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늘어나는 ‘취업성공패키지’… 부실 상담 악순화 해소될까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지난 6월 5일, 정부가 발표한 추가경정 예산안의 편성기준은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여건 개선이었다. 익숙한 이름도 등장했다. 취업성공패키지 일명 ‘취성패’다.


정부는 일자리 여건 개선을 위해 1조 2000억 원을 배정했다. 이중 1350억 원은 취업성공패키지에 투입한다. 당초 3305억 원이었던 취성패 지원금은 추경안에서 4655억 원으로 확대됐다.


확대 근거는 3단계 수당 신설이다. 취성패는 총 세 단계로 나뉜다. 1단계 취업 및 진로상담, 2단계 직업 교육 및 훈련, 3단계 취업 알선이다. 기존에는 1~2단계에 참여수당으로 각 최대 25만원, 300만원씩을 지급했는데 실질 구직 활동 기간인 3단계에도 1인당 월 30만원씩 3개월간 추가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지원인원도 확대한다. 기존 31만6000명에서 36만6000명으로 5만 명가량 늘린다.


정부 예산 늘어나는 ‘취업성공패키지’… 부실 상담 악순화 해소될까

6월 5일, 정부가 발표한 추가경정 예산안 중 취업성공패키지 예산 확대안



취성패, 얼마나 실효성 있을까


그러나 취성패는 2009년 사업 시작 후부터 늘 찬반논란에 휩싸여왔다. 수당을 받고 직업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실제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불만은 ‘강의 및 강사의 자질’이다. 취성패는 시작 단계부터 한 명의 상담원과 세 단계를 동고동락하도록 구성돼 있다. 이 상담원은 대개 위탁기관 소속이다. 현재 위탁기관 소속 취성패 상담원은 약 2000명에 이른다.


상담원은 1단계에서 주 1회 한 시간씩 3주에 걸쳐 직업상담을 해준다. 정규상담이 끝난 뒤인 2단계에서는 자격증 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수시로 전화연락을 통해 취업 동향을 체크하고 3단계에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면접에도 동행한다.


그런데 상담원마다 역량이 천차만별이어서 큰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는 반면 ‘시간낭비’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관심사나 지원 직무와 전혀 관련 없는 직종을 추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는 것.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취성패를 이용해봤다는 A 씨(서울 4년제 대학 인문계열 졸업)는 “담당 상담사가 3회의 상담 시간 동안 사전 준비 없이 상담카드를 그대로 읽거나 문의한 직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귀찮다는 듯 답했다”며 “집단상담 때 다른 신청자의 말을 들어 보니 상담사마다 상담 태도가 너무 달랐다”고 후기를 전했다.


A 씨는 또 “전공에 맞는 직종을 선택하고 싶었는데 상담사가 ‘어렵다’며 전혀 관련 없는 회사를 추천해줬다”며 “실제로도 취성패 추천 기업이나 교육과목이 인문계 졸업생이 도전하기 어려운 기술직이 많았다”고 말했다.



Close Up businessmen working at a coffee shop with a document with a smartphone and a laptop computer.
Close Up businessmen working at a coffee shop with a document with a smartphone and a laptop computer.




회사 실적압박 때문… 상담사들 “우리도 억울하다”


이 같은 문제는 직업상담사들 사이에서 관행으로 자리 잡은 ‘실적제’에서 비롯된다는 게 상담사들의 중론이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취성패 위탁기관 심사기준은 사업계획의 타당성(30점), 사업계획의 독창성(15점), 사업수행능력(35점), 인적자원 투자계획(20점)까지 총 100점으로 구성된다. 이중 배점이 가장 높은 사업수행능력의 평가 지표는 이전 경험과 실적이다. 실적에는 취업자 수가 포함된다. 즉, 취업자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이렇다 보니 위탁기관에게는 자사 소속 상담원의 취업자 배출율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를 높이는 방법은 바로 ‘인센티브 제도’다.(관련기사 : 취업용 디딤돌? 시간낭비?… 취준생 울리는 ‘취업성공패키지’)


고용노동부 워크넷의 사설 상담사 모집공고를 보면 주 5일 풀타임 근무에 기본 연봉이 1800~2300만원 선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실제 연봉은 이보다도 낮다는 게 한 취성패 상담사의 설명이다.


위탁업체 소속으로 서울의 한 지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담사 B씨는 “직업상담사는 기본적으로 실적과 뗄 수 없는 직업”이라며 “연봉 안에 성과급이 당연히 포함돼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설명했다.


B씨는 또 “내담자를 관리하는 게 주 업무이지만 회사의 요구 때문에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내담자를 모으는 방법도 계속 생각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정작 상담을 준비하는 데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 “입사 전까지는 직업상담사가 영업직일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위탁기관 검증 강화 하겠다’는 정부… ‘실적 평가기준’부터 개선돼야


고용노동부는 올 초 2017년 취업성공패키지 사업계획 변경안을 발표했다. 참여대상을 확대하고 지원 방식을 다양화 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위탁사업기관 검증도 강화한다. 종전 평가등급 우수기관의 경우 계약을 자동 연장했던 것을 모든 위탁기관이 재경쟁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상담사의 자질 문제가 계속 제기돼 오면서 심사기준에 ‘상담원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 및 교육투자 계획’ 항목도 신설했다. 임금지급수준(12점), 교육계획(6점), 성과상여금 운영계획(2점)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취업 인센티브 책정 기준 역시 근속기간에서 임금수준으로 변경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상담 내실화를 위해 고객만족도 평가를 강화하고 상담사 교육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임금을 추가 지원해 민간 위탁기관의 상담사 채용을 늘리고 상담사 1인당 구직자 수도 제한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탁기관의 ‘실적연봉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불만은 계속 제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취성패 상담사는 “취성패 상담의 문제는 의식이 아닌 근무여건에서 비롯된다”며 “아무리 관련 예산을 늘려도 현행 ‘실적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담사는 “회사가 수시로 실적으로 압박해오는 상황에서 여유롭게 구직자 한 명 한 명 정성들여 교육할 상담사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