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레터] 헌법소원이라도 할까요?

Editor's Letter


헌법소원이라도 할까요?



안녕하세요? 2015년 12월 8일자로 <캠퍼스 잡앤조이> 취재편집부장을 맡은 우종국입니다. 이전에는 한국경제매거진이 발행하는 <한경비즈니스>의 기자였습니다. 연말이라 큰 인사이동이 있었고, 당일 아주 큰 술자리가 있었습니다. 다음날 바로 <캠퍼스 잡앤조이> 92호 마감이 닥쳐 ‘대지폭탄’을 처리하느라 나흘을 정신없이 보낸 기억이 나네요.(‘대지’란 인쇄할 지면을 검토하기 위해 미리 프린트한 것을 말합니다.)


보름 뒤 93호 지면을 마감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왔으니, 새로운 잡지를 한번 만들어 봐야겠지요? 다만 정치인들이 자기 색깔을 내려고 지금까지 하던 것을 한꺼번에 뒤집어엎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매체를 만드는 기자들과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지금의 자본주의에 대해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원가 1만 원짜리 ‘메이드 인 차이나’ 나이키 운동화가 20만 원에 팔리는 이유는, ‘발을 보호하는 기능’ 때문이 아니라 ‘액티브하고, 트렌디하고, 헬시하고, 패셔너블한 뉴요커가 되는 기분’ 때문이라고요. 이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문화가 제품에 깃들어 있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 새마을운동 정신이 뼛속까지 박힌 어른들이 높은 자리에 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는 천하의 둘도 없는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한국은 영원히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를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스타벅스, 나이키, 루이비통, 롤스로이스 같은 브랜드가 나오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한계이자 우리 회사의 한계이고, 한국의 한계’입니다.


그렇다면 제품에 깃든 문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고객이 경험하는 모든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제품이 중요하지, 포장이 중요한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제품을 처음 접하는 때인데, 포장이 구리면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실망할 수밖에 없겠지요. 스티브 잡스가 “보이지 않는 내부 기판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한 이유는, 겉만 그럴싸하고 속은 엉성한 제품은 애플의 문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캠퍼스 잡앤조이>는 이제 고유의 철학과 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93호(사진 참고)를 펼쳐보면 기존 발행본에 비해 간결하게 정돈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제 구상의 10%밖에는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조금씩 기존의 틀을 깨나갈 것입니다. <캠퍼스 잡앤조이>가 1년 뒤 어떤 모습일지 저도 궁금하네요.


지난 93호 표지에서는 제목을 단순하게 나열하지 않고 말풍선에 넣었습니다. 이렇게 하자 글자를 아무리 키워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표지를 말풍선으로 꾸미겠다고 하자 디자인팀장이 “이렇게 해도 돼요?”라고 묻더군요.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헌법에 나와 있기라도 한 것이냐?” 이번 94호에서도 조금 더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여러분도 <캠퍼스 잡앤조이>처럼 변화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우종국 취재편집부장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