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형 합격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다. 입사 지원서를 내고 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던 중, 기업이 돌연 채용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This is an illustration of an angry man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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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이하 TI Korea)는 지난 9월 19일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시작했다. TI Korea는 1988년 미국 반도체 회사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100% 자회사로 세워졌다. 주력 사업은 DSP(Digital Signal Processor)와 아날로그 반도체를 공급하는 일이다.


이번 하반기 신입 공채의 모집분야는 반도체 기술영업과 반도체 기술지원-아날로그 부문 등이다. 근무지역은 서울/수원이며, 입사 후 교육 일정은 6개월은 TI Korea 사무소에서, 3개월은 미국 달라스 TI 본사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돼있었다.


해당 기업의 서류전형은 까다로운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 본인이 지원하는 직군을 선택한 뒤 개인 계정을 새로 만들어야한다. 채용 사이트 자체가 미국 사이트라 공지된 온라인 지원서 업로드 방법을 보고 하나하나 따라해야만 된다. 이력서는 자사 폼을 다운받은 뒤 PDF로 변화해 저장한 뒤 첨부해야한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 입사 서류 다 받아놓고 이제 와 채용 중단?

△ 회사측에서 공지한 사과문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는데, 서류 접수를 마감하고 열흘이 지나자 회사는 갑작스러운 ‘전형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지원자들에게는 “경영상의 이유로 당사의 하반기 대졸 공개채용 중단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돼 송구스럽다”는 메일이 도착했다.


지원자들은 “정말 열심히 썼는데 황당하다”는 반응부터 “어떻게 회사 사정 한 달 앞도 보지 못하고 채용공고를 내느냐”, “포털 사이트 메일도 불가능하다고 해서 새로 메일 계정도 만들어 지원했는데 중단이라니 화가 난다”등의 반응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신규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 기업이 늘고 있다. 몇 년째 신규 인력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 기업도 상당수다. 하지만 채용을 진행하던 도중 중단 선언을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TI Korea 홍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채용 중단 이유는 경영상의 이유라는 것 외에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서류 전형에서 선발한 인재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경영난으로 인한 결정인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류 접수 마감 후 겨우 열흘만에 중단 결정이 공지된 것에 대해서는 “결정이 내려진 직후 바로 공지를 한 것이다. 서류 접수 과정 중에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의 채용 계획에 대해서는 “올 하반기에 더는 채용이 없을 것”이라며 “내년 상황도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