다. 이런 체계적인 기업이 직원 근무여건을 점장 재량에 맡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건 어디까지나 본사에 대한 요구다. 현재 일하는 곳 점장님에게는 여러모로 죄송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5일 뒤인 지난 7월30일에는 신촌 매장에서도 추가 시위를 했다. 박 씨는 “아무리 그늘을 찾아 서 있어도 땀이 등에서 엉덩이까지 흘렀다”면서도 “그래도 오토바이에 있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며 멋쩍게 웃었다.


“우리가 매일 ‘폭염’이라 말하지만 진정한 폭염은 노동자들의 몸에 새겨져 있다고 생각해요. 땀띠에 러닝셔츠 경계선… 이들이 흘린 땀을 존중한다는 표시가 바로 이번 폭염수당이 아닐까요. 1000~2000원씩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여름에 작업을 아예 중지하는 날이 왔으면 해요. 추가로 노동자를 미세먼지, 황사로부터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