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블로그 하나, 열 스펙보다 낫다

사례 1. 증권사 입사를 준비 중인 A씨. 이력서를 쓰던 중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운영하는 SNS가 있으면 주소와 함께 소개해달라’는 문항 때문이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모두 하지 않는데 그대로 비워두자니 서류에서 탈락할까봐 걱정됩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사례 2 . 대기업 S사 대외활동을 목표로 세운 B씨. 얼마 전 블로그를 개설했다. 모집 요강에서 ‘SNS 운영 경험자 우대’ 조항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만들긴 했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요. 이제 취업하려면 토익, 자격증, 봉사활동뿐 아니라 블로그까지 해야 하나 봐요.”

한 취업 커뮤니티 상담 게시판에 올라온 고민 글이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하나의 ‘스펙’이 되어버린 시대. 내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을 인사담당자가 평가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인사담당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소셜 스펙’은 도대체 어떻게 쌓아야 하는 걸까? SNS로 경쟁력 있는 신입사원 되는 법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다.
[SNS로 똑똑하게 취업하기] 너만의 ‘킬러 콘텐츠’ 만들어라
SNS특성 바로 알기

SNS를 취업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면 우선 SNS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SNS 컨설팅 업체 ‘스마트소셜’의 김희동 대표는 “미니홈피와 트위터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SNS 활용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미니홈피는 트위터에 비해 폐쇄적이다. 오프라인 인맥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는 불특정 다수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오픈형 서비스다.

그는 “두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트위터를 미니홈피처럼 개인 용도로만 쓰는 대학생이 많다”며 SNS를 취업에 활용하려면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보 공개에 대한 두려움 버리기

사생활이 SNS를 통해 공개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SNS에 무심코 남긴 과거 글이 나도 모르는 새 나를 평가하는 요소로 쓰인다는 것에 불쾌함을 느끼는 이도 많다.

대부분의 SNS는 환경 설정을 통해 정보를 어느 정도까지 공개할 것인지 조절할 수 있다. 만일 친목을 위한 도구로만 SNS를 활용하고 싶다면 굳이 많은 정보를 오픈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SNS를 활용해 취업을 하겠다는 목적이라면 자신의 프로필을 구축하고 정보를 나누는 모든 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 댄 쇼벨은 “SNS 세계에서는 자신의 브랜드를 많이 공개할수록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노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 하는 이유다.

관심사를 전문 분야로 만들기

장기간에 걸쳐 구축된 블로그는 회사 및 업종에 대한 관심사를 어필하기에 효과적이다. 일례로 올 상반기 증권사에 입사한 주성일(명지대 경영학과 졸업) 씨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블로그를 운영했다.

금융업계 진출을 꿈꿨던 그는 매주 금융 관련 소식을 스크랩해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증권사 입사 지원 시 혜택이 주어지는 투자경진대회 출전 과정도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 면접장에서는 그의 블로그를 둘러본 면접관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의존하던 기존의 인재 선발방식과 달리 SNS를 채용에 활용하는 기업들은 지원자의 과거 경험, 관심사, 언어 습관까지 확인한다. 김 대표는 “SNS를 통한 채용이 확대되면 개인 SNS를 충실히 운영해온 이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대학생활 경험 스토리로 만들기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전문 분야가 없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것은 젊은이다운 패기와 도전 정신이기 때문이다. 댄 쇼벨은 저서 ‘Me 2.0; 나만의 브랜드를 창조하라’에서 “대학생활의 모든 기회를 당신의 브랜드를 발전시킬 기회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배낭여행을 다녀온 경험, 봉사활동을 한 경험, 동아리 활동 경험 등 추억으로만 남을 수 있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으면 그 또한 자신의 성향을 나타내는 훌륭한 자료가 된다.

인사담당자들이 지원자의 SNS를 방문하는 이유는 지원자의 인맥, 사회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긍정적 마인드, 도전 정신, 창의성, 글로벌 마인드, 협동심, 팀워크 등의 키워드가 본인의 SNS 안에 드러나 있는지 확인해보자.

온라인 네트워크 적극 활용하기

기업에서 SNS 채널을 이용하면서 인사담당자와 구직자 사이에 직접 소통이 가능해졌다. 약간의 노력만으로 양질의 채용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접근조차 어려웠던 유명인들과도 SNS를 통해 손쉽게 대화를 나눈다.

김 대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온라인의 인맥 맺기를 취업 준비에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SNS에서 본인이 들어가고 싶은 회사를 검색한 뒤, 해당 기업 구성원에게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해보십시오. 학연, 지연이 없어도 SNS에서 만난 ‘소셜 인맥’으로 충분히 알짜 채용 정보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SNS로 똑똑하게 취업하기] 너만의 ‘킬러 콘텐츠’ 만들어라
탐나는 ‘소셜 스펙’ 만들기
“1인 미디어 구축해 브랜드 가치 높이세요”

SNS 활용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1인 미디어’를 만들어 운영해보는 것이다. 인사담당자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SNS 활용법. 김희동 스마트소셜 대표가 제안하는 소셜 스펙 만들기 7단계를 소개한다.

1단계 아이덴티티 찾기
SNS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중단기 목표를 설정한다. 각자의 비전에 맞게 어떤 주제로 SNS를 운용할 것인지 로드맵을 구성해본다.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적은 ‘소셜 사명서’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2단계 미디어 채널 정하기
내 이야기를 어떤 통로로 전달할지 결정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목적과 형태에 따라 수십 개의 채널이 있는데, 그중 내게 맞는 것을 선택한다. 일반적으로 블로그는 정보 구축에, 트위터는 정보 유통에, 페이스북은 인맥 형성에 유용하다.

3단계 프로필 만들기
아이디(ID)와 소개글(Biography), 사진 등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단계다. SNS를 방문하는 이들은 대부분 프로필을 보고 그 사람과 관계를 맺을 것인지 판단한다. 신뢰를 주는 프로필이 필요한 이유다.

4단계 소셜 미디어 활용하기
이전 단계에서 결정한 미디어 채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각 채널의 기능을 익혀야 한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이용하면 다양한 채널을 오고가며 ‘원 소스 멀티 유즈’ 방식으로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다.

5단계 커뮤니티 활동하기
나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커뮤니티에 가입해 소셜 인맥을 구축한다. 소셜 네트워크엔 주제별로 다양한 모임 공간이 존재한다. 트위터의 ‘당’ 모임, 페이스북의 ‘포럼’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6단계 나만의 콘텐츠 만들기
내가 만든 콘텐츠를 미디어 채널을 통해 유통시키며 1인 미디어로서 기반을 다진다. 어떤 주제로·얼마나 자주·어떤 형식으로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 어떤 통로로·어떤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인지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단계다.

7단계 내 SNS 분석하기
처음 세운 목표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평가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내 SNS에서 주로 어떤 키워드를 다루는지, 인기는 어느 정도인지 다양한 각도로 SNS 채널을 분석해주는 통계 프로그램이 시중에 나와 있다. 분석이 끝나면 다시 1단계로 돌아가 목표를 보완한다.
[SNS로 똑똑하게 취업하기] 너만의 ‘킬러 콘텐츠’ 만들어라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