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자소서도 다시 보자

이력서 ‘학교·학점’, 자소서 ‘경험’ 가장 많이 봤다


삼성·현대자동차·LG·SK·롯데·CJ까지 재계 순위와 더불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입사 선호도가 높은 6개 기업의 2016년 상반기 서류전형을 분석했다. 서류전형은 크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로 나뉘는데, 두 부문 모두 6개 기업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항목이 있었다. 이력서에서는 ‘출신학교와 학점’, 자소서에서는 ‘경험’이었다.



# 이력서 “CJ, 삼성 이어 대학교 수강과목란 추가”


재계5위 기업,  이력서는 ‘학교·학점’, 자소서는 ‘경험’  평가



기업이 이력서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학교와 학점이었다. 조사 대상 기업 6곳 모두 출신학교와 학점을 기입하도록 했다. 출신학교의 경우 일부는 고등학교 재학기간과 학교명, 소재지까지 쓰도록 했다. 학점은 기업마다 평가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교양 등 일반과목 대신 전공이나 지원 직무와 관련된 특정 과목을 집중적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모든 이수과목과 함께 수강 시기, 재수강 여부까지 입력하도록 했던 삼성그룹이 지난해 하반기 사실상 서류전형을 도입하면서 전공 학점의 중요성을 키운 데 이어 CJ그룹도 올 상반기 ‘대학교 수강과목’ 란을 추가했다. 지원 직무와 관련된 과목을 중심으로 성적 상위 3개 과목의 학점을 입력하도록 한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LG그룹도 전체평점 외에 전공평점을 추가로 기입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어학성적과 자격증 순이었다. SK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5곳이 모두 두 항목 기입란을 마련해놓았다. 다만 LG·롯데·CJ는 성적을 입력하지 않아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데 비해 삼성그룹은 일정 수준의 영어 말하기 성적 기준을 마련해 놓았다. 이 회사는 또 한자와 중국어 성적을 적도록 하고 기준 성적을 넘은 지원자에게 다음 단계인 삼성직무적성검사에서 가산점을 부여한다.


직장이나 인턴 경력을 상세하게 기입하도록 하는 곳도 4곳이나 됐다. 삼성·현대차·롯데·CJ는 이전에 근무했던 기업명과 직무 혹은 직급, 고용형태, 경력기술서까지 적도록 했다. 현대자동차와 롯데그룹은 각각 종료 및 이직 사유도 요구했다.


회사별로 특이한 항목도 있다. 삼성그룹은 ‘학업 외 활동 중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준 활동이나 경험’을 100자 이내로 적도록 했다. 또 교내외 동아리, 스포츠 활동, 인터넷 공간 등 다양한 곳에서의 연수사항도 필요로 했다. CJ는 CJ 아르바이트 경력을 따로 적게 했다. CJ의 CJ CGV, CJ 올리브영, CJ 푸드빌은 자사 아르바이트 경험자를 서류전형에서 우대한다.



# 자기소개서 “경험 가장 많이 물었다”



재계5위 기업,  이력서는 ‘학교·학점’, 자소서는 ‘경험’  평가



6개 기업의 자기소개서 요구사항은 다른 듯 비슷했다. 질문은 다양했지만 크게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 직무역량, 성장과정 네 가지를 필수로 물었다. 현대자동차·LG·SK·CJ는 계열사별로 자소서 문제가 일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기 어려웠지만 전체적인 평가항목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특히 6개 기업 모두 과거 경험을 묻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SK텔레콤은 5개 질문에서 모두 구체적 경험을 요구했다.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이나 독창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 등 종류도 다양했다. 이는 과거 경험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고 입사 후 창출할 성과를 예측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19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부산 잡콘서트’에 참석한 복성현 이랜드리테일 채용팀장은 “자기소개서에서는 미래의 의지보다 과거 경험을 위주로 본다. 근거로 뒷받침하기 어려운 미래보다 과거의 객관적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요구하는 글자 수는 SK텔레콤이 3500자로 가장 많았다. 답변 글자 수뿐 아니라 질문을 이루는 문장의 길이도 가장 길었다. 다음으로는 삼성, CJ제일제당 순이었다. 가장 짧은 곳은 LG전자였다.


기업별로 독특한 문제도 있었다. 삼성그룹은 ‘최근 사회 이슈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를 선택하고 자신의 견해를 기술하라’고 했는데, 이는 추후 면접질문으로 활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롯데는 구체적으로 ‘입사 후 10년’ 동안의 회사생활 시나리오를 500자 이내로 적도록 명시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