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면접의 지존]

필패의 법칙
1 에티켓 놓치면 첫인상도 날아간다

면접도 하나의 비즈니스다. 첫인상이 나쁘면 아무리 대답을 잘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믿음직스러운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 지원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면접 시간 준수, 단정한 복장 착용, 정중한 인사법 등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어느 중소기업의 면접 현장. 약속 시간 20분이 지난 뒤 한 지원자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면접관이 지각한 이유를 물으니 “생각보다 길이 너무 막혀서 늦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자기소개서엔 일에 대한 열의가 잘 드러나 있었지만 연락도 없이 면접 시간에 늦는 것을 보고 신뢰감이 떨어졌다”며 결국 그를 탈락시켰다.

복장 역시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시청률을 잡아오는 도둑이 되겠다”며 방송국 PD 면접장에 도둑 복장으로 들어갔던 한 지원자는 ‘빵 터질 줄 알았던’ 면접관의 싸늘한 시선에 면접을 보는 내내 진땀을 흘렸다.

김홍유 경희대 취업담당 교수는 “면접에 참여해보면 자신의 열정을 표출하려고 오버하는 지원자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충고했다.

또한 “비즈니스 에티켓의 기본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사전에 면접 정보를 점검하는 것부터 면접장에서의 행동, 복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2. 앵무새처럼 외우면 진심이 가려진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지식보다 진심을 보고 싶어한다. 틀에 박힌 모범답안만 내놓는 지원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조금 서툴더라도 ‘나만의 언어’로 답하는 것이 진심을 전달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어느 공기업의 면접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곳에 입사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했다는 한 지원자는 면접관이 질문을 할 때마다 회사에 대한 정보를 줄줄이 읊으며 대답했다. “말을 참 잘한다. 혹시 아나운서 준비했느냐?”는 면접관의 물음에 합격을 자신했지만 결과는 탈락.

만일 면접에서 ‘말씀을 참 잘하시네’와 같은 뉘앙스의 말을 듣고 탈락했다면 그 지원자는 현실을 모르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을 가능성이 높다. “매뉴얼대로만 답하는 지원자는 실무자가 보기에 진부하고 지루하다”는 것이 인사담당자들의 의견이다.

기출 문제와 모범 답안을 무조건 외워 대답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태도다. 다른 사람의 답안을 잘못 인용할 경우, 오히려 논리에 어긋나거나 흐름이 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까칠한 면접 쿨하게 통과하기’의 저자 이동하 커리어브레인 대표 컨설턴트는 “면접 매뉴얼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쓰는 참고서일 뿐”이라며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자기 언어로 소화해 어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내용을 외우기보다 키워드만 암기하고 면접장에서 살을 붙여 표현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취업 커뮤니티’ 맹신하지 마라

“이런 질문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취업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특정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을 주고받는 이들이 많다.

윤호상 인사PR연구소 소장은 “취업 커뮤니티에서 면접 정보와 질문을 찾는 것은 좋지만 그곳에 올라오는 면접 답변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기업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순발력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찾기 때문에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답변을 암기해서 기계적으로 답하는 지원자를 보면 부정적인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조언이다.

윤 소장은 “본인의 생각이 담기지 않은 획일화된 답변으로는 면접관의 마음을 열 수 없다”며 “면접엔 정답이 없으므로 자신만의 의견을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답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3 말끝을 흐리면 신뢰도 사라진다.

자신감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것은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또렷한 음성과 공손한 말투는 지원자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지표가 된다.

반대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와 얼버무리는 말투는 자신이 ‘준비되지 않은 지원자’임을 드러내는 기호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졸업을 앞두고 생애 첫 면접을 경험했다는 한 지원자는 “면접관 앞에서 대답할 때 어미를 ‘합니다’라고 해야 하는지 ‘해요’라고 해야 하는지 몰라 고민하다 ‘해요’체로 통일해버렸다”고 털어놓았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말투를 유지한 까닭에 아버지뻘의 면접관 앞에서도 마음 편히 답할 수 있었지만 결과는 탈락. 경어 사용에 익숙지 않은 지원자는 부자연스럽게 어미를 사용하거나 말끝을 흐려 감점을 당하기도 한다.
필패의 법칙
‘취업상식사전’의 저자 이필선 토스트잡 운영자는 “평소 사용하지 않던 경어를 쓰는 것이 어색하겠지만 이것 역시 면접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올바른 경어법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할 때 말끝을 흐리거나 애매모호한 단어를 사용하는 버릇이 있다면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자신감이 없어 대충 얼버무리려고 하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치성 제닉스 취업솔루션 대표는 “말꼬리가 길어지거나 말끝을 얼버무리면 자신감과 논리성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는다”며 “한 번 시작한 말은 끝까지 명료하게 마무리를 짓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신감 지수 뚝! 면접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7

긴장을 풀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 인사담당자들에겐 ‘자신 없음’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습관이 있는 지원자라면 주의 요망! 면접장에서만큼은 이런 모습 보이지 않도록 유념하자.

- 어깨나 등을 굽힌 채 구부정하게 걷는다.
- 다리를 떨거나 손가락을 만지작거린다.
- 입술을 깨물거나 손가락을 물어뜯는다.
- 옷에 붙은 실 보푸라기를 잡아 뜯는다.
- 생각할 때 천장을 보거나 고개를 숙인다.
- 답이 생각나지 않을 때 머리를 긁적인다.
-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 혀를 내민다.


4 생각 없이 답하면 유도신문에 넘어간다

면접에서 주어지는 모든 질문에는 목적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의미 없는 대화로 느껴지더라도 사실은 그 안에 지원자의 면모를 파악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면접관의 의도를 정확히 읽지 못하면 엉뚱한 대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 기업의 실무진 면접 현장. 한 지원자에게 면접관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졸업하고 2년이 지났네요. 지금까지 취업 준비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일이 뭔가요?” 잠시 머뭇거리던 지원자는 울먹이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취직 못한다고 집에서 눈치 줄 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대답 때문에 그는 탈락했다. 면접관이 동정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 것은 일종의 유도신문이었다. 면접관이 보고자 한 것은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을 지원자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였기 때문이다.

실패했던 경험이나 힘들었던 일을 묻는 질문에는 지원자의 위기 대처 능력이나 극복 능력을 파악하려는 면접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 경우 ‘어떤 힘든 일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답해야 한다.

이동하 컨설턴트는 “면접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면접관의 질문 의도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면접에서 취미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취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인간성을 드러낼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하거나, 일과 취미를 균형 있게 배분할 수 있는 인재임을 어필하는 것이 좋다.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관심사뿐 아니라 사교성, 인생관, 생활 습관 등을 두루 살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취미로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지원자가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해서 한 달에 2번 이상 바다에 나간다”고 대답하는 것보다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부러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압박 면접 역시 마찬가지다. 당황스러운 질문에도 차분히 대처하는 지원자들은 이 질문의 의도가 ‘지원자가 얼마나 감정적인가’를 알아보려는 것임을 알고 있다. 면접관의 신문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이동하 컨설턴트는 “우선 면접관이 어떤 목적으로 질문을 하는지 명확히 파악하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질문의 정곡을 찌르는 답변을 하면 채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