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레터] ‘취업’은 ‘입시’가 아니다


Editor's Letter

‘취업’은 ‘입시’가 아니다


‘된장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허영심 많은 사치스런 여자’ 아니냐고요? 소비자 관점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생산자 관점에서는 어떨까요? ‘매력적인 상품·서비스에는 언제든 지갑을 열어 제끼는 소비력을 갖춘 젊은 여성’입니다. 기업은 어떻게 하면 그런 ‘된장녀’가 돈을 아끼지 않고 구매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어떤 이들은 스타벅스의 비싼 커피값이 불만이겠지요. 그렇지만 어떤 이들에게 스타벅스는 맛있는 커피와 아늑한 공간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커피값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누군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준다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습니까? 왜 그럴까요? 그 이유가 바로 취준생들이 늘 연구·분석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매력적인 상품·서비스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 그것이 기업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창업 경험이 취업시장에서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창업을 했다는 것은 격렬하게 생산자 입장이 되어 보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인 제품을 고민하고 있다면 창업을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전략을 가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도 이런 얘기를 해 주지 않았으니까요. 초등학교부터 오로지 입시만을 위한 교육에 익숙한 대학생으로서는 취업 준비도 입시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남보다 열심히 해서 스펙을 높이면 취업할 것이라는 생각에 학점, 토익을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러나 취업은 입시가 아닙니다. 기업의 목적은 상품·서비스를 팔아 돈을 버는 것입니다. 그에 맞는 관점을 가져야만 취업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사회 비판적이던 학교 선배가 취업만 하면 친기업적으로 바뀌는 이유는 생산자 관점으로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소위 ‘금수저’가 취업을 잘 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좋은 브랜드를 경험하면서 생산자적 관점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신이 ‘흙수저’라면 신세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금수저를 따라잡기 위해 격렬하게 생산자 관점을 연구해야 합니다.

너무 세속적인 생각 아니냐고요? 저는 오히려 금수저를 욕하면서 취준생에게 스펙 장사를 하는 취업 장사꾼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비싸더라도 장인정신을 가지고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제품을 파는 기업은 존경할 만합니다. 그렇지 못한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소비자 기만과 노동착취뿐입니다.

<캠퍼스 잡앤조이>가 취업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생산자 관점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것은 확신합니다.


우종국 취재편집부장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