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의 위로하는 책, 위로 가는 책
‘읽 다’라는 동사에는 참 많은 뜻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나온 용례가 ‘글을 보고 그 음대로 소리 내어 나타내다’입니다. 두 번째는 ‘글을 보고 거기에 담긴 뜻을 헤아려 알다’는 뜻이 있습니다. 작가의 이름을 목적어로 쓰면 그 작가의 작품을 본다는 뜻이 됩니다. 예를 들어 “난 지금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고 있어”라는 말은 지금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고 있다는 뜻이죠.또 무엇인가를 간파하고 이해했을 때 ‘읽는다’는 표현을 씁니다. 바둑판이나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 우리는 수를 ‘읽습니다’. 얼굴 표정이나 은연중에 드러나는 보디랭귀지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숨겨진 속마음과 의도를 ‘읽어내죠’. 인터넷 뉴스 서비스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를 ‘읽습니다’.
우리말에서 ‘읽는다’는 말은 단순히 글을 소리 나는 대로 읽거나 글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떤 대상이 가진 성격을 이해하고 그 속에 숨은 것을 파악해서 알아차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읽는다’는 행위는 결국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깨달아서 뭔가 통찰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읽고 있는, 혹은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좀 더 앞서가는 사람, 뛰어난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합창단을 모집했습니다. 현재 한창 연습 장면을 공개 중인데요, 합창을 하려면 바로 파트가 나뉜 악보가 필요하죠. 이번 합창단 단원을 보니 역시나 ‘악보를 읽지 못하는’ 악보 까막눈인 분들이 계시더군요.
그분들이 합창에 참여하는 방법은 바로 악보를 읽을 수 있는 훈련이 된 단원의 소리를 귀동냥해서 그 음에 따라가는 것입니다. 세상과 사람을 미리 읽는 사람, 생각만 해도 소위 ‘간지’가 좀 나는데요, 상식선에서 우리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그런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으며 세상을 읽어가는 것이야말로 ‘읽는다’는 말의 뜻을 가장 잘 살리는 일이지 싶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세상의 악보를 읽고 소리를 내면 그것을 따라 소리를 내는 사람도 생기지 않을까요?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박찬운 지음 | 한울아카데미
여행가방 속의 책
정진국 지음 | 교보문고
눈에 띄는 책
[인문]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강수돌 外 지음 | 부키
[경제·경영]
이기적 이타주의자 앨런 패닝턴 지음 | 성균관
[정치·사회]
프레카리아트 아마미야 가린 지음 | 미지북스
제공 : 교보문고 북뉴스 (news.kyobobook.co.kr)
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에서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 북 리포터. 삶을 위로(慰勞)하고, 삶의 위(高)로 갈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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