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시즌을 맞아 대학가는 요즘 한창 뜨겁다. 캠퍼스만의 특색 있는 주점과 각종 공연 및 이벤트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준비된 밥상인 축제, 학생들은 그저 맛있게 먹으면 된다. 아니 재밌게 즐기면 된다. 그러나 이를 즐기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고 하는데?


Bad luck kids concept
Bad luck kids concept


결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울고 싶은 공돌이들

개강 후 종강까지 공대생에게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바로 엄청난 양의 과제와 쪽지 시험이다. 공과대학 특성상 타 전공에 비해 학습량이 매우 많다보니 자연스레 과제의 양도 많고 쪽지 시험의 빈도도 잦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다수의 공대생들은 방과 후 도서관으로 직행하기 일쑤다. 이는 축제기간에도 마찬가지. 밖에서 들리는 트와이스의 ‘Cheer up' 노래 소리를 들으며 공부하기란 고문과도 같지만, 학점을 생각하면 마냥 놀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인하대 신소재공학과에 재학 중인 공대생 ‘공돌이’ 씨에게도 축제는 먼 나라 얘기다. 당장 축제 기간에 ‘공업수학’의 쪽지 시험을 한차례 보고, 그 다음 주에는 ‘재료열역학’의 3차 시험(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외에 치르는 정규 시험)이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축제 기간 밤을 새도 벅찬 ‘깜지’과제까지 주어졌다. 깜지 과제의 경우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노트를 최소 2번 이상 그대로 베껴야 한다. 그는 말한다. “저에게 축제를 즐기는 건 사치예요” 그는 위안한다. “대학에 놀러온 거 아니잖아요? 공부하러 왔지. 저 하.나.도 슬프지 않아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발등에 불 떨어진 死학년

대학교 4학년이 되면 졸업 논문을 쓰게 된다. 보통 pass/fail 형식으로 학기가 끝마치기 전까지 하나의 주제에 관한 논문을 완성해야 한다. 논문을 제출하지 못할 경우 졸업이 불가능하니 4학년, 그 중에서도 막 학기 학생들은 기필코 논문을 완성해내야 한다.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 같다고나 할까? 4학년 학생들에게 기말고사가 다가오기 전인 5월 셋째, 넷째 주는 논문을 완성할 황금 시기다.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인 ‘死학년’씨는 국제정치에 관한 논문을 작성 중이다. 곧 다가오는 기말고사에 논문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기말고사 전까지 완성하자니 축제를 포기해야하고, 그렇다고 축제를 즐기자니 양심에 찔려요. 축제를 온전히 못 즐기는 것도 서러운데 4학년이라는 타이틀이 저를 혼란스럽게 해요. 요즘 들어 여긴 어디고 저는 누군가에 대한 생각을 종종하죠. 간혹 해탈의 경지에 올라 누구보다 축제를 신나게 즐기는 사람이 생긴다고 하는데 그게 저일까 두려워요”


홍길동은 좋겠다, 분신술이 가능해서!

오늘도 열일하는 아르바이트몬

한국외대에서 영어통번역을 전공으로 하는 ‘아르바이트몬’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영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학원 강사는 돈도 벌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아르바이트이다.


하지만 학원 특성상 일을 빼기란 거의 불가능. 다른 아르바이트처럼 ‘대타’를 구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축제와 같이 큰 학교 행사가 있는 날에도 그녀는 수업이 마치면 학원으로 곧장 발길을 돌려야 한다. “이럴 때면 몸이 1개라서 서글퍼요. 홍길동처럼 분신술을 할 수 있다면 제 분신은 학원에 보내고 전 축제를 즐길 거예요.”


글 전소민(인하대 4) 대학생기자 thals_93@naver.com


"축제가 뭐죠?"  대학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