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9월 20일 오후 5시, 3급 공채 접수마감

서류전형 부활한 삼성 공채 新풍속 ‘매크로’

악용사례는 법적 처벌 대상


“삼성 지원하기 진짜 빡세네요.”


삼성의 3급 하반기 공채 지원서마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매 시즌 삼성의 문을 두드리는 취업준비생은 10만 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인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부활한 서류전형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이 서류전형 단계에서 대학 이수교과목을 전부 적도록 하고 있다. 과목당 전공명, 과목유형부터 시작해 수강년도, 학기, 재수강여부, 취득학점, 성적 등 구체적인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8학기를 기준으로 학기당 평균 7과목을 수강한다고 가정하면 이런 작업을 60번 가까이 반복해야 하는 셈이다. 말 그래도 ‘빡센’ 작업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구직자 사이에서는 ‘매크로 열풍’이 불고 있다. 매크로(macro)란 컴퓨터 프로그램의 한 기능으로, 일련의 반복 작업을 자동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매크로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설치하고, 해당 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스타트'를 누르고 원하는 작업을 수행한 후 '종료'를 누르면 반복해야 할 동작들이 저장된다. 이후 '플레이'에 해당하는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저장된 동작들이 무한반복된다.


Robotic hand, accessing on laptop, the virtual world of information. Concept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d replacement of humans by machines.
Robotic hand, accessing on laptop, the virtual world of information. Concept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d replacement of humans by machines.


이 때 교내 사이트에서 자신의 성적을 '복사하기(Ctrl+C)'로 긁어와 엑셀에 붙인 뒤 누군가 삼성 공채 지원 화면에서 수행한 매크로를 실행하면 자동 플레이로 엑셀의 정보가 채용 사이트에 입력된다. 이는 프로그램적으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마우스의 좌표와 클릭 여부를 동일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삼성의 ‘빡센’ 학점기입란에 매크로 돌리는 구직자들

▲삼성 채용 지원 사이트용으로 만든 매크로를 소개하는 게시물(취업카페 캡처)


삼성 채용 지원 사이트에는 입력하는 항목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강신청에 매크로를 쓰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다. 또한 올해 상반기 지원 시에 만든 매크로를 하반기에 이용할 경우 수강연도에서 오류가 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반기와 달리 2016년 1학기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섣불리 매크로를 사용하다가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됐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이에 대한 문의가 매크로 관련 게시물에 많이 달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의 ‘빡센’ 학점기입란에 매크로 돌리는 구직자들

▲매크로의 오류로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는 댓글을 확인할 수 있다.(취업카페 캡처)


매크로는 원래 업무의 편의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기능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동 클릭을 통해 조회수를 강제로 높이거나 사이트 가입자 수를 부풀려주는 등 편법적인 방식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도 친숙하다. 수강신청을 할 때 매크로를 통해 ‘클릭’이라는 입력값을 기입하기만 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신청 페이지를 일명 ‘광클(미치도록 빠르게 클릭한다는 인터넷 용어)’해주기 때문이다.


단, 이 같은 방식은 사설프로그램을 통한 비정상적인 접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담당자는 “매크로를 악용한 한마디로 ‘해킹’”이라며 “이 방식으로 인해 오류가 발생하면 개인이 책임져야할 뿐만 아니라 법적처벌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8월, 단국대 천안캠퍼스는 수강신청일을 앞두고 매크로 등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화여대 역시 매크로를 사용하면 해당 프로그램을 강제 종료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