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레터]  인사 담당자가 원하는 것


주요 대기업 채용 시즌입니다. 자소서 문항들을 보면 대개 지원 동기, 성장 과정, 향후 포부 등을 묻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어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성실함? 열정? 창의성? 딱히 답이 나오진 않습니다. 과연 인사 담당자는 어떤 대답을 좋아할까요?


직장생활을 14년째 하고 있고, 경제·산업 분야를 10년 넘게 취재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지금의 기업 활동과 기업 업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완성도’라는 점입니다. 즉 커피가 아니라 스타벅스 같은 커피, 운동화가 아니라 나이키 같은 운동화, 자동차가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자동차 말입니다. 지금은 물건들이 너무 흔한 공급과잉 시대인 만큼 단지 ‘싸기’ 때문에 팔리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이어야 팔리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스타벅스를 떠올리면 이해가 가겠지요.


그런데 학생 입장에서는 이런 원리를 깨달을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서 소비를 하며 스스로의 취향을 깨닫고 더욱 완성도 높은 제품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소득이 ‘거의’ 없는 학생은 선택 가능한 제품 중에서 가장 싼 것을 고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아껴야 잘 산다”는 절약의 미덕을 오랫동안 들어왔기에 수준 높은 제조업의 결과물을 향유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금수저가 취업을 더 잘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전에 얘기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이 20여 년 넘게 살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은 뭔가가 있다면 그걸 어필하면 됩니다. 만화를 잘 그린다던지, 플라모델 만들기에 심취했다든지,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새로운 경지에 오를 때마다 성취감을 느꼈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 온라인 게임에 푹 빠졌다고요? 다만 그 에너지는 완성도를 높이는 스스로의 노력이 들어가야 합니다. 게임은 개발자가 정해진 룰을 따라가는 것이고, 본인이 뭔가를 개선할 여지는 많지 않습니다. 기업에 필요한 것은 소비자를 몰입하게 만들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대외활동 경험을 써도 좋습니다. 단, 거기서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서 어떻게 바꿨다는 것을 어필해야 합니다. “멤버들의 갈등으로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에 처한 상황을 배려심을 통한 리더십으로 현명하게 해결했다”는 것은 모호한 정보입니다(서류가 통과된다면 “어떻게 ‘현명하게’ 해결했다는 건가”라고 재차 물어보겠지요). “대외활동 콘텐츠 품질을 높이기 위해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매뉴얼을 구해서 연구해 이틀 밤을 새워 완성도를 높였다” 이런 게 더 구체적이지 않나요?


콘텐츠 품질을 높이기 위해 ‘뽀샵’하는 건 누구나 흔히 하는 일인데, 리더십을 어필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고요? ‘매뉴얼’을 ‘구해서’ 연구했다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즉 개선을 위해 고민을 하고 해결책을 실제 액션으로 연결했다는 사실 말입니다. 기왕 어필하려면 ‘의도’, ‘의미’가 아니라 ‘액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것입니다.


2016년 하반기 채용 시즌에 <캠퍼스 잡앤조이> 독자들의 건투를 빕니다.


우종국 <캠퍼스 잡앤조이> 취재편집부장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