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이 잘 만나고 있었는데 별안간 이별을 선언하고 떠나버린 그녀, 혹은 계속 만남을 가질 것이라 기대했는데 갑자기 연락 두절돼버린 소개팅 남.

이런 일이 당신에게 자주 일어나고 있다면 반드시 이 글을 읽어야 한다. 갑작스러운 결별에 황당해하는 일, 더 이상은 없어야 할 테니까.
“우리 헤어져.” 밑도 끝도 없이 헤어지자고 말하는 연인에게 그 이유를 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마음을 정하고 결별을 통보한 것이니 아무리 설득하고 용서를 구한들 그 마음이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겠는가, 믿기지 않는 현실이지만 받아들이는 수밖에. 하지만 그렇게 실패한 연애에서 적어도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냥 ‘마음이 변했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간다면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을 때 똑같은 문제를 반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의외의 이별 앞에서 당황해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에 대한 답변을 모아봤다.

“1년 넘게 만난 여자친구였어요. 정말 지극 정성으로 대했죠. 하지만 제가 준비하던 시험 때문에 한 달 정도 좀 소원하게 지냈고, 그녀는 바로 결별을 선언하더군요. 내 마음이 변하지 않을 테니까 그녀의 마음도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건 제 착각이었어요. 그것으로 우리의 관계는 끝이었으니까요. 이젠 모든 게 허무하게 느껴져요. 한 달 정도 소홀하게 대했다고 끝낼 수 있는 관계였다면, 애초에 왜 사귄 걸까요?”

‘한 달 정도 소홀하게 대했다고 끝낼 수 있는 관계라면 애초에 왜 사귄 것이냐’는 말은 일견 옳다. 하지만 정말 당신 생각처럼 그 ‘한 달’ 때문에 헤어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늘 지극 정성으로 대했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확실하지 않고. 내 입장에서는 내가 한 일들이 너무나 당연하고 배려 깊은 일이고, 내가 살짝 잘못한 일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아전인수 격으로 생각하기 쉽다는 얘기다.

당신이 지극 정성으로 그녀를 대해온 수많은 날이 사실 그녀에게는 숨 막힐 정도로 갑갑한 시간이었을 수 있고, 당신이 그저 좀 ‘소원했다’고 표현하는 날들은 그녀에게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게 해준 기회의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보통 연애초보들이나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꽤 장기간 연애를 지속하다가도 어느 순간 끝나버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연애는 단순히 누가 누구에게 잘해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감성을 가진 두 사람이 혼자 있을 때보다 행복해진다는 일이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앞으로 연애할 때는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 나와의 관계에서 어떤 느낌을 갖는지, 정말로 행복해하는지 섬세하게 간파할 수 있는 눈을 기르자. 마냥 지극 정성으로 대한다고 좋아하는 여자, 그리 많지 않다.

“저는 세 학기나 남은 상태이고 여자친구는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그런데 여자친구가 어느 잡지사의 어시스턴트로 들어가면서 일 때문에 저와 함께 보낼 시간이 확 줄어들었고, 만나면 피곤하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것에 제가 좀 서운해했고 그녀의 스케줄을 종종 체크하기도 했죠. 어떻게든 같이 시간을 보내려는 마음에서 그런 거였어요. 그런데 그녀가 별안간 헤어지자고 하는 거예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건가요?”

캠퍼스 커플인 경우 둘 중 한 사람이 사회에 발을 내딛는 순간 둘 관계에 위기가 찾아온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세계가 갑자기 팽창하면서 이성을 보는 눈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당신 입장에서 그저 자신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것에 서운해만 하진 않았는지, 그녀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한 번이라도 배려 있게 생각한 적 있는지를 말이다.

잡지사의 어시스턴트로 들어갔다면 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기 위해 낮밤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냉혹한 업계이니까.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고 있는 그녀에게 서운하다 하고 심지어 스케줄 체크까지 했다니, 정말이지 할 말이 없다.

냉혹한 사회에 첫발을 힘겹게 내딛고 있는 당신의 여자친구가 좀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가까이에서 조용히 바라봐주는 아량이 왜 그토록 부족했을까. 여자친구는 당신에게 기대고 싶었을 텐데, 당신은 그런 그녀를 자꾸 흔들어댔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한 달 전쯤 소개팅을 했어요. 꽤 괜찮은 남자가 나왔죠. 사흘 후 연락이 왔고 두어 번 더 만났어요. 분위기 좋게 술도 마셨고, 앞으로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이없게도 갑자기 연락이 뚝 끊긴 거예요. 연락을 더 해볼까 하다가 저도 자존심이 있고 하니 그냥 말았죠. 그렇게 그 사람과는 더 이상 연락을 할 수 없었어요.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소개팅 후 두 번 정도 더 만남을 가졌다면 사실 그 후로는 본격적인 만남이 지속돼야 하는 것이 맞다. 서로를 탐색하기 위한 기간은 이미 지났다고 봐야 하는 것.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만남을 코앞에 두고 관계가 어설프게 종료됐다면 그 이유는 딱 두 가지다.

이리저리 탐색을 해보니 당신에게 이렇다 할 매력 포인트가 없었거나, 그가 생각하는 치명적인 어떤 점을 당신에게서 발견했거나. 사람은 자기 짝을 찾을 때만큼은 지극히 이기적인 존재가 된다. 앞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서 배려하는 행동조차도 사실은 좀 더 매력적인 존재로 보이기 위한 일종의 액션이다.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당신은 과연 그 남자가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무언가를 보여주었는지, 그리고 그 남자가 굉장히 치명적이라고 느낄 만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닌지 말이다.

“얼마 전 반년쯤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어요. ‘우리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는데, 솔직히 제가 생각했을 때는 우리가 상당히 잘 맞는 커플이었거든요. 식성도 비슷하고, 생활 패턴이나 친구들도 비슷했기 때문에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고요. 얼마나 더 맞기를 기대했던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의 본심은 무엇이었을까요?”

그의 본심? 정말로 그의 본심이 무엇이었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단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할 뿐. 당신은 그와 제법 잘 맞는 짝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는 당신과의 섹스가 불만족스러웠을 수도 있고, 알고 보니 그가 당신만 만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해 다른 누군가를 부지런히 만나왔을 수도 있고, 자신과 너무 비슷한 여자를 만나는 것이 슬슬 질려서 색다른 여자를 만나보고 싶은 생각에 별안간 도망가 버린 것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슬픈 점은 한 가지 아니겠는가. 당신은 그저 그와 당신이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지만 그는 그 점에 만족할 수 없었다는 거.

“저는 소개팅이나 미팅을 하면 애프터에 성공하긴 하는데, 한 달 정도 만나면 꼭 사고가 생겨요. 갑자기 연락이 뜸해지면서 ‘그만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는 거죠. 제가 뭔가 같은 실수를 하고 있는 걸까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좀 알려주세요.”

한 달 정도 만났는데 여자가 ‘그만 만나요’라고 말하는 건 대부분 이런 이유다. 만남 초반에 어떤 단점을 발견했고, 그것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길 바라면서 만남을 지속해왔지만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버린 것이다. 도대체 어떤 단점이기에 그렇게 치명적이냐고?

사실 이런 상황에는 중대한 것이 아니라 사소하지만 당사자로서는 도저히 사소하게 넘길 수 없는 것들이 헤어짐의 이유가 되곤 한다. 예를 들면 밥 먹을 때 테이블 매너가 유난히 안 좋다거나, 땀이 나기 시작하면 체취가 안 좋다거나, 웃을 때 잇몸이 많이 보여 인상이 확 안 좋아진다거나, 길을 걸어갈 때 공중도덕을 너무 안 지킨다거나, 문자를 보낼 때 맞춤법을 자꾸 틀리게 보낸다거나 하는 것들….

이토록 사소한 것들 때문에 헤어지자고 말하는 여자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계기로 사랑이 시작되곤 하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계기로 관계가 끝날 수 있다는 것을, 이젠 깨달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저는 남자에게 정말 잘해주는 편이에요. 한 번 사귀기로 하면 그때부터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잘해주죠. 그런데 남자들은 이렇게 잘해주는데도 그 고마움을 모르고 어떻게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할 수가 있는 거죠? 잘해준 건 저잖아요.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그 말은 제가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나요?”

한마디로 ‘너무 잘해주는 여자’의 아이러니인 셈이다. 물론 남자들은 자기한테 잘해주는 여자, 무조건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잘해주는 여자라고 해서 무조건 ‘지속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다.

잘해주는 여자지만 매력이 없다면 그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잘해주었다고 해서 모든 관계가 잘 지속된다면 아마 연애를 힘들어하는 여자의 숫자는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이다. 잘해주는 것에 목숨 걸지 말자.

조금 덜 잘해주더라도 내 곁에 두고 싶고 계속 사랑하고 싶은 여자가 되는 편이 스스로에게도 더 유익한 일 아닐까. 잘해줄 때 잘해주더라도 ‘나는 너보다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임을 끊임없이 어필하고 실제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무조건 상대방에게 올인하는 사람은 남녀를 막론하고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이자 연애·성 칼럼니스트.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