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is Leader!

어느새 10월이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게 된다면 가을이 왔다는 의미다. 가을밤은 시원하고 상쾌해서 등불을 가까이하여 책 읽기에 좋다. 독서하는 계절이 따로 있을까마는 선선한 날씨와 높푸른 하늘만큼 사색에 잠기기 좋은 환경이 또 있으랴!

이 가을엔 책 읽는 사람이 돼보자.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는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책을 읽으라’고 말한다. 책만이 구원인 듯 말이다. 일단 이렇게 해보자. 명사들이 입 모아 추천하는 책부터 독파해보기로. 구원인지 아닌지는 그 뒤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을 가까이하기에 더없이 좋은 이 계절에 우리의 독서 문화는 차가운 현실로 다가온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대학 도서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한 학생 수는 220만4182명으로 2006년 1302만3831명에 비해 6분의 1로 줄어들었다. 대학 등록생 대비 대출 학생 수를 따져보면 대학생 1명당 책 대출 횟수가 1회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터무니없는 독서량과 더불어 흥미 위주의 편독(偏讀) 습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학생들의 도서 대출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분야는 대부분 흥미 위주의 소설이나 자기계발 관련 서적이었다. 반짝 재미에만 관심 있을 뿐 웅숭깊은 묵상에 빠질 수 있는 책들은 비인기 서적으로 분류되는 추세다.

사실 요즘 대학생들은 원어로 된 전공서에 스터디, 졸업 시험 등을 준비하려면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빠듯하다고 말한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토익, 자격증 시험에만 몰두하다 보니 책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소설가 은희경 씨는 지난 5월 서울시립대 강연회에서 “책을 통해서 사고의 틀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대학생들이 책을 읽을 여유조차 없어졌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왜 책을 읽지 않느냐는 질문에 많은 이가 ‘바빠서’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는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시간이 없어, 바빠’라고 말씀하는 분 중에서 자신이 목표하는 곳에, 꿈꾸는 곳에 가 있는 분을 뵌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바쁜 것 같은 착각을 하죠.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는 저도 비행기 안에서, KTX 안에서 책을 읽습니다. 집에서도 식탁 옆에 대충 훑어볼 수 있는, 간독할 수 있는 책을 한 권 두고, 화장실에도 둡니다. 따지고 보면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이렇게 많은데….”

미국의 여류평론가 마거릿 풀러는 “오늘 책을 읽는 사람이 내일의 리더가 된다(Today a Reader, Tomorrow a Leader)”라고 말했다. 인류사에 빛나는 천재들이 가지고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남다르게 두뇌가 좋다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수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

바야흐로 등화가친의 계절, 가을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사고(思考)의 빈곤’에 너무 무관심한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글 정지은 대학생 기자(경원대 신문방송 3)



올가을, 이 책만은! 명사들이 권하는 열 권의 책


[지금 당신이 읽어야 할 책] 책 읽는 자에게 복 있을지니…
갈매기의 꿈(리처드 바크)

“먹이를 찾기 위해 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나는 갈매기 조나단의 삶을 통해 우리 자신 또한 먹고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고민케 한 책이다. 눈앞의 삶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참된 의미를 찾기 위해 우리는 높이 높이 날아오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명진 스님)





[지금 당신이 읽어야 할 책] 책 읽는 자에게 복 있을지니…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혜린)

“젊은 시절 홀로 독일 유학을 간 여학생의 외로움은 학문과 철학과 인생에 대한 치열한 탐구로 겨우 정돈된다. 공부하기 싫고 지겨울 때 이 책을 읽고 내던졌다가 다시 읽기를 반복하며 내 열정을 겨우 달래곤 했는데, 젊음은 두렵고 괴롭고 아파서 참 근사한 것 같다.” (김홍신 소설가)







[지금 당신이 읽어야 할 책] 책 읽는 자에게 복 있을지니…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자신이 정한 가치만 잊지 않는다면 자유는 최고의 덕목이다. 조르바는 용기가 필요한 그 여정에 한 줌 빛이 돼줄 것이다.” (황석영 소설가)

“이성과 합리와 도덕의 간판을 건 현대 콘크리트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배 속 깊이 묻혀 있는 그 무엇을 불러일으킨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는 쉽지 않지만, 이를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리고 ‘잘난 머리’를 쓰며 으쓱거리는 나에게 빈약한 ‘팔과 가슴’을 보라고 꾸짖는다.” (조국 서울대 교수)



[지금 당신이 읽어야 할 책] 책 읽는 자에게 복 있을지니…
트래픽(톰 밴더빌트)

“최근에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그래서 많은 분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의 습관이라든지 비이성적인 판단은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 관심 있어 하는 주제들을 찾은 다음에, 그에 대해 철학자가 쓴 책, 사회과학자가 쓴 책, 자연과학자나 공학자·건축학자 혹은 예술가가 쓴 책을 두루 읽어보면서 ‘이 작은 물건이나 현상이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겠구나’ 느끼고 즐겼으면 좋겠다.” (정재승 물리학자)





[지금 당신이 읽어야 할 책] 책 읽는 자에게 복 있을지니…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베트의 지혜(소걀 린포체)

“내가 아주 많이 보는 책이다. 삶의 현상을 말하는 책은 너무 많은데, 이 책은 삶의 현상이 아니라 삶의 본질, 인간 본질에 대해서 너무나 유려한 문체로 알아듣기 쉽게 말하고 있다.

주로 티베트 불교의 개념이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본성·본질의 문제, 어떻게 살아야 더 아름다운 죽음에 이를 수 있는지도 다루고 있다. 효용성만 앞세우는 이런 시대에 삶의 본질을 바라보는 웅숭깊은 시선을 갖기 위해서는 이런 책도 한 번 접해보면 좋지 않나 생각한다. 어렵지 않고, 되게 쉽고 재미있다.” (박범신 소설가)




[지금 당신이 읽어야 할 책] 책 읽는 자에게 복 있을지니…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노엘라)

“현대는 융합과 통섭의 시대다. 기술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인문학적 지식도 필요하다. 나는 우리 젊은이들이 특히 예술적 감성과 교양을 갖춰야 진정으로 통섭적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은 음악을 씨줄로, 미술을 날줄로 엮어, 명화와 명곡을 교직한 매우 독특한 책이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섬세한 감성이 잘 어울려 새로운 독서의 기쁨을 준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




[지금 당신이 읽어야 할 책] 책 읽는 자에게 복 있을지니…
Encyclopedia Britannica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하루에 백과사전 다섯 쪽씩 읽을 것. 그런 후라면 그대는 언젠가 이 세상에 일곱 번이나 다시 태어날 힘이 생겨나리라. 아는 것이 사는 것이다.” (고은 시인)







[지금 당신이 읽어야 할 책] 책 읽는 자에게 복 있을지니…
서양미술사(에른스트 H. 곰브리치)

“사물을 대하는 시선, 미를 바라보는 눈, 표면적인 인식의 한계를 넘어 간과가 아닌 응시의 시선 등이 창의성의 근본이라면 바로 그것을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예술뿐 아니라, 예술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떻게 발전해왔고, 어떤 영감을 주었으며, 인간은 왜 예술을 욕망하는지, 왜 예술가가 답답하다고 여겨 기존 사조를 깨고 나가면 이 사회에 변화가 뒤늦게 따라오는지, 왜 예술가는 선험적 직관과 영감을 가지고 이 답답한 세상의 그릇을, 알을 깨고 나가는지를 가르쳐주고, 예술의 진지한 의미를 가르쳐준다. 예술과 미술을 다뤘지만, 벽을 깨고 나갈 수 있는 영감과 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특히 청년 학생들의 필독서로 추천한다.” (박경철 의사·경제평론가)



[지금 당신이 읽어야 할 책] 책 읽는 자에게 복 있을지니…
열린사회와 그 적들(칼 포퍼)



‘태양이 돈다’는 것에 대해 ‘그렇군’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런가? 이상하잖아?’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때 ‘태양이 안 돈다’고 하니 ‘불경한 놈 아니야?’라며, 의문을 갖는다는 이유로 처단받았던 어둠의 시기가 있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 반증을 허락하는지 고민을 좀 해봐야 한다. 이것은 좌우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반증과 비판으로 자유롭게 토의해서 개선해나가는 과정, 이것이 발전의 과정이다.” (박경철 의사·경제평론가)




[지금 당신이 읽어야 할 책] 책 읽는 자에게 복 있을지니…
바보 빅터(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누구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기르고 실현하는 것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 ‘저평가된 가치주’들이다. 자신의 가능성에 꿈과 열정을 묻어놓고 평생 연습하고 실천하면, 어느 날엔가 목표 지점 이상에 도착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바보 빅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