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레터] 기술 우위의 종말 2

△우종국 <캠퍼스 잡앤조이>취재편집부장


지난 호에서는 자동차, 반도체 등의 사례를 들어 지금과 같은 공급과잉 시장에선 기술적 우위가 큰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겠지요. “그건 이미 오래전 기술이라서 그렇고, 인공지능이나 로봇 같은 첨단 산업은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우위에 있는 것 아닌가”

맞습니다. 그런데 그걸 꼭 삼성, 현대차, SK, LG 같은 대기업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 직접 기술을 개발했나요? 미국 스타트업 루프페이를 인수해 그들의 마그네틱 보안 전송 기술(MST, Magnetic Secure Transmission)을 스마트폰에 심어 삼성페이로 내놨습니다.

올 초 세기의 바둑 대결로 화제를 모은 알파고는 어떤가요? 영국의 인공지능 개발 스타트업인 딥마인드를 구글이 인수한 것 아니었나요? 옛날 같으면 루프페이, 딥마인드의 창업자처럼 머리 좋은 인재는 삼성이나 구글 같은 거대 기업에 연구원으로 취업해 연구 개발을 했겠지만, 이제 이런 인재들은 창업을 택합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또는 데카콘(매출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이 되면 기업을 비싼 값에 팔고 다시 새로운 기업을 설립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페이팔을 팔고 그 돈으로 테슬라를 창업하지 않았습니까?

첨단 기술조차도 “우리 기술 좀 사 달라”고 목 빼고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기술 유출을 염려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사내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클로즈드 이노베이션’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대기업조차도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시장에 널린 첨단 기술을 활용해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지난 호에서 커피점 창업자가 점포, 커피 머신, 가구, 원두 등을 다 갖추더라도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지요.

만약 창업이 아닌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했다면, 이 정도 능력을 고민해야 하는 겁니다.

시사 상식만 달달 외우지 말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기 바랍니다.


우종국 취재편집부장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