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_정대용 교수의 기업가 정신 강의


“왜 산을 오르느냐?”는 질문에 세계적인 등반가 조지 말로리(George Mallory)는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많은 창업 학자들도 기업가가 경쟁적인 기회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말할 때 ‘기회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통찰력으로 영리하게 기회를 인식할 수 있고, 그런 경쟁적인 기회를 이용해 명성과 부를 거머쥔다.

창업 기회(Entrepreneurial opportunity)가 산처럼 객관적인 현상으로 존재한다면, 야심 찬 기업가가 해야 할 일은 남보다 빨리 기회를 발견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업 기회가 발견되기만을 기다리는 산과 같지 않다면 어찌될까? 창업 기회가 기업가의 도전적 행동을 통해 창출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스티브 잡스가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빈치인 이유
창업 기회가 형성되는 방식에 관한 두 이론 - 발견(discovery) 이론, 창출(creation) 이론 - 은 모두 ‘기업가의 목표는 기회를 형성하고 이용하는 것’이라고 가정한다(Shane & Venkatraman, 2000). 창업에 관한 ‘발견적’ 접근법, 즉 산을 오르는 접근법과 창업에 관한 ‘창출적’ 접근법, 즉 산을 쌓는 접근법은 모두 창업 행동의 발화점이다.

발견 이론에서는 기회를 인식하는 정보의 많고 적음의 차이와 그 기회를 창업 기회로 이용하는 능력, 그리고 의사결정에서의 위험 선호도와 기민성이 중요하다. 반면 창출 이론에서는 기업가가 인지한 기회가 기회 창출로 이어지도록 작용과 반작용을 거듭하며, 평가의 시행착오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높은 산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에 관한 적절한 은유는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산을 쌓아가는 것’이다. 즉 기회는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창출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전략적 창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가령 스티브 잡스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컴퓨터 매킨토시(1984), MP3플레이어 아이팟(2001), 아이폰(2007), 아이패드(2010) 등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최고의 발명품을 진화론적으로 기회 창출 과정에서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잡스는 음악 콘텐츠와 하드웨어를 결합시킨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그는 소니처럼 수조 원씩 투자해 음반사를 인수하는 대신 아이튠즈(iTunes)라는 음악 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단번에 온라인 음악 유통시장을 장악했다.

직관력(intuition)을 가진 잡스는 아이팟이나 아이폰 등 회사의 사활이 걸린 제품을 출시할 때 단 한 번도 소비자 조사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고 주장한 그는 시장분석이라는 마케팅의 기본 이론을 완전히 뒤집어 늘 새로운 것을 찾았다.

그의 생각은 ‘소비자는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또 진정한 혁신가는 무지한 소비자들이 제품이 나온 후에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라며 무릎을 치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리하여 잡스는 실리콘밸리의 IT 테크놀로지와 할리우드의 콘텐츠를 천재적으로 융합시켜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갔다. 이러한 기업가적 기회 창출의 거인 스티브 잡스를 우리는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부른다.
스티브 잡스가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빈치인 이유
정대용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벤처·중소기업 연구로 유명한 숭실대에서 ‘정주영 창업론’ 등 강의를 맡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학, 기업가 정신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