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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매직 사업의 실효성? 학교 현실에 맞는 적용 필요


[하이틴잡앤조이 1618=문태영 인턴기자]매직사업은 학교문화와 운영시스템을 혁신해 매력적인 직업계고를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성화고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질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사업의 취지에는 공감대가 높다. 하지만 3년 동안만 예산을 지원하는 만큼 사업 기간이 끝난 3년 이후에도 각 학교가 짜놓은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을지, 매직 사업으로 인해 학교 실무자들에게 가중되는 업무 부담을 어떻게 처리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나오고 있다.

매직사업은 발버둥치고 있는 특성화고에 던져진 구명 튜브

인구절벽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특성화고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 많은 학교들이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서울시 A학교의 경우 수년 째 정원 미달 사태를 맞고 있다. 더불어 서울에 위치한 B학교의 경우는 지역 주민들에게 혐오시설로 비춰지고 있는 등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이며 살아남기 위한 학교간의 경쟁이 가속화 하고 있다.

부산의 C교사는 “일반계고 불합격으로 인한 추가모집을 통해 진학한 학생들의 부모들은 취업보다는 대학진학을 강하게 요구하고 1학년 학기말 방학 즈음에는 아예 진로변경을 원하는 등 중도 탈락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매직 사업은 어려움에 직면한 특성화고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업에 무관심한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관심을 제고

교육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특성화고 학업 중단자 추이는 2014년 8586명, 2015년 7009명, 2016년 6519명으로 2년 새 24%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학생 중 상당수는 학업무관심, 학업중단·학업위기, 기초 학력 부족 문제를 품고 있다.

학업에 관심이 적은 학생들이 지원한 이유도 있지만 가족이나 학교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면서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직사업 광주지역 실무단 대표를 맡고 있는 광주공고 이동승 교사는 “매직 사업을 통해 학교와 학생들에게 새로운 에너지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운을 뗀 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집과 학교에서 관심 받지 못해 무기력한 아이들이 많다.”며 “학교가 소외되고 아픈 학생들이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광주공고는 매직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예산을 ▲현장실무중심 교과구성 ▲학생동아리 활동 ▲기초학력증진에 투자했다. 이 교사는 “악기 또는 운동을 자율적인 방식으로 선택해 사제지간에 함께 누릴 수 있는 동아리활동을 활성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기초학습 수준이 미달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증진시키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학교기업, 도제학교 등 수 년 간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많은 사업들을 실시했지만 이번만큼 모든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은 처음이었다.”며 “학교에 결핍된 부분들을 직접 채울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에 위치한 경북여상은 수업과 학교생활에 무기력한 학생들이 자신들이 선호하는 활동과 삶의 목표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진로 코스를 신설했다.

이 학교 정석명 교사는 “버킷리스트 작성, 직무 포트폴리오 제작 등 학교에서 준비한 진로탐구 미션들을 수행할 때마다 학교로고가 새겨져있는 포스트잇 등의 학용품을 선물하며 학생들을 격려한다.”며 “외부에서 그래픽 디자인 전문가와 취업 전문가를 초빙해 회의를 거쳐 학생들에게 매력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동명여자정보상업고는 부모님의 맞벌이나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돌봄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가장 먼저 아이들을 위한 전문 상담 선생님을 초빙하는 것을 매직 사업 계획에 반영했다. 일주일에 10시간 남짓한 시간이지만 아이들과 진솔한 얘기를 나누며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매직 사업의 두드러진 차이점,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한 Bottom UP 방식

기존 사업과 매직 사업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사업 방식이다. 매직 사업 운영은 ‘Bottom Up 방식’(일선 학교가 학교 특성과 여건 등을 고려하여 스스로 구상한 ‘매직’ 프로그램 운영 계획)으로 이뤄지기에 학교의 체질 개선과 당면한 문제 해결 방안을 학교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한다.

각 학교는 사업 초기에 스스로의 필요와 문제를 고려해서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교육부에 제출한다. 동명여자정보상업고의 최명길 교사는 “지금까지의 사업들은 상세한 가인드라인과 매뉴얼이 주어져 그것에 따르기만 하면 됐으나 매직 사업은 ‘무엇’에 대한 고민이 가장 중심이 됐다.”며 “토론이나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학교 문화에서 학교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직이 학교에 선물한 가장 큰 도전이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매직 사업은 자칫 현지 실무 사정과 맞지 않는 탁상공론식 정책이 가져올 어려움을 피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매직 사업을 이끌어가는 선생님의 열정의 양면성

반면 매직 담당 교사의 업무 과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선 매직 담당자 교사는 “수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 상태에서 매직사업의 업무까지 진행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라며 “매직 사업 업무에 치중하다보면 교사로서의 주 업무인 수업을 등한시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부담이 늘었지만 행정지원 인력의 배치를 금지하고 있어 담당 교사의 어려움이 많다.”며 “변화의 열기에 차있는 매력적인 사업인 것은 좋지만 교사의 열정만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한계에 봉착할 우려가 있으므로 교사의 열정을 지원할 수 있는 행정적인 절차를 고민해 달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일선 매직 담당 교사는 “매직사업을 총괄하는 직능원에서 오후 5시에 메일이 와 내일까지 문서를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교사는 수업을 해야 하는데 업무 후 까지도 매직 사업에 매달려있고 일방적인 요구조건이 많아서 정작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 준비 등을 소홀히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 인력이 지원되지 않는 것은) 사업비로 비정규직을 뽑지 못하도록 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일회성으로 그칠 우려, 교육청의 눈치를 보는 현실

학교는 예산지원 항목에 따라 필요한 예산을 신청하고 교육청은 신청 범위 내에서 예산의 타당성을 점검해 학교별 지원예산을 결정한다. 현재 학교 당 매년 평균 1억 9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지원이 끊길 경우 사업이 일회성으로 그칠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는 매직사업계획서를 따로 받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학교 교육계획서 내에 매직사업이 녹아들도록 권고해 받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3년 내에 사업이 정착할 수 있도록 형식적인 보여주기 식 사업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선의 한 교사는 “교육부에 예산계획서를 보고했지만 정작 돈을 받는 것은 교육청이어서 돈을 쓸 때마다 초기 매직 사업의 의도와 달리 교육청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역량강화 금액으로 얼마를 써야한다고 의무적으로 포함돼있어서 중간에 계획을 바꾸게 되는 등 1차, 2차 요구조건을 수용하다보니 최초 사업계획서를 통해 학교에서 원했던 목표와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사업은 사업대로 평가는 기존 지표로?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매직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A교사는 “사업에 대한 결과를 성과관리라는 명목으로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각종 평가 척도로 사용해 사업담당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관리의 한 부분인 정량평가는 ▲협약 체결 산업체 수 ▲협약 업체로의 취업 비율 ▲산학맞춤반 운영 수 ▲학교 경영 및 리더십 연수 참여 여부 ▲직업기초능력 향상 참여 교원 수 및 비율 ▲취업 역량 강화 연수 이수 인원 및 비율 ▲취업 역량 강화 연수 이수 인원 및 비율 ▲교수 학습 방법 개선 연수 이수 인원 및 비율 ▲신입생 충원률 ▲직업기초능력 최저등급 비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A 교사는 “특성화고가 자율적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근본적인 혁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주겠다는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며 “매력적인 직업계고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평가부담이 최소화 되어야 하며 학교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성과관리 시스템으로 변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매직사업예산이 단위학교에 6월말부터 배정되면서 실제적인 사업이 7월 이후에 실시됐고 이로 인해 한 학기 내에 모든 사업을 마쳐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매직사업, 앞으로의 전망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한마디로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국가차원에서 직업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3년 이후 사업 경과를 보고 매직 대상 학교를 다시 선정할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등, 중등교육 운영부터 재직자, 퇴직자, 경력단절자의 처우까지 직업교육정책을 큰 틀로 그려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모니터링과 컨설팅에 대해서는 “예산과 달리 사업이 운영되고 있을 경우 교육청의 권한으로 다음 년도에 예산이 차등 분배 될 수 있다.”며 “마지막 방법으로 ‘중도탈락’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mty090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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