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 인식개선 프로젝트로 작은 변화 꿈꿔


[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 소셜벤처 ‘설리번’은 헬렌 켈러를 위한 커뮤니케이터였던 설리번 선생님처럼 시청각장애 인식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시청각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어플리케이션 개발도 진행 중이다.


“벙어리 장갑이 아니라 ‘엄지 장갑’이라 불러주세요”...장애 인식개선 나선 소셜벤처 ‘설리번’

△ 사진 왼쪽부터 김주현(25), 박힘찬(24), 김가현(24), 원종건(24) 씨가 스토리펀딩을 진행 중인 ‘엄지장갑’을 착용하고 포즈를 취했다.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동기인 김가현(24), 박힘찬(24), 원종건(24) 씨는 시청각장애를 합쳐서 ‘커뮤니케이션 장애’라고 정의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고민하다가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장애에 대한 불평등과 사회적 차별이 만연해 있어요. 벙어리장갑이라는 단어 역시 장애인 비하발언인데, 대부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요. 설리번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벙어리장갑을 ‘엄지장갑’으로 바꿔 부르는 거였어요.” (박힘찬)


2016년 처음 진행했던 스토리펀딩을 위한 엄지장갑 제작 업체를 구하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동대문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실패를 거듭했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마지막에 갔던 곳에서 지금의 장갑 업체를 만났다.


“벙어리 장갑이 아니라 ‘엄지 장갑’이라 불러주세요”...장애 인식개선 나선 소셜벤처 ‘설리번’

△ 벙어리장갑을 엄지장갑으로 바꿔 부르는 ‘엄지장갑 프로젝트’ 스토리펀딩을 위해 직접 제작했다. 엄지장갑의 손등에 ‘사랑합니다’라는 의미의 수화 모양이 새겨져 있다.


2016년 9월부터 준비해 우여곡절 끝에 두 달여 만인 11월 스토리펀딩에 첫 번째 이야기를 올렸다. 스토리펀딩 모금액은 두 달 만에 2400만원이 넘게 모이는 등 사회적인 관심이 뜨거웠다. 목표금액인 300만원을 800% 이상 초과달성했다.


“세상에 잠재적인 설리번이 많다고 생각해요.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직접 행동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저희가 많은 공감과 호응을 얻은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인 차별에 대해 인식하고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김가현)


“중요한 건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비하발언 문제에 공감했다는 거예요. 장애인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이 장애인 인식개선에 공감해 스토리펀딩에 참여했다는 건 분명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원종건)


스토리펀딩에 첫 번째 이야기를 올린 뒤 영상디자인학을 전공한 김주현(25, 이화여대) 씨가 설리번에 합류했다. 기존에 이야기가 종이에 적힌 글과 사진으로 있다가 영상이 가미되면서 시각적으로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첫 번째 스토리펀딩에서 남은 돈으로 어떤 걸 할지 고민한 끝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설리번의 이름처럼 청각장애인과 수화통역사를 연결해주는 ‘이어(EAR)’라는 앱을 개발하는 두 번째 프로젝트 진행을 결정했다.


이어 프로젝트는 기존의 수화통역센터 이용 방법이 비효율적이고 불편하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수화통역사들이 사는 지역, 활동시간 등 데이터를 정리해 도움이 필요한 시각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어 프로젝트는 영어로 소리를 듣는다는 의미의 ‘이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의미의 ‘이어’에서 따왔어요. 저희가 아는 지식과 기술을 모두가 공평하고 수평적으로 이용했으면 해요. 청각장애인 분들이 이어 프로젝트를 통해 24시간 편안하게 수화통역사를 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원종건)


두 번째 프로젝트는 앱 개발 작업이 필요해서 개발자 2명이 더 합류했다. 이어 프로젝트는 2018년 초에 베타버전을 내놓고, 문제점을 보완한 뒤 2018년 상반기 중에 최종 완성판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부족한 인원이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기술적으로 성장을 바라기보다 비장애인 분들도 이런 게 있다는 것에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여러모로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김주현)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엄지장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두 접점 사이에서 더욱 소명의식을 느낀다는 설리번 멤버들. 설리번 프로젝트를 통해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던 편견을 꼬집었지만, 앞으로는 누구나 설리번이 되어 자연스럽게 장애인 인식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한편, 설리번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하루에 하나씩 손으로 말하는 법을 알려주는 ‘1일 1수화’ 영상콘텐츠를 연재할 예정이다. 하나의 단어를 짧은 영상콘텐츠로 만들어 비장애인들도 수화가 낯설지 않은 문화를 조성하고 싶다고.


zinysoul@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