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비켜’ 전문직으로 뜨는 트레이너의 세계


예나 지금이나 무병장수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은 간절하다. 최근 들어 건강만큼이나 아름다운 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이어트 관련 사업은 해마다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헬스나 다이어트 보조에 머무르던 데서 벗어나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등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해 본격 다이어트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문직으로 변모한 다이어트 트레이너들의 세계를 소개한다.


헬스 트레이너, 또 다른 이름의 ‘의사’


다이어트 관련 사업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임에도 계속 활성화하는 이유는 해마다 증가하는 우리 사회의 비만율과 밀접해 보인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 8월 발표한 2002∼2013년 국민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고도·초고도 비만인구가 2002년 2.7%에서 2013년 4.7%로 증가한 데 이어 10년 뒤인 2025년에는 6.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만으로 발생하는 5개 질환의 진료비도 2002년 8000억 원에서 2013년에는 3조7000억 원으로 급증할 정도로 비만은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 질병으로 손꼽히고 있다.


여기에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는 다이어트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했다. 1990년대 초 국내에 불어 닥친 다이어트 열풍으로 2001년 1조 원 가량이던 다이어트 시장규모가 올해에는 3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시장규모의 확대는 시장 다양화로 이어지고, 이를 관장하는 트레이너들의 전문성 역시 과거에 비해 나날이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트레이너들도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그 수명을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는 것이 관련 업종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비만 비켜’ 전문직으로 뜨는 트레이너의 세계

과거 서울 소재 명문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새마을피트니스 김재현(36, 왼쪽 사진) 트레이너는 전문자격증만 6개에 달하는 자타 공인 공부하는 트레이너로 유명하다.


김씨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헬스나 다이어트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정보가 난무한다. 무작정 무거운 덤벨을 들거나 장시간 마구잡이로 유산소운동을 하면 되레 몸을 해칠 수 있다. 나 역시 회원들의 다양한 체형과 체질을 다루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더욱 정확한 운동 지도를 할 수 있다. 트레이너는 이제 또 다른 이름의 ‘의사’”라며 트레이너의 전문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헬스 트레이너가 인체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정확한 운동법을 숙지하지 못한 채 획일적으로 운동을 강습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국가차원의 전문가 양성 뒷받침돼야


최근에는 전문 헬스트레이너 외에 첨단 기기로 무장한 운동 방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미항공우주국(NASA) 우주사들의 체력단련 방식에서 기초한 EMS 트레이닝은 연예인들의 ‘신(新) 다이어트’로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EMS 트레이닝은 근육에 직접 신호를 보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을 단련하는 기술이다. 외형에 영향을 주지만 단련이 힘든 속 근육을 극심한 에너지 소비 없이도 효율적으로 단련시키기 때문에 운동선수들은 물론,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젊은 여성과 관절이 약한 장년층이 선호한다.



‘비만 비켜’ 전문직으로 뜨는 트레이너의 세계

사진 = 노기환 매니저 제공


마포 EMS 전문업체 바디텍스튜디오 노기환(31) 매니저는 “100세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이제는 그저 살을 빼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다이어트의 핵심 과제가 됐다. EMS 사업에 뛰어든 것도 그런 흐름에 맞춘 도전”이라고 말했다. 노씨는 한때 육군3사관학교 교수부 군사교양학처 체육학과 교수를 역임했을 정도로 다이어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전문 헬스 트레이너다.


노씨는 “현재 우리나라 다이어트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을 가진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업체를 차리고 검증도 되지 않은 트레이너를 기용해 돈벌이만 하려 드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노씨의 주장처럼 우리나라는 현재 선진 외국과 달리 국가차원의 트레이너 전문가 자격증이 거의 전무한 데다, 돈만 내면 실체도 모르는 사설업체에서 단기간에 관련 자격증을 딸 수 있기 때문에 자본만 있으면 누구든 다이어트 사업을 차릴 수 있다. 나아가 이 같은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업계 내 생존을 위한 치열한 ‘치킨게임’이 난무하면서 체계적인 다이어트 관련 연구 대신 즉각적인 효과를 내는 광고에만 투자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


노씨는 “다이어트 관련 분야는 사람의 건강이 달린 일인 만큼 업계의 자성도 필요하지만 국가차원에서 관련 직무의 전문인재 양성과 국가 공인 자격증 도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전문가의 말처럼 늘어나는 다이어트 사업만큼이나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다이어트 트레이너의 전문성도 도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니인터뷰> 세계다이어트엑스포조직위원회 최정식 사무총장


과거와 달리 최근 다이어트 사업에도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피트니스센터 또한 크게 증가하면서 해외의 전문 강사를 초빙해 해외 피트니스 시장의 트렌드와 기구, 그리고 운동법 등을 소개하는 자리나 기회 등이 과거에 비해 자주 마련되고 있다. 현재 다이어트 시장이 과거와 달리 상당히 전문화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다. 전문가들이 전문 교육을 받고 지속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국내 다이어트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도 상당히 유익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이어트 사업에 비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다이어트 관련 소비자들의 경우 유럽?미국 등과 달리 단기간에 대폭적인 체중감량을 중시하는 성향이 짙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다이어터(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허위과장 광고가 난무하고, 경쟁 또한 치열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에도 따로 비만의학과가 마련돼 있지 않으며, 건강보험 또한 적용되지 않아 다이어터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정부나 관련 기관의 관리감독이 절실하다. 관련 업계 또한 ‘다이어트’는 곧 인간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을 유념해 더욱 안전한 다이어트 방법을 제시하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


다이어트 전문가들이 가져야 할 윤리의식이나 자질이 있다면?

다이어트는 비만과 지방이라는 문제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마다 체형과 체질,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해답 또한 더욱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운동뿐만 아니라 식단이나 시술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비전문가가 스스로 자신의 체질을 알고 적합한 다이어트 요법을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름에 걸맞게 해당 부문의 전문적 지식을 사심 없이 소비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공정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