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공채를 맞아 기업의 다양한 오프라인 설명회가 줄줄이 이어진다. 삼성전자, 현대건설, LS그룹 등 대기업이 자사 사업장이나 다양한 외부 공간을 빌려 채용설명회를 연다.


하지만 대다수의 설명회 참석 신청서에 학교와 전공을 필수로 적도록 하고 있어, 채용시장의 ‘탈스펙’ 흐름을 무색케 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행사 소식을 몇몇 대학을 통해서만 알리고 있다. 취업동아리에 이어서 설명회 참석에도 학력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잡페어도 스펙순? 기업들, 잡페어 신청서에도 출신학교 요구



삼성전자·LS·현대건설 등 학교 밖 채용설명회 연다


삼성전자는 그룹 서류접수가 시작하는 9월 9일 SW엔지니어 비전포럼을 연다. 회사 초청 설명회의 다른 이름으로, 취업준비생에게 회사 및 채용정보를 알리기 위한 행사다. 초청을 받으면 수원의 삼성 디지털시티를 견학할 수 있다.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거의 하루 종일 S/W엔지니어의 생활이나 실무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LS도 사옥초청 행사인 2016 LS job Fair를 연다. 9월 26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LS타워 및 LS산전 안양 R&D캠퍼스에서 취업준비생을 받는다. LS전선, LS산전, LS엠트론이 참석한다.


한화방산은 9월 9일 방산전시회 ‘DX Korea’에 대학생을 초청한다. 이날 전시회에서는 관람 외에도 석식간담회를 함께 제공한다.


현대건설은 9월 7~8일 이틀간 힐스테이트갤러리에서 ‘오픈설명회@힐스테이트갤러리’를 열었다. 인사담당자와의 HR토크, 일대일 직무상담, H티타임으로 이뤄졌다. 사전 지원자에 한해 참석 가능하다. 현대글로비스도 9월 10일 강남구 테헤란로 본사에서 잡페어를 연다.


GS SHOP은 9월10일~11일 이틀간 GS 강서N타워 GS SHOP본사에서 사옥초청 설명회를 연다. 각 분야 현직자와의 강연과 상담, VR체험 등을 통해 GS SHOP의 채용정보를 전달한다는 설명이다.


설명회, 몰라서 못 가는 학생도 수두룩


하지만 정작 취업준비생들은 이 같은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기업이 행사 소식을 몇몇 대학을 통해서만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삼성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의 SW엔지니어 비전포럼은 신청 전 지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신청서는 일부 대학의 커뮤니티에 집중적으로 배포했다.


지난 상반기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홍대의 한 스터디룸을 빌려 멘토링 및 회사 설명회를 열었는데 이 행사를 일부 대학 채용설명회를 통해 홍보했다. 그런 뒤 설명회 현장에서 나눠준 안내물의 QR코드나 홈페이지 주소로 접속해 신청하도록 했다. 즉 설명회장에 없었던 대다수의 구직자는 행사 여부는 물론 주소를 알지 못했다.


또 대부분의 기업이 지원서를 제출해야 참석 기회를 주는데 이 지원서에 학교와 전공도 빠지지 않는다.


앞서 삼성전자 CE/IM사업부는 신청서에 기본정보와 함께 학교와 전공만 적도록 하고 있다. 행사 당일 셔틀버스를 배치하기 위한 거주지 란도 있지만 그 외의 다른 항목은 없다. LS 잡페어도 마찬가지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교와 전공을 적어야 한다. GS SHOP의 신청서 역시 이름, 연락처 등 기본 인적사항 외에는 대학명과 지역, 전공, 졸업예정일, 상담희망직무가 요구하는 내용의 전부다.


반면, 현대글로비스의 신청서에는 학교를 적는 란이 없다. 앞서 이미 잡페어를 연 현대자동차와 KT는 사전에 신청하지 않더라도 현장접수만 하면 바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은 “학교를 절대적인 선발기준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학력은 참고사항일 뿐 추첨 혹은 관심도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또 신청자 대다수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굳이 설명회에까지 학교를 적어야할 필요가 있느냐”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전공은 직무 상담을 위해 필요한 항목이라고 쳐도 출신학교까지 적어야 한다니 아무리 학교를 안 본다고 쳐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