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인문학이 에너지다’

‘월 가(미국 뉴욕의 금융가)의 인디애나 존스’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짐 로저스(1942년 생)는 5세 때 땅콩을 팔았던 게 비즈니스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는 예일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수재였지만 주식 투자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런 그는 1969년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를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10년 동안 3365%라는 놀라운 투자 수익을 거두며 투자 고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더 극적인 것은 38세가 되던 1980년 1700만 달러를 손에 거머쥐고 돌연 선언한 공식 은퇴였다.
[Humanities] 성공을 꿈꾼다면 너만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라
1990년부터는 22개월 동안 1000cc급 BMW 오토바이를 타고 6대륙 51개국을 돌아다녔다. 지나치는 곳마다 증권거래소와 장외시장을 둘러보고 그 나라 경제의 장단점과 향후 전망을 분석했다. 예일대 최우등 졸업생답게 여행과 비즈니스를 접목한 것이다.

그는 이를 토대로 ‘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Investment Biker)’라는 책을 펴내면서 다시 한 번 월가의 주목을 받았다. 1999년에도 자동차로 116개국을 돌아다닌 뒤 주요국의 투자환경 등을 담은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Adventure Capitalist)’를 펴냈다. 주식에서 상품(원자재)으로 투자 방향을 전환한 그는 2005년 ‘상품시장에 투자하라’는 책을 써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짐 로저스는 ‘경제 구루’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계속 펀드매니저로 일했다면 그의 인생은 오히려 더 추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미련 없이 은퇴를 선언하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갔다. 그것이 로저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아닐까. 짐 로저스처럼 성공하려면 누구나 한두 번쯤 터닝 포인트를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취업 포털의 조사를 보면 우리 시대 직장인들의 속내를 알 수 있다. 직장인 90% 이상이 ‘가능하면 직장을 떠나 혼자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직장에 얽매여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건 자녀교육비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특히 40, 50대 직장인의 경우 엄청난 등록금과 사교육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다니고 있는 이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직장을 나와도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하루 직장 일에 얽매여 지내다 보면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꾼다는 게 사치처럼 돼버린다. 그러다 막상 명예퇴직을 당하면 마땅히 할 게 없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에서처럼 단물이 빠지면 가차 없이 용도 폐기되는 게 직장인의 변하지 않는 자화상이다. 30년간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윌리 로만은 자기 직업을 자랑으로 삼으며 ‘성실하게 일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성공하려면 단순히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만 해서는 안 된다. 성실하게 살아가더라도 단순히 오늘에 급급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자신의 꿈과 미래를 설계하는 데 전략적 사고와 함께 중장기적인 목표를 지녀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게 바로 ‘만족지연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흔히 성공을 이야기할 때 회자되는 것이 이른바 ‘마시멜로 실험’이다. 스탠퍼드대 월터 미셸 박사는 1968년 이 실험을 통해 만족을 지연시키는 정신적 처리과정을 규명했다. 이는 달콤한 마시멜로를 먼저 먹는 아이와 먹지 않고 참는 아이 중 후일 성공할 가능성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는 아이가 높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성공의 키’로 회자되는 ‘만족지연능력’이다. 만족지연능력이 높을수록 후에 어른이 돼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게 이 연구의 결론이다.

필자는 입사 4년차가 됐을 때 꿈꾸기가 멈춰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신문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는 5년만 일하고 유학을 가겠다고 결심했었다. 시간은 어김없이 지나갔지만 유학의 길은 아득해져 갔다. ‘시간에 떠밀려가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들어 실행에 들어갔다.

차선책으로 직장에 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렸다. 먼저 야간에 대학원이라도 다니자고 결심했다. 그게 또 다른 길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기자의 길은 ‘차장’을 달 때까지만 하기로 정했다. 차장은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를 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여서 취재할 수 있는 시간까지 신문기자를 하기로 정한 것이다. 그 이후 인생 2막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 당시 인생 2막은 막연했다.


“치열한 삶을 사는 자에게 주어지는 특권”

석사 논문을 마치자 다시 목표가 사라졌다. 박사 과정에 들어가려면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다시 길을 잃어버린 채 어정쩡한 날들이 지나갔다. 그때 인터넷 검색 서비스가 막 시작됐다. 석사 논문 키워드를 입력하자 생소한 주제가 눈에 들어왔다.

‘테러리즘과 미디어는 상호 공생관계에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충격적이었다. 그럼 저널리스트가 테러리스트와 공생하는 관계란 말인가. 아마존 사이트에 들어가 관련 책을 찾아보니 뜻밖에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책이 쏟아졌다.

10권 정도 주문하고 책을 받아 그날부터 번역에 들어갔다. 퇴근 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두 쪽씩 번역을 했다. 이렇게 해서 1998년 여름 ‘테러리즘과 미디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내 생애 첫 책이었다. 이것이 지금의 필자를 있게 한 터닝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기자를 하면서 대학원 공부를 하고 책을 쓰는 1인 3역을 마침내 해냈다. 대학에 들어간 지 25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랗게 단풍 든 숲 속에 길이 두 갈래 갈라져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두 길을 가보는 나그네가 될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덤불 숲 속으로 굽어드는 한쪽 길을 멀리 시선이 닿는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읽으면 새로운 삶의 의욕을 느낄 수 있다. 5년 전 봄날, 16여 년간의 신문기자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길에 들어서 나만의 오솔길을 선택했다. 차장이 되면서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이것이 두 번째 터닝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쓴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작가라는 삶에 자신감과 확신, 비전을 나름대로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자기 계발과 자녀교육, 문화연구(비교문학) 분야에서 책을 쓰며 저술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기자를 거쳐 저술가로 제2의 삶에 ‘연착륙’을 한 것이다.

때로 대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한다. 대학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딱히 그려지는 게 없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이런 말을 해준다.

“막막하다면 그냥 생각만 하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라. 수업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관련 책들을 열심히 읽어라. 또 동아리 활동이든 봉사활동이든 열성적으로 임하라. 신문도 열심히 읽어라. 그렇게 한 학기씩 보내다 보면 점점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또 당장의 즐거움이나 만족 대신 마시멜로 실험에서처럼 만족지연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신문기자를 하면서 대학원 공부를 했고 또 열심히 책도 썼다. 그러다 보니 기자를 그만두고도 작가라는 새로운 길이 열리더라. 이게 바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말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짐 로저스처럼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려면 터닝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그 터닝 포인트는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터닝 포인트를 갖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마시멜로를 먹지 말고 만족지연능력을 기르면서 자신만의 비밀 병기를 키워야 한다. 비밀 병기가 있다고 판단될 때 터닝 포인트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지 못하고 ‘강요된 선택’으로 내밀린다면 그만큼 슬픈 인생은 없을 것이다.

터닝 포인트를 갖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마시멜로를 먹지 말고 만족지연능력을 기르면서 자신만의 비밀 병기를 키워야 한다. 비밀 병기가 있다고 판단될 때 터닝 포인트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manities] 성공을 꿈꾼다면 너만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라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비교문학 박사

기자를 거쳐 현재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 겸 자녀경영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 다수의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