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직업④] 빅데이터 전문가


박도현 넷마블 몬스터 DBA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두 ‘정보화’되는 시대다. 인터넷에 검색하는 단어, SNS 접속 시간, 카드 사용 정보 등은 모두 하나의 데이터가 되어 쌓이고, 이렇게 누적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우리는 ‘빅데이터’라 부른다. 빅데이터는 기업 마케팅뿐 아니라 경제,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유저들의 숨은 마음 읽어내 대박 게임 만들죠”


빅데이터 전문가는 최근 몇 년간 IT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직업 중 하나다. 카드 회사의 타깃 마케팅부터 밭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것까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분야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이를 처리할 전문가의 수요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 업계에서도 빅데이터 전문가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용자의 패턴과 데이터를 분석해 소위 말하는 ‘대박 게임’ 개발에 힘을 실어주고, 불법 사용자를 찾아내는 작업까지 해내고 있다.


게임 개발 스튜디오 ‘넷마블 몬스터’에서 DBA(데이터베이스 관리자)로 근무 중인 박도현 씨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관리·분석하는 빅데이터 전문가다. 대학 시절 컴퓨터정보학을 전공한 그는 현업에서 시스템 모니터링, 전산 업무 등을 담당하며 기술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1년부터 빅데이터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빅데이터 MBA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동 대학원에서 빅데이터 MBA 과정 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빅데이터의 매력

“대학 졸업 후 회사에 입사해 시스템 모니터링, 운영, 전산 관련 업무 등을 담당했죠. 그러다 게임 회사로 이직하면서 데이터베이스 관련 업무를 시작하게 됐어요. 데이터베이스 업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빅데이터라는 분야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국내에 ‘빅데이터’ 개념이 막 도입될 때였는데, 데이터 분석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이전까지의 데이터 분석은 과거를 보는 것 이상은 어려웠거든요. ‘지난달 실적은 이랬다’, ‘지난주 결과는 이렇다’ 정도였죠. 그런데 빅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이런 마케팅이 적중할 것이다’, ‘이런 소비가 발생할 것이다’ 등 멀리 볼 수 있게 된 거죠.”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막 등장한 2011년, 박 씨는 홀로 빅데이터 공부를 시작했다. 아직 개념 자체도 생소하던 시기였기에 그는 각종 빅데이터 관련 세미나를 모두 찾아다니며 개념을 잡는 것부터 시작했다.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책, 자료 등을 찾아 읽는 것은 기본이었고, 국내 자료에서 부족한 부분은 외국 서적, 해외 인터넷 정보 등으로 보강했다.


박 씨는 “공부를 하다 보니 빅데이터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며 “데이터 분석 업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처리·분석하는 기존의 데이터 분석 업무와 성격이 유사한데,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고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때문에 데이터 분석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큰 어려움 없이 빅데이터 분야로 발을 옮길 수 있었다.


“유저들의 숨은 마음 읽어내 대박 게임 만들죠”


“빅데이터는 데이터 수집 기획-처리-저장-분석-시각화 등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빅데이터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각자 전문 영역이 있고요. 저 같은 경우 데이터를 처리·저장하는 데이터 엔지니어 역할을 담당하죠. 분석만 전문적으로 하는 분석가, 분석한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인포그래퍼 등도 있습니다.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 지식을 갖추면 빅데이터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지만, 다른 영역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는 것도 필요해요. 저는 분석 분야를 학습하기 위해 통계학을 독학했어요. 굉장히 힘들더라고요.(웃음)”


2015년에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빅데이터 MBA 과정을 밟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분석 목적은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과정인 만큼 기술만 배우는 것보다 경영 관련 공부를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BA 과정을 통해 기술과 경영 2가지 측면에서 역량을 키운 그는 현업에서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결과 적중, 빅데이터 전문가로서 보람 느껴

박 씨가 넷마블 몬스터에서 담당하는 주 업무는 게임 콘텐츠와 사용자 데이터를 조회하고, 이때 발생하는 로그를 저장하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를 설계·구축·관리하는 ‘데이터 엔지니어’의 역할인 셈이다.


“사용자들이 게임에 언제 접속했고 어떤 콘텐츠를 즐기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해요. 세밀하게는 몇 시간 동안 플레이를 했는지, 어떤 스테이지에서 허들에 걸려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가는지, 어떨 때 게임을 삭제하는지 등까지 알 수 있죠. 유저들이 온라인 카페에서 게임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도 수집해요. 카페에 올라오는 글은 비정형 데이터라고 하는데, 이것을 가져와 부정인지 긍정인지 등을 구분하죠. 물론 분석은 컴퓨터가 하는 것이지만, 그런 분석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것은 빅데이터 전문가의 역할입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거나 현재 게임을 업데이트할 때 사용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한 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때 ‘20초의 로딩 시간은 짧게 느끼고, 60초는 지루해한다’는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30초로 로딩 시간을 수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빅데이터를 사용하면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유저들의 숨은 마음 읽어내 대박 게임 만들죠”



하지만 데이터 결과물이 늘 생각처럼 딱 떨어지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게임의 특성상 사용자의 패턴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원하는 값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박 씨는 유저들의 데이터를 보다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빅데이터 산업은 외국에 비해 3년 정도 뒤처져 있어요. 외국에서는 빅데이터 전문가가 고액 연봉자로 꼽히는데, 국내에는 그 정도 수준의 전문가가 거의 없는 실정이죠. 몇 년 뒤에는 빅데이터라는 특별한 이름을 달지 않아도 대부분의 기업이 해당 분야를 업무에 활용하게 될 거예요. 계속 성장할 분야인 거죠. 빅데이터 분야가 너무 커서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렵다면 일단 ‘데이터 과학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해외에서 빅데이터 전문가를 지칭하는 단어)를 검색해 그런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찾아봤으면 해요. 또 빅데이터 전문가는 엔지니어, 분석가, 기획자 등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분야에 주력해 실력을 키우기 바랍니다.”


빅데이터 전문가란?

디지털 시장의 트렌드를 이끄는 정보 분석가.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처리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직업이다.


빅데이터 산업 국내 현황은?

국내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대기업 또는 검색 포털 사이트 등 IT 업체, 전문 데이터 분석 업체 등에서 활동한다. 최근 수요가 늘면서 기업, 공공기관에서 빅데이터 전문가를 찾고 있지만,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빅데이터 전문가는 기존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던 데이터 분석가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며, 많은 빅데이터 처리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따라서 단기간에 육성하기 어렵고 지속적인 연장 경험을 통해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쌓는 것이 좋다.


빅데이터 산업의 전망은?

빅데이터가 전 세계적으로 화두인 이유는 분석과 활용을 통해 불확실한 환경을 제거하거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고, 개인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경영학, 통계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빅데이터 전문가의 직업적 전망도 밝다고 볼 수 있다.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려면?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갖춰야 한다. 대학에서 통계학 또는 컴퓨터공학, 산업공학 등을 전공하면 기술적인 베이스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 경영학이나 마케팅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있다면 기술적인 베이스와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최근 많은 대학에 빅데이터 관련 학사나 석?박사 과정이 개설되고 있다. 서강대학교, 한국데이터베이스진행원에는 단기 교육 과정이 있으며, 빅데이터활용센터, 빅데이터아카데미에서도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참고 자료 한국고용정보원 ‘미래를 함께할 새로운 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