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학기, 아르바이트, 인턴십, 여행, 영어 공부, 자격증 따기….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일이 많고도 많지만 여름방학은 너무 짧다! 미국 대학생들 사정도 비슷하다. 학교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겨울학기(1~4월)가 끝나면 4개월의 긴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가 미국 대학생들의 고민. 한국 대학생처럼 다양한 경험을 통한 이른바 ‘스펙 쌓기’와 학비 마련에 여념이 없는 이가 많다. 이 가운데 좀 더 특별한 여름방학을 보내는 4명의 미국 대학생을 만나봤다.

“인턴십하며 꿈을 키운다”

메간 루씨(Meagan Lutey) 머다나대 저널리즘·영문학 전공 2
[미국 대학가 엿보기] 미국 대학생은 여름방학을 이렇게 보낸다
저널리즘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메간은 남들보다 빨리 인턴십 자리를 구했다. 지난 겨울학기 초반부터 미시간 지역에 있는 여러 신문사와 잡지사에 이력서를 넣은 덕분이다.

“여름방학 인턴십을 위해 일찌감치 움직였죠. 그중 육아 관련 잡지인 ‘Metro Parent’ 사에서 연락이 왔고 편집장과 인터뷰를 한 뒤 기회가 주어졌어요.”

메간이 하는 일은 기사 작성을 위한 자료 조사와 잡지가 출판되기 전 기사에 들어간 자료의 팩트를 확인하는 것 등이다.
[미국 대학가 엿보기] 미국 대학생은 여름방학을 이렇게 보낸다
“기자들이 기사의 주제를 정하면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습니다. 알맞은 자료가 나오지 않을 때면 힘들기도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메간은 이번 인턴십을 하면서 그동안 고민해왔던 장래희망을 확고히 했다. 비로소 자신의 꿈을 찾은 셈.

“내가 직접 기획하고 조사해 작성한 기사가 활자로 완성됐을 때 아주 기뻤어요. 인턴십을 하면서 저널리스트의 꿈을 더욱더 확고히 갖게 됐답니다.”


두 가지 알바에 계절학기 수업까지 ‘바쁘다 바빠’

아만다 카르(Amanda Carr) 미시간주립대 일본어 3
[미국 대학가 엿보기] 미국 대학생은 여름방학을 이렇게 보낸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부모에게서 경제적인 독립을 한다. 학비는 대출이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한국처럼 등록금이 만만치 않아 미국 대학생들도 학비 마련은 큰 골칫거리 중 하나다.

그래서 긴 여름방학은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다음 학기 학비를 충당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아만다 역시 두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정규 학기 중에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아시안 식품점에서 계산원으로 일했지만, 이번 여름방학에 한 가지 일을 더 추가한 것이다. 계산원 일이 끝나면 멕시칸 식당 서빙 담당으로 이어진다.

“계산원 일이 계속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방학하면서 생긴 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까워 또 다른 일을 시작했어요. 마침 서빙 자리를 찾아서 다행이죠.”

아만다는 두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두 과목의 계절학기 수업까지 듣고 있다. 남들보다 빨리 졸업을 하기 위해서다. 미국 대학에선 정규 학기에 3~4학점짜리 수업 하나를 4개월 동안 진행하는 반면, 계절학기 수업은 2개월 정도에 마무리된다.

학점을 빨리 채울수록 빨리 졸업할 수 있다. 특히 지역의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 대학)에서 게스트 학생(Guest Student)으로 계절학기를 많이 듣는데, 4년제 대학보다 학비가 6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정규 학기 동안 많은 수업과 숙제에 지쳤지만 계절학기의 이점을 지나칠 수 없었어요. 졸업 시기를 앞당길 수 있고 학비도 저렴하거든요. 남들처럼 휴가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바쁘게 여름을 보내면 큰 보람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교환학생으로 일본에서 여름방학을

조셉 캔티(Joseph Canty) 미시간주립대 일본어 2
[미국 대학가 엿보기] 미국 대학생은 여름방학을 이렇게 보낸다
미시간주립대에서 일본어를 전공하는 조셉은 지난 겨울학기 내내 이번 여름방학을 기다렸다. 학교에서 보내주는 교환학생에 뽑혀 그토록 기대했던 일본에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 일본 문화를 좋아하게 된 조셉은 항공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지난 겨울학기 내내 주말까지 아르바이트했다.

이제 일본에서 생활한 지 두 달. 조셉은 일본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고, 대만족이다. “일본 문화를 더 알고 싶어 학교 기숙사에서 살지 않고 홈스테이를 하고 있어요. 히로키라는 또래 친구의 집인데 항상 친절하고 이것저것 영어로 잘 설명해줘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어요.”

일본어 전공인 조셉에게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일본어를 구사하는 친구가 많다는 점이다. “많은 친구들이 먼저 저에게 호기심을 가져요. 그리고 영어로 인사를 하곤 하는데, 제가 일본어로 인사를 하면 다들 놀라거나 재밌어 해요.”

조셉은 일본에서 남은 방학 두 달도 알차게 보낼 생각이다. “지금은 학교에서 일본어 두 과목을 듣고 있어요. 남은 기간 동안에는 주변 고등학교에 가서 영어 자원봉사를 할 생각이에요. 일본어도 배울 수 있고 고등학생들에게 영어도 가르쳐줄 수 있어 벌써부터 흥분되네요.”


“지식 봉사 통해 경험과 보람을 듬뿍”

엘레노어 응(Eleanor Ung) 웨인주립대 법학대학원 2
[미국 대학가 엿보기] 미국 대학생은 여름방학을 이렇게 보낸다
방학 동안 불우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에 나서는 미국 대학생이 많다. 법학을 전공하는 엘레노어는 이번 방학에 좀 더 특별한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법학 지식을 활용한 봉사활동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여름방학은 매우 특별합니다. 한 법률사무소에 소속돼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사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법률 자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동안 배운 법학 지식을 시험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판사의 꿈을 이루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학생 신분이라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법률 자문을 받고 기분 좋게 돌아가는 노동자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일터에서 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한 노동자가 찾아온 적이 있어요.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검토하고 나서 불법이라는 것을 그분에게 설명해주었죠.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어요.”


글·사진 이재승 대학생 기자(웨인주립대 신문방송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