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레터] 말하듯 글을 쓰기가 왜 어려울까요?


말하듯 글을 쓰기가 왜 어려울까요?


<캠퍼스 잡앤조이>는 대학생기자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30명, 모델 20명, 서포터즈 50명 규모인데요, 실제로는 그보다 조금 적습니다. 그 중 취재기자는 월 1회 정기모임을 가집니다. 대학생기자 6명 당 한 명의 기자가 담임을 맡아 한 시간 정도 기획회의를 합니다. 그 뒤 한 시간은 전체 모임을 가지는데, 제가 기자로서의 능력을 키우기 위한 간단한 강좌를 합니다. 지금까지 두 번을 했는데, 한 번은 글쓰기, 한 번은 사진 찍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끝난 뒤에는 뒤풀이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희 학교 한 교수님은 글을 말하듯이 쓰라고 하던데요.” 강좌에서 제가 “글에서 구어체적 습관을 지워야 한다”고 한 뒤였습니다. 구어체적 습관이란 ‘사실’ ‘물론’처럼 말 할 때는 필요하지만, 글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수식어들을 말합니다. 여러분들이 쓰는 글에서 ‘사실’ ‘물론’과 같은 것들을 빼 보십시오.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사실’ ‘물론’ 뒤에는 그 뉘앙스에 맞는 문장이 오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수식어가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필요가 없는데 자리를 차지하니 글이 늘어지고 매끄럽지 않게 됩니다.


그럼 말하듯이 쓰면 안 되는 것일까요? 불필요한 수식어만 뺀다면, 저는 말하듯이 쓰는 것이 최고의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말하듯이 쓰려면 주제에 정통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맛집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쓸 때는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쓰지 않습니까. 그 곳에 안 가본 사람보다 직접 가본 내가 이 맛집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말하듯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세계경제 불황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기사 또는 레포트를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과연 이야기하듯 쓸 수 있을까요? ‘나’는 세계경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잘 아는 척 성의를 보여야 하므로 권위적 문체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1인칭 화법보다는 전지적 관찰자 시점이 되죠. 미국 FRB(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정도 되면 세계경제라는 주제도 1인칭 시점에서 말하듯 쓸 수 있겠지요.


현직 기자들이 쓴 글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입니다. 샌님처럼 생긴 고참 기자들은 글 속에서 유유히 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반면 발랄해 보이는 젊은 기자들의 글은 엄숙하고 딱딱합니다. ‘패피(패션 피플)’로 통하던 한 후배에게 “너는 외모는 그렇게 매력적으로 꾸미면서, 너의 생산물은 왜 이렇게 안 매력적이냐”라고 한 기억이 떠오르네요.(그래서 관둔 건 아니겠지ㅠㅠ)


단언컨대, 말하듯이 쓴다는 것은 글쓰기의 최고 경지입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힘듭니다.


우종국 취재편집부장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