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술’, ‘혼밥’ 등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혼자사는 일상이 화제가 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이다. 1인 가구의 모토는 나 혼자 사는 것이지만, 그들의 삶에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반려동물이다. 혼자이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1인 가구의 유일한 친구인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동물병원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반려동물의 진료부터 미용, 필수 용품, 교육 프로그램 등 반려동물에겐 없어서는 안 될 동물병원의 수의사가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이리온 동물병원에서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로 대표 반려동물인 개나 고양이를 진료하고, 미용이나 애견 용품 판매,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들의 가장 많은 질병은 뭔가?

구토나 설사, 피부병, 기침 증상으로 찾는 동물이 가장 많다. 개의 경우 아무거나 막 먹는 습성이 있어 상한 음식을 먹는 경우 구토나 설사, 피부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먹다가 개나 고양이에게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도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직업의 세계] 반려동물의 멘토, 동물병원수의사_황궁남 이리온동물병원 상암점 원장


-최근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많이 기른다. 자연스레 반려동물 용품이나 미용, 병원의 이용 빈도가 늘어나면서 산업 규모도 커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규모는 커지지만 관리가 안되는 부분도 있다. 보통 주인이 집에 없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반려동물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반복되면 이상 행동으로 이어져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분들께는 두 마리를 키우는것을 권장한다.


-반려동물산업이 커지면서 동물병원도 많이 생겼을것 같은데, 어떤가?

동물병원은 이미 포화상태다. 우리 동네(상암동)의 경우, 버스 정류장 세곳 사이에 네 개의 동물병원이 있을 정도니까. 국내 동물병원은 용품이나 미용분야로 발전하고 있는데 반해 외국은 동물 진료가 목적인 전문 병원이 주로 운영된다. 개인적으론 외국처럼 미용과 용품 그리고 전문 병원으로 나눠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내 전문 동물병원 현황은?

한 2~3년 전부터 피부나 치과, 안과 등 몇몇 전문 병원이 생기고 있긴 하지만 미비한 수치다. 동물병원도 전문화가 돼야 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데, 아직 수요가 많지 않고 그나마도 수도권에만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수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

학창시절 때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았다. 어릴 적엔 밖에서 개와 뛰노는 게 일상이었다.(웃음) 고등학교 때 진지하게 수의사라는 직업을 고민하다가 경상대 수의학과로 지원하게 됐다. 마침 사촌형이 양돈수의사라 대학 때 실습을 나가기도 했다.


[직업의 세계] 반려동물의 멘토, 동물병원수의사_황궁남 이리온동물병원 상암점 원장

-수의학과에서는 어떤 과목을 배우나?

수의 내과를 비롯해 수의 외과, 병리학, 행동학, 조직학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운다. 전국에 수의대학이 10개 정도 있는데, 예과 2년, 본과 4년을 공부하고 본인 선택에 따라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한다.


-수의사 종류도 다양한 걸로 알고 있다. 어떻게 나눠지나?

우선 개, 고양이 반려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수의사’, 소, 돼지, 닭을 다루는 ‘산업동물수의사’, 그리고 동물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직수의사’로 나뉜다. 보통 60~70%가 동물병원수의사를 선택한다.


-수의사가 되기 위해선 모든 동물에 대해 배워야 하나?

그렇지 않다. 수의사 종류에 따라 배우는 동물이 달라진다. 보통 동물병원수의사는 대표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공부하고, 산업동물수의사는 소나 돼지, 닭을 공부한다. 간혹 파충류나 조류 등 특수동물을 전공하는 수의사도 있다.


-수의사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수의사가 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학교 성적이 좋아야 한다.(웃음) 물론 동물을 좋아해야 하는데, 진료를 하다보면 동물들의 좋은 상황보다 안 좋은 상황을 더 자주 보게 된다.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직업이다. 그리고 후각이나 촉각이 뛰어난 것도 직업적 장점이 될 수 있다. 동물들이 질병이 있을 때 풍기는 냄새나 혹은 변 냄새를 맡고 상태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 시 사람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

의사소통 여부다. 사람의 경우, 환자가 직접 아픈 부위를 말하지만 동물은 키우는 주인이 예측해 수의사에게 말해줘야 한다. 대부분 작은 질병인 줄 알았는데 큰 병이 발견되거나 병을 키워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키우는 동물이 이상 증세를 조금이라도 보이면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직업의 세계] 반려동물의 멘토, 동물병원수의사_황궁남 이리온동물병원 상암점 원장


-진료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경기도 남양주의 한 동물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할 때였는데 늦은 밤 할머니 한 분이 급하게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오셨다. 새끼를 낳은 지 얼마 안된 어미 개였는데, 갑자기 몸이 경직되면서 쓰러졌다는 얘길 듣고 응급 조치를 했었다. 치료를 하는 내내 할머니께서 안절부절 못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시더라. 혼자 사는 할머니였는데 개한테 의지를 많이 하셨던 터라 혹시나 잘못되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 응급 조치를 마치고 건강하게 할머니 품으로 어미 개를 돌려보낸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꼭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이 있다면?

우선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은 사람과 다르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동물은 몸의 구조나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먹는 것부터 행동하는 것까지 키우는 사람의 몫이다. 그리고 반려동물의 기본 권리인 건강할 권리, 안전할 권리를 잘 지켜주셨으면 한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있나?

얼마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9년 정도 함께했던 강아지였는데, 유선 종양이 생겨 직접 수술을 했지만 다른 곳으로 전이가 돼 하늘나라로 떠났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두 번째인데 이별할 땐 항상 힘든 것 같다. 그래서 당분간은 키울 생각이 없다.


[직업의 세계] 반려동물의 멘토, 동물병원수의사_황궁남 이리온동물병원 상암점 원장


-진료할 때 동물들에게 물리거나 할퀴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아주 많다.(웃음) 그래서 큰 개나 사나운 개를 진료할 땐 왼손이 먼저 나간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다. 오른손이 물렸을 경우엔 자칫 수술을 못할 수도 있으니까. 매순간 조심해야하는 직업이다.


-대표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 외 많이 키우는 동물이 있다면?

개나 고양이 외에 설치류 동물인 햄스터나 구관조, 앵무새 같은 조류도 많이 키운다. 파충류도 키우긴 하는데 온도조절이나 먹이 등 신경써야할 게 생각보다 많아 키우기 어렵다고 들었다.


-연봉 및 복지혜택은?

수의사들 사이에서 하는 얘기가 공부한 것에 비해 연봉이 적은 직업이라고 한다.(웃음) 요즘 시작하는

수의사들은 첫 연봉이 2,500~3,000만원 정도 된다고 들었다. 병원에 소속된 수의사 같은 경우 월200~500만원 정도고, 개인병원은 워낙 편차가 심해 평균 연봉을 낼 수 없다.


-수의사의 비전은?

아직 국내 동물 연구가 미진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연구직수의사가 해야 할 부분인데, 수의사 지망생들이 연구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근무 조건이나 연봉 개선이 필요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대우가 더 좋아 연구직 수의사의 경우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 동물병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치킨 게임을 하듯 가격 하락으로 경쟁하고 있어 의료의 질이 낮아지는 문제도 반드시 개선돼야할 부분이다.


-수의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단순히 직업으로만 보면 수의사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많다. 여수의사의 경우엔 결혼식 때 모두 장갑을 낀다. 이유는 손에 물리고 뜯긴 상처가 많아서다. 어떤 일을 하든지 마찬가지이지만 어떤 직업인지 정확히 알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강홍민 기자(khm@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