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영 단편 ‘타인들의 타인-18세’ 중에서
삶에는 성취보다 더 많은 실패와 상처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가장 큰 패배다. 항구에 있는 배는 가장 안전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존재 이유가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성공이냐 실패냐라는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에 어떻게 도전했느냐에 의미가 있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2000번이 넘는 실패를 했다. 노벨은 공장을 날리고 동생의 죽음까지 겪으면서도 결국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냈다. 오늘, 당신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가장 두려워한 실패가 현실이 되자, 나는 자유로워졌다”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야?”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비서로 취직한 한 여성이 회사에서 자주 듣던 말이다. 언제나 공상에 빠져 있느라 상사의 스케줄 메모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전화를 받으면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평범한 임무조차 해내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회사에서 쫓겨났다. 일
자리가 없어 3년 동안 주당 69파운드(약 12만 원)의 생활보조금으로 생활을 했고, 돈이 부족해 어린 딸에게 우유에 물을 섞여 먹여야 했다. 몹시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동화를 쓰고 싶다는 열망을 버리진 않았다. 매일 아침 작은 카페의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서 열심히 펜을 움직였다.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꼼짝 않고 종이 더미에 고개를 파묻고서.
첫 구상을 한 지 5년 만에 완성한 원고는 열두 군데의 출판사에서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천신만고 끝에 블룸즈버리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아동 도서로는 절대 돈을 벌지 못한다’ ‘판타지 소설 작가가 여성임이 밝혀지면 책이 안 팔릴 수 있다’며 고작 500부의 초판만 찍었다. 출간 후 그 어떤 서평도 없었다.
10년 후, 그녀가 쓴 책은 전 세계 67개국 언어로 번역, 4억 권 이상 판매돼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 됐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의 이야기다.

20년 동안 ‘삽질’만 한 만화의 대반전
“밋밋한 스토리와 캐릭터, 재미도 없고 그림체도 형편없다.”
직접 그린 만화를 들고 미국 내에 존재하는 출판사, 신문사, 잡지사 등 그림을 팔 수 있는 곳이라면 그는 어디든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초등학교·중학교 시절에는 문집에 넣을 만화를 열심히 그려 교사에게 갖다 주어도 단 한 번 실린 적이 없다. 수많은 대학에 자신의 만화를 첨부해 원서를 냈지만 모두 입학을 거절당했다.
20년 동안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았던 그의 만화는 수백 번의 실패 끝에 1950년 10월 가까스로 ‘세인트 폴 파이오니어 프레스’ 신문사에서 연재 제안을 받는다. 그 후 전 세계 75개국 26개 언어로 번역돼 2600여 개 신문·잡지에 50년간 연재되는 대기록을 세운다.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라는 부제로 더 유명한 만화 ‘피너츠’의 작가 찰스 슐츠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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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뒤 필연의 흔적
아만다가 말했다. “무엇을 준비했죠?”
어수룩해 보이는 한 남자가 대답했다. “오페라를 부르려고요.”
사이먼이 볼펜을 잘근거리며 툭 던졌다. “준비됐으면 해보세요.”
전주가 흘러나오고 남자는 심호흡을 했다. 무대 위 그에게 기대를 거는 이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푸치노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Nessum Dorma’. 그의 노래가 시작되자 스튜디오는 낮은 탄성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3분 후, 환호성과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까지 있었다.
“제 생각에 우리는 오늘 석탄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 석탄은 곧 다이아몬드로 바뀔 것 같군요.” 감격에 겨운 아만다의 한마디가 이어졌다. 그는 수천 대 경쟁률을 뚫고 2007년 영국 ITV ‘브리튼즈 갓 탤런트’의 최종 우승자가 됐다. 보잘것없던 휴대폰 판매원 폴 포츠의 이야기다.
가난하고 별 볼 일 없지만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었던 그는 돈을 모아 이탈리아에서 두 차례의 단기 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영국의 한 방송사에서 주최한 노래경연대회에서 수상한 후 드디어 꿈을 이룰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계속된 실패 중에 그가 얻은 것은 악성 종양과 교통사고, 그리고 5500만 원의 카드 빚이 전부였다. 30대 중반의 나이가 됐을 때, 그는 망설임 끝에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원서를 넣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불렀고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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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기’라고 쓰고 ‘도전의 역사’라고 읽는다
루스 핸들러의 분신 ‘바비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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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베케트의 노벨문학상
‘고도를 기다리며’가 미국 연극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 아무도 그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했다. 겨우 2주일 만에 막을 내려야 할 정도로 흥행도 부진했다. 출판사에서는 마흔두 번이나 인쇄를 거절당했다. 그의 고향 프랑스에서는 무대 근처에조차 가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베케트는 거듭되는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1969년 그는 끝내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헨리 포드의 엔진

강풀의 400통 입사지원서
‘안녕하세요. 만화 그리는 강풀입니다.’ 인터넷 만화의 중심으로 불리는 작가 강풀은 군 제대 후 400통의 입사지원서를 썼다. 구청 신문부터 생활정보신문까지 만화를 그릴 수 있는 매체라면 빠짐없이 이력서를 보냈다. 마침내 한 만화 잡지의 제의를 받아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1년 후 잡지사는 망하고 말았지만 400통의 이력서를 보냈던 끈기와 열정을 알아본 이들이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
이승환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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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지수 대학생 기자(경남대 법학 3)│사진 한국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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