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만 뽑는다' '경력 부풀려라' 글로벌취업상담회 찾아가 봤더니


“경력이 2년 정도 있어야 그 회사에 지원 할 수 있는데 경력이 부족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싱가포르 호텔에 입사하고 싶은 지원자)

“경력이 많이 부족하지 않으면 입사 조건에 맞게 조금 부풀려 작성하면 된다.”

(고용부 워크넷 상담 부스 직원)

5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6 글로벌 취업 상담회’에서 고용노동부 강남지원센터 부스에서 오간 대화다.


이 행사는 해외 취업을 원하는 취준생들에게 현장 채용에서 멘토링까지 한 자리에서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열렸다.


고용노동부(장관 이기권)가 주최하고 KOTRA(사장 김재홍)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박영범)이 공동 주관했다. 하얏트, 몬트리얼은행, 닛산, 혼다 등 글로벌 1000대 기업 7개를 포함해 121개국의 기업들이 참가했다.


이 행사에는 사전 이력서 접수자 중 1차 서류 전형에 통과한 5000여명의 구직자들이 몰려 해외 기업 취업 열기를 가늠케 했다. 하지만 행사 취지와 무색하게 불성실한 준비로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면접에 참가한 지원자 중 다수가 이번 상담회를 ‘희망고문’이라고 규정했다. 외국계 호텔업에서 종사하고 싶다는 한 지원자는 “신입을 뽑는다고 해서 기대를 품고 준비했는데, 막상 와보니 2년 이상의 경력자를 뽑더라.”며 “각 기업 당 모집인원도 한 자릿수에 그쳐 들러리 역할을 한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경력만 뽑는다' '경력 부풀려라' 글로벌취업상담회 찾아가 봤더니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이에 고용노동부 측 직원이 아예 경력 조작을 권유하기까지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취업을 하고 싶은데 경력이 부족해서 어떡하냐.”는 취준생의 상담에 “뻥을 쳐도(조금 부풀려도) 된다.”고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넸다.


기업 측 면접관들의 ‘자화자찬’ 시간이 길어져 정작 면접을 보지 못하고 하염없이 대기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미국계 대학교 교직원 면접을 기다리던 한 여성 지원자는 “사전 면접 스케줄을 알려줘 시간에 맞춰 준비했는데, 면접관이 여학생들을 모아놓고 개인 강의 비슷한 연설만 하고 있어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대부분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로 구성된 현장 스태프들은 행사 취지와는 무관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면접시간 지연 등을 해결해 원활한 상담회 진행에 노력하기 보다는 부스 당 방문인원을 체크하는 등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