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에게 듣는 직업 세계

“첫 수업에 이어 어제 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내 몸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지나온 시간 속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연결하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도 상대의 몸짓과 표현만으로 이해하고 안아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한 동작심리치유 강좌에 참석한 사람들이 남긴 후기다. 호흡과 몸짓을 통해 마음을 치유한다는 이 강좌는 예술치료의 한 영역이다. 이 밖에도 음악, 미술, 연극 등 예술 매체를 통해 심리 치유를 하는 것을 예술치료라고 한다.

예술치료사의 세계를 한지영 무용심리치료사를 통해 들어보자.
[예술치료사]몸짓 그림 음악을 통해 마음에 ‘접속’하는 일
한지영
무용심리치료사
연세대 심리학과, 서울여대 대학원 무용동작치료 전공
표현예술치유센터 ‘힐링모션’ 대표


한지영 치료사가 수강생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간단한 동작이다. 손을 위로 펼치기, 마음대로 걸어보기 등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들이다. 간단해 보이는 동작 하나에도 마음 상태가 반영돼 저마다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동작을 통해 마음을 열고, 자신도 몰랐던 정서를 표현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치유가 일어나기도 하고 생의 화두를 발견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덜기도 해요.”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춤이 좋아 스윙, 힙합 등을 배우고 또 가르쳤다는 한 씨는 춤을 추면서 성격까지 변하는 사람들을 보며 관련 직업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구글에 영문으로 검색하다가 처음 발견했어요. 내가 상상했던 영역이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안 순간 정말 행복했죠.”

이름하여 ‘무용동작치료’. 한국에 들어온 지는 15년 남짓 되었지만, 그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당시 현대무용가들이 프로이드 학파와 교류하면서 생겨난 학문이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무용치료 순으로 발전했고 그 과정에서 사이코드라마로 대표되는 연극치료도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각각의 전공이 존재하지만 점차 통합 움직임이 보인다. 할 수 있는 일도 다양하다.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를 하고, 자아성찰이나 자기 계발을 위한 심리 상담도 하고, 커뮤니케이션 스킬·소통 경영·스트레스 관리 등 프로그램으로 기업이나 단체에서 강의도 하고 있어요.”

예술치료사는 병원, 각종 심리·상담 센터에 취업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프리랜서로 개인 치료, 기업 강의에 나서는 사람도 많다. 직업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취업문은 좁은 편이지만 점차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한지영 치료사의 경우 월 300만~600만 원 수준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경로를 거쳐야 할까. 대표 양성 기관은 바로 대학원이다. 또한 관련 협회에서 주는 자격증이 있다.

“현재로서는 대학원을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경로예요. 2년 안에 치료사의 역량을 쌓으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죠. 논문뿐 아니라 임상, 슈퍼비전, 개인 보충수업 등이 필요해요.”

꼭 확인해야 할 것은 자신의 적성과 잘 맞는지 여부이다. 힘든 일도 많기 때문에 환상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예술치료사]몸짓 그림 음악을 통해 마음에 ‘접속’하는 일
“정신병동에서 임상을 하다 보면 환자에게 아무 이유 없이 맞는 일도 있어요. 계속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내 자원을 쏟아주고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치료가 끝나면 탈진할 때도 있고요. 이 분야가 떠오르고 있다고 해서 시작했다가 금세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충분히 알아본 후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예술치료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자질은 공감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또한 남을 돌보기 전에 자기 자신의 치료가 우선시돼야 한다.

“저는 아직까지도 힘들 때면 동료 그룹, 전문가 그룹에게 상담을 받곤 해요. 예술치료사는 신체적·정신적으로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야 하죠.”

한지영 치료사가 운영하는 동작심리치유 강의에는 내면의 문제를 안고 온 사람뿐 아니라 학생, 교사, 성직자 등이 직업 탐색을 하러 오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스포츠 댄스 국가대표 한 명이 찾아와 “스포츠댄서들을 대상으로 무용심리치료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어떤 분야와 접목시키느냐에 따라서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것이 예술치료의 또 다른 장점이다.

특히 남성들에게 유망한 직종이라는 다소 의외의 견해(?)를 밝혔다.

“언어치료도 중요하지만, 언어로는 설득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오랜 기간 자기 방어를 위해 철옹성 같은 벽을 쌓고 사는 사람들이 아주 많죠. 특히 고학력, 고소득 종사자 중에 이런 분이 많은데요, 예술이란 도구를 통해서 닫히고 고착된 부분을 다시 제 흐름으로 돌려놓을 수 있어요. 평소에 군인, 공무원, 국회의원, 고위직을 많이 만나는데, 아무래도 여성보다 남성들이 마음을 여는 데 힘들어해요. 공감을 잘할 줄 아는 남성 치료사가 이런 분들을 만나야 할 것 같아요.”
[예술치료사]몸짓 그림 음악을 통해 마음에 ‘접속’하는 일
대표적인 예술치료사 양성기관

무용
순천향대 건강과학대학원 심리치료학과 무용치료전공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무용동작심리치료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예술치료학과
원광대 동서보완의학대학원 예술치료학과

음악
성신여대 대학원 음악치료학과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음악치료학과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이화여대 음악치료교육대학원
경기대 문화예술대학원 음악치료학과
고신대 교회음악대학원 음악치료전공

미술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예술치료학과
건국대 디자인대학원 미술치료학과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예술치료학과
서울여대 특수치료대학원 미술심리치료학



예술치료사에 대해 궁금한 점

★전공은?

무용, 미술, 음악 등을 전공하거나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유리하다. 전공을 하지 않아도 대학원에 진학은 가능하나 부족한 부분을 꾸준히 보충해야 한다. 무용동작치료의 경우 전공자가 아니라면 춤과 무용에 대한 사적인 관심과 경험이 꼭 필요하다.

★장점은?

예술치료사의 이상적인 스케줄은 하루 한 건만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다. 시간은 2시간이 넘지 않는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또한 외부 프로그램의 경우 대부분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배경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절경을 많이 볼 수 있다.

★도움될 만한 활동은?

사회 취약 계층을 만나서 꾸준히 봉사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도와준다는 개념이 아닌, 평등한 상태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를 맺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마케팅, 홍보, 영업 등 경영 관련 공부가 큰 도움이 된다. 퍼스널 브랜딩 관리를 잘해야 안정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