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법인화 논란

지난 5월 서울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500여 명의 대학생이 서울대 본부를 기습 점거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대 법인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교수, 학생, 교직원 할 것 없이 연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국립대 법인화 문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기에 이렇게 논란이 되는 걸까?

법인화가 뭔지 궁금하지만 무식이 들통 날까 두려워 묻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여길 주목하기 바란다. 시사 얘기만 나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던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속한 대학 사회의 문제이니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국립대 법인화 논란’의 이모저모를 낱낱이 짚어보자.
[이슈 체크] 대학 경쟁력 강화 vs 등록금 인상 반대
국립대 법인화는?

지금까지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았던 국립대학을 사립대학처럼 독립된 법인 형태로 만드는 것. 쉽게 말해 국립대를 민영화하는 것이다.

[찬성] “경영 효율 높아져 대학 경쟁력 강화”

국립대 법인화를 찬성하는 쪽은 국립대의 재정 운용이 자유로워지면 대학 경영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립대의 재정이 정부 권한 하에 있었을 땐 예산 편성뿐 아니라 교수 임용, 건물 신축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정부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립대 법인화가 이뤄지면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교육과 연구 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다양한 수익 사업에 참여하면서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들처럼 교육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대] “등록금 폭등·비인기 학과 폐지 등 부작용”

국립대 법인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법인화가 되면 정부의 지원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대학 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재정을 충원하기 위해 국립대의 등록금을 인상하면 다른 사립대까지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등록금 폭등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이 수익 사업을 벌이면서 대학의 기업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취업률이 낮은 비인기 학과가 폐지되는 등 교육의 공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무원 신분이던 국립대 교직원들이 법인 직원으로 바뀌면서 고용 조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잠깐 인터뷰

“지방 국립대 경쟁력 떨어뜨리는 법인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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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인화 논란을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시선은 어떨까. 전남대 캠퍼스와 지역사회 내에서 국립대 법인화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남대 학생회 집행부원을 만났다.

Q 국립대 법인화 반대 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A 등록금 인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인화가 돼도 등록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보면 법인화 이후 등록금이 많이 올랐다. 학생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등록금 문제일 것이다. 또 국립대 법인화 이후엔 취업에 불리한 기초과학 분야의 학문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Q 국립대 법인화를 막기 위해 어떤 운동을 하고 있나?

A 얼마 전 전남대 학생들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법인화 반대 서명 운동을 벌였다. 3000여 명에게 반대 서명을 받아 교육과학기술부에 전달했다. 그 밖에 국립대 법인화 반대 퍼레이드 행사, 법인화 관련 촛불시위 등도 진행했다.

Q 서울대 법인화 법안 통과가 다른 국립대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A 우리나라는 유독 서울대의 영향력이 세다. 법인화가 진행돼 서울대 등록금이 인상된다고 해도 서울대가 가진 위상은 변함없을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대학 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며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글·사진 이명훈 대학생 기자(전남대 경제 3) blackga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