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뉴욕으로 날아온
스물여섯 여자의 막무가내 뉴욕 포토 에세이
Dear. New York (디어뉴욕)
[Dear.New York] 프롤로그. Why not?
자신을 스스로 먹여 살리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냐고. 아버지는 그동안 얼마큼의 무게를
지고 계셨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때, 평생을\r\n이렇게 살아가기엔 내 인생이 턱없이 길고
슬플 것만 같아서 이기적이게도 모든 걸 다 내팽개쳐 버리고 이곳, 뉴욕으로\r\n왔다.
하고 싶은 것은 여전히 계속되고, 하지 못할 수밖에\r\n없는 이유도 계속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는, 오늘은 이랬다가 내일은 저럴 수도 있는 나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동굴 속이 아닌\r\n세상 밖으로 이끌어 줄 것을 나는 안다.
나는 그럴 것이다.
2015년 4월 5일~2015년 6월 7일
나는 운이 좋게도 ‘이 취업난 시대’에 예상보다 짧게 인턴을 마무리하고, 원하던 패션 회사에서
정직원으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사회생활에 적응하랴,
졸업작품 하랴, 시험 치랴,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나온 것을 집 나 온 지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된 날도 있었을 만큼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한동안 지속됐다.
긴장의 연속이었던 마지막 학기를 무사히 마칠 무렵, 회사생활에도 점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옷’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좋았다. 분에 넘치는
막내의 사랑을 받으면서 회사를 다녔다. ‘LOVE IS BLIND”라고 했던가. 너 아니면 죽을 것만
같은 첫사랑에게서도 이내 미운 점이 하나둘 불뚝 거리듯이, 회사와 나의 관계도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이란 게, 아니 더 정확하게는 ‘나란 사람’이란 게 변덕이 이렇게 심하지만 않았어도
아마 나는 지금도 여전히 명절 때면 엄마 아빠한테 드리고 싶은 선물을 사 들고 부산으로 향하거나, 바뀌는 계절마다 동생한테 필요한 것은 없는지 요즘 중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할
법한 것들을 고른 다음 몰래 집에 도착하게 하는 소소한 행복에 빠지기 위해 월급날만을
기다리고 있겠지.
일해본 사람들은 알 거다. 신기하리만치 주말은 너.무 짧고 그.놈의 월.요.일은 계속해서 들이
닥치는데, 월급날은 정말 돌아오긴 하는 건지. 일하고 있어도 돈은 항상 부족했고,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것으로 내 인생을 위로하기에 나는 이미 욕구불만이었다.
매일 아침 꿈을 잃은 로보트로 꾸역꾸역 지각없이 출근하고, 매일같이 야근하고 나면
‘로보트야, 지금 상태에서 자기계발은 사치야.’ 하는 생각으로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하루 속에서 당시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은 무척이나 충동적인 것들로 ‘당장 떠나고 싶다.’거나
‘미친 듯이 쇼핑하고 싶다.’거나 ‘달콤한 거 마구 처넣고 싶다’ 같이 ‘나 지금 터지기 일보 직전
이야’를 대신하는 말들이었다.
그렇다. 첫 번째 직장에서 나는 회사와 다정한 연인으로 남는 데에 실패했다.
글·사진 Chloe Park \r\n\r\n 블로그 인스타그램 \r\n\r\n @hello___imchloe | \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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