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이유진 대학생 기자] 대학생활을 하면서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경험, 누구든 있을 것이다.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여행비, 예기치 않은 병원비 등 급전이 필요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누구나 목돈을 가지고 있진 않다. 만약 서른 명이 만 원씩 모아서 삼십 만원의 목돈을 한 명에게 빌려준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빌린 사람은 조금씩 갚아 나가는 형태다. 한 명이 큰 돈을 모으기는 어렵지만, 여러 명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것이 ‘키다리 은행’의 기본 운영 방식이다.


2018년 3대 키다리은행장으로 선출된 한양대학교 파이낸스 경영학과 17학번 김능회 씨, 펀드매니저인 경영학부 15학번 서민지 씨를 만났다.



대학생이 운영하는 금융생활협동조합, '키다리은행'

△3대 키다리은행장 김능회, 펀드매니저 서민지 씨



Q. ‘키다리 은행’의 설립 목적과 운영 방식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A. 김능회(이하 ‘김’): 키다리은행은 한양대학교에서 시작한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금융생활협동조합이다. 기본 활동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자율 이자 대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인데, 한 명이 모으기 힘든 목돈을 조합원들이 조금씩 모아서 최대 30만 원까지 빌려준다. 그리고 빌린 사람은 6개월 내에 최대 6차의 분할 상환을 통해 갚아나가는 시스템이다. 원금만 갚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며, 자율 이자 제도를 채택하여 스스로 이자를 더 낼 수 있다.


Q. 빌린 사람에게서 받는 ‘자율 이자’는 어떤 개념인가?


A. 김: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이자를 내는 것이다. 아예 안 내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지만, 만 원씩 내는 사람들, 그 이상을 내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게 모인 이자금은 조합원들에게 출자금에 상응하는 배당을 해주고, 일부는 내부 운영비로 사용된다. 기본적으로 이자를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돈을 빌려주고 갚는 과정에서의 ‘신뢰’를 가장 중요한 이자라고 생각한다.



대학생이 운영하는 금융생활협동조합, '키다리은행'



Q. ‘신뢰’를 기반으로하는 금융협동조합이라니, 너무 낭만적인 건 아닐까?


A. 김: 그렇기에 키다리은행 측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교육’이다. 모든 이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1차로 비대면 심사, 2차로 면접 심사를 통과해야만 대출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심사 기간 동안 빌린 돈을 약속한 시간 내에 갚을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그리고 나서는 일정 교육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비록 대출자 입장에서 비효율적이라고 느낄 수 있어도 타인의 돈을 빌리고 사용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 키다리 은행의 취지 자체가 혼자로는 부족한 개인이 단체가 되어 돕는 것이기 때문에 각 대출자가 이 철학을 교육을 통해 명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매달 주주총회 형식으로 조합원들 간의 만남을 가져서 정산 내용이나 회계 및 감사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운영진들은 모두 무보수로 일하고 있으며, 대학생들 간의 나눔과 도움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Q. 최근에는 타 대학으로도 확장된 것으로 알고 있다.


A. 김: 북서울신협과 MOU를 맺은 덕에 도움을 받아 건국대학교로 확장을 해서 운영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와 서울시립대에 키다리은행이 있긴 한데, 단국대학교 지점은 금융협동조합 시스템 대신 가치만 공유하고 있고, 서울시립대는 활동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사실 키다리은행 자체가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환영 받기 힘든 구조기 때문에 확장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건국대학교 같은 경우에도 학교 측에서 학생이 학생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모델을 달갑게 여기지 않기에, 홍보할 때에 ‘금융’이나 ‘이자’ 등의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 사실 포맷 자체만 들어보면 제 2, 3 사금융 같이 들릴 수 있지만 대학생들끼리 서로를 십시일반 도와준다는 취지를 이해해준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이 운영하는 금융생활협동조합, '키다리은행'



Q. 키다리 은행에서 금융조합 외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A. 서민지(이하 ‘서’): 대학생 금융조합이라는 기치에 동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국비 지원이라던가, 다양한 후원금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모인 돈을 조합원들에게 좋은 의미로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무료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필요하지만 어디서 배울 수 없는 R프로그램 강의 같은 것으로 준비한다. 또한 지난 시험 기간에는 홍보 활동과 겸해서 비조합원까지 대상으로 야식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Q. 키다리은행이 대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A. 서: 심사팀에서 활동하는 입장에서, 다양한 처지의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부터 안타까운 사고가 생긴 사례까지, 다양한 사정의 학생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쉽게 도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학생들 중에 사금융에 손을 대는 사람도 많다는 걸 이 활동을 하며 알았다. 하지만 대학생들끼리 서로를 도와주는 구조의 금융조합이 있다면, 더 안전하고 부담없는 방향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것이 키다리은행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김: 내가 가진 것을 조금씩 모아서 서로 돕고, 우리가 모은 것으로 나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키다리은행에서 배울 수 있는 사회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사실 모델 자체가 만 원씩을 낼 수 있는 30명이 모여야 한 명을 겨우 도울 수 있는 구조라 확장이나 성장이 쉽지는 않다. 그렇기에 올해는 내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그런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더 탄탄해진 키다리은행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khm@hankyung.com


대학생이 운영하는 금융생활협동조합, '키다리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