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들이 원하는 진짜 인재는?

뽑아달라고 자꾸 구애하면 오히려 ‘독’

자소서·인적성·면접을 관통하는 핵심은 ‘인성’



기업이 전문성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요? 천만의 말씀이에요



양광모 교수

국내 한 대기업 금융계열사에 입사한 뒤, 필기시험 고득점 입사 이력으로 아예 출제위원으로 발탁돼 직접 필기 문제를 만들었다. 애널리스트로 기업분석을 주로 하다가 퇴직 후 현재 취업컨설팅을 담당 중이다. 양 교수가 다양한 인사담당자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쌓은 취업 노하우를 아래에 싣는다.



제가 얼마 전, 개인 블로그에 두 개 질문을 올렸어요. 그런데 정답을 말하는 친구가 없는 거예요. 댓글이 100개 가까이 달렸는데 70번째 친구가 비로소 정답을 맞혔죠. 감격스러울 정도였어요.



첫 번째 문제) 아래 두 자소서 항목 중 인사담당자의 눈길을 끄는 항목은 무엇일까.

A :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초등학교 앞에서 조그만 수퍼를 운영하셨습니다. 부모님을 도와 가게에서 일하면서 아이들이 마치 수퍼를 백화점처럼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안에는 친구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것들이 가득 있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어른들이 늘 오고 싶고 물건을 사고 싶은 백화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B : 저는 학생회 회장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쌓았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봉사활동과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백화점이 원하는 협동심을 길렀습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백화점이 원하는 역량이라 생각하고 제가 그런 인재상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문제) 이중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인재는?

1. 인성과 가치관이 바로 선 학생

2.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이 있는 학생.

3. 지원하는 회사를 사랑하는 학생

4. 밝고 긍정적인 학생.



각 문제의 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첫 번째 문제에 대한 답은 A, 두 번째 문제는 1번입니다.

주변 인사담당자들에게 첫 번째 문제의 B사례를 보여줬어요. 다들 한숨을 쉬더군요. 자소서를 보면 다 이 사례와 같은 식이라는 거예요. 식상하다는 의미죠. 하지만 첫 번째 사례는 진심이 느껴지잖아요. 인사담당자들도 마찬가지예요.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를 원하는 거예요.

두 번째 문제도 같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두 번째 문제에서 헤매더군요. 요즘 직무역량이 중요하다고 해서 다들 2번으로 찍은 것 같아요. 하지만 기업이 원하는 직무는 학생들의 생각과는 조금 다릅니다. 신입은 현재의 직무능력이 아니라 잠재적인 직무역량이 중요한 겁니다. 입사 후 현업 연수 등을 통해 역량은 키워나갈 수 있는 거죠.

대신 자신의 인생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그 속에서 어떠한 업을 택해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꿈과 비젼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은 자기 것만 보여줘도 돼요. 남녀 관계도 비슷하잖아요. 날 좋아해달라고 계속 구애하면 오히려 매력이 떨어져요.

면접 때 자기소개도 마찬가지예요.필기 합격통보를 받고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대학에서 4년간 준비한 *** 엔지니어로서의 꿈을 만들어가기는 첫걸음을 땠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제밤 설레는 맘으로 3시간 밖에 자지 못했지만 오늘 제 역량을 선배님, 면접관님께 최선을 다해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시작한다고 해봅시다.


보통 하루에 수 백 명을 만나는 면접관은 대개 면접장에서 다들 자소서를 훑어보거나 특별한 기대감이 없을 수 있어요. 그럴 때 이렇게 진심을 담은 문장으로 시작하면 다들 고개를 들고 보겠죠.

인재상,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보통 인적성은 외주업체가 제작한다고 알려져 있잖아요. 하지만 인성 같은 경우에는 외주업체가 문제를 만들어 주긴 하지만, 전체적인 설계와 수정 보완은 인재채용TF에서 주도하죠. 경우에 따라 인사팀이 직접 문제를 바꾸기도 해요. 예를 들어, ‘회사를 위해 작은 불법도 저지를 수 있다’라는 보기가 있어요. 이게 갓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들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기업의 관점은 또 다르거든요.

인재상을 자소서나 인성검사의 각 문제에 녹이는 작업도 하죠. 인재상이 기업별로 대동소이한 것 같지만 사실 조금씩 달라요.

예를 들어, 협력사와의 협업이 많은 제조업체를 볼까요. 현대차의 핵심가치를 보세요. ‘소통과 협력(타 부문 및 협력사 상호 소통과 협력, 공동체 의식, 시너지 효과)’가 있죠. 인재상에도 ‘협력’이 있어요. 이 역량이 중요하다는 거죠.

자소서도 보세요. 지난해 하반기 영업인턴 공채를 보면 네 번째에 ‘살아오면서 여러 방면의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고자 노력하였던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세요.’라는 게 있죠.

이렇게 인재상이 중요해요. 많은 친구들이 기업들 인재상이 비슷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한번 유심히 기업 홈페이지를 훑어보세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기업이 전문성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요? 천만의 말씀이에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