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Column


중요한 역할은 늘 달라진다

그래도 나는 주연이다



'강소기업채용박람회'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구직자들이 취업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강소기업채용박람회'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구직자들이 취업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살아가면서 주연(主演)을 맡아 신나게 그 역할을 수행하면 좋겠지만 나에게는 늘 관심이 적은 조연의 자리만 주어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연이 주연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베테랑 조연들은 주연 못지않게 눈에 띄고 관심을 받는다.


주연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변하는 세상에 어떻게 부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단기적 시각으로 보면 주연은 정해져 있다. 금수저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연으로 갈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성공한 사람 모두 금수저를 갖고 태어난 것은 아니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가지는 전문성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만두의 달인, 타이어 정리달인, 접시닦이 달인 등 다소 홀대받았던 곳에서 달인이 탄생한다.


인사팀은 언제나 인기 있을까


직장에도 모두가 선호하는 부서가 있다. 하지만 역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2000년 이전의 성장기 시기에는 회계나 영업부서가, 현재는 연구개발, 기획, 마케팅 인기다. 글로벌 시대인 만큼 해외파견이 가능한 곳이나, 편하고 개인생활이 보장되는 부서를 선호하기도 한다.


이렇게 주연의 자리는 시대에 따라 바뀐다. 또 다른 주연의 역할 변화도 있다. 자신이 맡은 조연 일을 주연의 역할로 바꾸는 것이다. 시대는 꾸준히 변하고 필요한 역할도 달라진다. 현재의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주목을 받게 된다. 회사는 필요 없는 일을 하지 않는다.


영리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업무를 분장해 놓은 것이다. 만약 다른 일들이 모두 정상궤도에 올라 있다면, 아직 궤도에 오르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지금 궤도에 오르지 못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기업은 더 도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내 보잘것없는 일이 주연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견디고 이루어내는 사람은 소수이다.


중요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모두가 중요한 일만 한다면 누가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얼핏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린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주연의 자리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주연의 자리에 있어도 그 사실을 모른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정에서 주연의 자리는 아버지일까, 어머니일까. 딸일까, 아들일까. 사실 우리 모두가 주연이다. 빈자리를 만드는 사람이 주연이고, 나약하거나 아픈 사람도 주연이다. 주연이 되고 싶다면 반드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그 역할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것도 서로 사랑하면서 말이다. 삶을 긍정하는 사람은 늘 오늘의 주연이다.


글 이동우 롯데중앙연구소 HR L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