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레터] 좋아하는 일 vs. 돈 되는 일


대기업 일은 왜 재미가 없을까?


지난 3월엔 주요 대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접수가 한창이었습니다. 각 대학들마다 기업들의 채용설명회가 한창이었는데요, 저는 연세대에서 있었던 CJ그룹 설명회에 가 봤습니다. CJ프레시웨이와 CJ E&M 인사담당자가 나왔는데요, 학생들의 관심은 CJ E&M에 집중됐습니다. 다들 알겠지만 <응답하라 1988>, <치즈인더트랩>처럼 최근 가장 핫한 드라마(이 때는 ‘태양의 후예’가 갓 4화를 방영한 직후였습니다)를 만든 tvN을 거느린 회사라 그런 듯했습니다. 식자재 공급업체인 CJ프레시웨이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어 보였습니다. ‘상대적’이라고 한 것은 매력이 없어 보여도 대기업이니 경쟁률은 상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미디어기업은 젊은이들의 관심을 받을까요? 이해는 갑니다. 저도 방송사 입사를 꿈꾸며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으니까요. 대기업에선 무슨 일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고, 재미도 없어 보였습니다. 반면 방송국에는 TV 속의 볼거리들처럼 재미난 일들이 가득할 것만 같았습니다.


직장생활을 13년째 해 보니 방송사 입사가 재미를 보장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3월 16일 ‘방송작가 유니언’이 발표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는 열악한 방송작가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굳이 방송작가들의 현실을 세세히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얘기하려는 것은, 대기업에서의 일이란 계획을 수립하고 그 일을 할 협력업체를 찾아 일을 맡기는 컨트롤 타워로 점점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설사라면 개발 계획을 수립하거나 개발을 원하는 고객사의 일을 따내는 것이 주요 업무입니다. 실제 땅을 파고 골조를 세우고 외장과 실내 공사를 하는 것은 개별 전문업체가 합니다. 몸값 비싼 대기업 직원이 저임금 노동까지 해서는 효율성이 나지 않으니까요. 진짜 멋진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면 건축사무소에 들어가 대기업·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해 일감을 따내면서 해야 합니다.


창의적으로 뭔가를 만드는 기쁨은 대기업이 아니라 협력업체에 있습니다. 대기업의 일이 재미없는 이유가 그것이죠. 재미있는 일은 돈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감독, 작가, 카메라맨으로 이름을 떨치는 길은 ‘돈 안 되는 일’에 있습니다.


이 얘길 꺼내는 이유는,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개인의 노력과 역량으로 성공을 이루는 길은 대기업이 아니라 작은 기업에 있으니까요. 물론 그 길은 대기업 입사보다도 더 좁은 길이기도 합니다.


우종국 취재편집부장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