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준생, 정말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이더라”

취준생 400명과 동고동락… 박우식 대표가 본 요즘 취업은?


하반기 공채시즌도 한 달이 지났다. 취업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채용트렌드가 ‘직무’라는 단어로 고착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탈스펙, 인성 등 다양한 키워드로 대변됐던 것이 요즘은 직무 하나로 통일되고 있다는 뜻이다.


박우식 커리어웨이 대표는 6년째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학생들에게 취업코칭을 하고 있다. 현재는 이와 함께 한국직업방송의 ‘랭킹쇼 잡위클리 고정 패널’로 활동 중이다. 6년간 약 400명의 취업준비생을 일대일로 만나 온 박우식 대표를 통해 최근 기업 채용동향 및 취업준비생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영업 경험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플리마켓을 열어라”



박우식 커리어웨이 대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졸업

서울시립대 경영대학원 수료

전 유진그룹 공채입사

전 한미반도체, 메가스터디, 반얀트리호텔 인사담당

현 네이버 취업카페 취업준비위원회 운영

현 한국직업방송 ‘랭킹쇼 잡위클리’ 고정 패널

- 하반기 공채시즌이 한 달 정도 지났다. 이번 채용은 어땠다고 보나.


확실한 건 갈수록 직무중심 채용기조가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몇 년간 자소서 항목을 분석해보니 대부분 기업이 직무 준비정도를 핵심적으로 물어본다. 거의 필수항목인 지원동기 및 포부 역시 직무와 연결해 써야 한다. 즉, 해당 직무에 대한 이해가 낮아서는 취업이 어렵다. 최근 저성작시대가 고착화되고 수시채용이 늘면서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 요즘 취업준비생의 특징이 있다면?


한 시즌에 직접 가르치는 학생은 30~40명 정도다. 6년이면 500명 가까이 만난 셈인데, 요즘 학생의 특징이라면 쉽게 좌절한다는 점이다. 조금 더 과감해졌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갈수록 취업문이 좁아지다 보니 탈락률도 높아지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10곳에 지원해 다 붙는 경우는 거의 없다. 누구든 실패를 경험한다. 그런데 한 곳만 떨어져도 금세 낙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취업을 포기하면 더욱 힘들어진다. 요즘 취업 준비기간은 과거보다 더욱 길다.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 하지 마라.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 스펙도 전보다 많이 높아졌을 것 같다.


요즘 취업준비생이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이다. 요새는 공대생 토익 평균도 기본 700점이 넘는다. 문과생들은 900점이 넘지 않으면 토익점수가 있다고 당당하게 말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스펙으로 차별화하기 어렵다. 기업 역시 스펙과 직무역량이 크게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다. 직무에 집중하라. 그리고 시야를 넓혀라.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환경을 파악하고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를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신문을 많이 읽어야 한다. PT면접 주제도 대부분 신문기사를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변화에 계속 촉을 곤두세워라.


- 최근 자소서 문항이 많이 어려워지고 있다. 인사담당자들은 구직자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탈스펙 흐름과 관련 있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자소서 비중이 높아지면서 변별력 확보 차원에서 질문도 더욱 어려워지는 듯하다. 여기에서 어렵다는 건, 단순히 난이도가 아니라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다는 의미다. 특히 기업 안에서 이슈가 되는 문제를 요구하는데 예를 들어, 삼성이 사회이슈에 대해 쓰라고 요구했고, 하나투어는 ‘VR, AR 등 증강현실이 여행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물었다. 즉, 기업에 영향을 줄 만한 사회이슈를 찾아 여기에 대한 기업의 대응방향을 쓰라는 의미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관련 기사를 많이 읽고 식견을 길러야 한다.


- 이렇게 까다로운 문항에 대해, 구직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물론 굉장히 어려워한다. 우선 질문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기업이 원하는 의도도 여간해선 찾지 못한다. 근본적으로는 평소에 해당 기업과 직무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 수월하게 쓸 수 있다. 질문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급하게 쓰려고 하면 당연히 힘든 것이다.


- 요즘 취업준비생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학생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는 학생이 한명도 없었다. 왜 안 행복하냐고 물으면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미래가 불안한 가장 큰 이유는 취업이다. 취업이 점점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취업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가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청년이 활기차게 활동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사회에 나가지도 못하고 좌절해버리는 청년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깝다.


- 6년간 만난 취업준비생 중 특히 인상 깊은 사례도 있을 듯하다.


나를 찾아오는 구직자들은 대부분 사연이 많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재취업 하거나, 졸업 후 공백이 길거나, 나이가 많고 소위 말하는 스펙은 부족한 경우도 많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라면, 서울의 중하위권 대학을 졸업해 은행권 입사를 원했던 여학생이 있었다. 학점도 괜찮고 금융지식도 있었는데 세일즈경험이 없어서인지 번번이 어려워했다. 그래서 플리마켓을 추천했다. 세일즈경험이 꼭 거창한 건 아니다. 단 하루라도, 고객을 상대하며 반응을 파악해 새로운 전략을 설계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는다면 이게 세일즈경험이다. 이 경험을 면접 때 활용해 우리은행에 합격했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경험’이라는 단어에 지레 겁먹지 말고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 그래서 많은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중소기업을 싫어한다’라는 건 선입견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지 않는 건 관련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모르니까 안 가는 거다. 안정적인 중소기업도 많이 있는데 아직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근무환경이 개선돼야 하는 중소기업도 많이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에 입사해도 성장기회가 있다’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줬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은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지금의 대기업이 몇 년 뒤에도 대기업이라는 보장은 없다. 조만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당장의 ‘취업’이라는 현실에 연연하기보다 새로운 눈을 가지고 직업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