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인턴십 백서

장차 ‘나랏일’을 하고 싶은 취업준비생이라면 조금 일찍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공공기관 청년인턴십, 국회 인턴십, 대통령실 행정인턴십 등 정부부처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어떤이는 이 제도를 통해 입사에 성공하기도 하고, 또 다른이는 평생 자산이 될 경험과 인맥을 쌓는다. 대학생들이 기억해둘 만한 행정인턴십 프로그램을 한데 모았다. 분야가 다양한 만큼 특징도 제각각이다. 모집 대상과 지원 절차, 운영 목적, 추후 채용에 미치는 영향까지 공공기관 행정인턴십의 ABC를 소개한다.
18대 국회가 국회의원의 임기개시 한 달이 됐는데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둘러 싼 여야간의 공방으로 개원조차 못하고 있다. 장마가 잠시 그친 29일 국회 건물 위에 구름이 드리워져 있다./강은구기자  egkang@  2008.06.29
18대 국회가 국회의원의 임기개시 한 달이 됐는데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둘러 싼 여야간의 공방으로 개원조차 못하고 있다. 장마가 잠시 그친 29일 국회 건물 위에 구름이 드리워져 있다./강은구기자 egkang@ 2008.06.29
국회인턴십

보좌진 보조… 실무능력 ‘쑥쑥’

국회 인턴십은 각 의원실에 소속돼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도우며 대한민국 의회 정치를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다. 국회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실무를 경험할 수 있기에 높은 업무 강도에도 인턴십 경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국회 인턴십의 주요 업무는 크게 정책지원 업무와 행정 업무로 나뉜다. 법안 발의 질의서 및 보도자료 작성과 같은 서류 업무에 투입되기도 하고, 국회의원 홈페이지 및 블로그·트위터 등 SNS 관리를 맡기도 한다. 근무시기에 따라 국정감사나 선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공석이 생길 때마다 각 의원실에서 국회 홈페이지의 의원실 채용 게시판을 통해 공고를 올린다. 총 299개의 의원실에서 개별적으로 2명씩 인턴사원을 선발하는데 활동 기간은 의원실별로 다르다.

인턴십을 통해 국회에 채용된 민주당 최규식 의원실의 안정곤 선임보좌관은 “예전에는 법정계열 전공자를 우대했지만 사회가 다양해지고 입법 영역도 넓어지다 보니 요즘은 전공 제한이 사라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글 쓰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논리정연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때로 영어 또는 일본어, 중국어 등 어학 우수자를 선발하거나 컴퓨터 관련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하기도 한다.

지원하기 전 해당 국회의원이 자신의 전공 또는 관심사와 연관된 상임위에 속해 있는지, 또는 지지하는 정당에 속해 있는지 살피는 것이 활동에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6개월간 국회 인턴으로 활동한 뒤 지난해 홍보대행사에 취업한 장효주 씨는 “시사에 관심이 많고 기본적인 글 솜씨가 있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또 인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학생만이 낼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 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전 루트1 국회 인턴십

Q 국회 인턴십은?
A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도우며 대한민국 의회 정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 활동 기간은 의원실별로 다르다. 주 5일 40시간 근무가 원칙이며 월급은 세전 120만 원 정도다.

Q 누가 할 수 있나?
A 지원 기준은 의원실별로 다르다. 4년제 대학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 휴학생을 선호하는 곳이 많다. 어학 점수 또는 특정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하기도 한다.

Q 어떻게 지원하나?
A 국회 홈페이지(www.assembly.go.kr)의 의원광장→의원실 통신 게시판에 상시로 올라오는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서류 전형과 면접을 통해 선발된다.

Q 어떤 일을 하나?
A 자료 정리·복사와 같은 단순 업무부터 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 등 SNS 관리 업무, 대정부 질의 원고·강연 원고·축사 및 칼럼 원고·보도자료 작성 업무까지 다양한 일을 한다.
장마전선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24일 오전 청와대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2008.06.24
장마전선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24일 오전 청와대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2008.06.24
대통령실 인턴십

비서관실 고유업무 경험할 기회

대통령실 행정인턴십은 역량 있는 인재들에게 국정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로 지난 2008년 시작됐다. 정무비서관실, 외교비서관실, 사회통합비서관실, 홍보비서관실 등 청와대에 소속된 40여 개 비서관실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인턴을 채용하는데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인턴십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8년 10명의 행정인턴을 선발한 1차 모집에는 총 1022명이 지원해 10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7번의 행정인턴십 선발에서 매번 7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지원자가 몰린다.

이러한 인기에는 일반인이 쉽게 출입할 수 없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실질적인 국정 운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업무 환경에 대한 선호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턴십 참가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2011년 1월부터 대통령실 행정인턴으로 활동해온 김현진 씨는 “기본 계약기간은 6개월이지만 희망자에 한해 한 차례 연장 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데 나를 포함해 우리 실의 인턴 6명이 모두 연장 근무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인턴 업무 외에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조직적응과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행정 실무교육을 실시하고 자체 e-교육원 수업, 어학교육비 지원 등을 통해 역량 개발에도 힘쓴다. 그 밖에도 4대강 사업 현장 시찰, 각종 국내 포럼 참가 지원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대통령실 행정인턴십은 정규직 전환을 전제하지 않는다. 일부 정직원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인턴십 참가자들은 활동이 끝나면 다시 취업 활동을 시작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러나 국정 운영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경험은 추후 삶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말. 김현진 씨는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일하다 보니 진로에 대해서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도전 루트1 대통령실 행정인턴십

이명박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청와대 비서실과 수석실등에서 작년 7월부터 근무중인 젊은 행정인턴 5기 ,6기 50여명과 함께 오찬을 함께하며 환담을 나누었다.이대통령은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즐겁게 일하고 청와대근무를 떠난 다음에도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즐겁게 일해달라고 당부했다.=청와대제공
이명박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청와대 비서실과 수석실등에서 작년 7월부터 근무중인 젊은 행정인턴 5기 ,6기 50여명과 함께 오찬을 함께하며 환담을 나누었다.이대통령은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즐겁게 일하고 청와대근무를 떠난 다음에도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즐겁게 일해달라고 당부했다.=청와대제공
Q 대통령실 행정인턴십은?
A 청와대에 소속된 각 비서관실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국정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 주 5일 8시간씩 6개월 근무를 기본으로 한다. 월급은 105만 원(시간 외 근무수당 별도 지급).

Q 누가 할 수 있나?
A 대학 또는 대학원 재학 중이거나 졸업 후 5년 이내인 자는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채용 분야별로 우대하는 전공과 경력이 다르다.

Q 어떻게 지원하나?
A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청와대 홈페이지(www.president.go.kr)의 청와대 알림판에 올라오는 공고를 보고 희망 직무에 지원하면 된다. 1차 서류 전형과 2, 3차 면접 전형을 거쳐 선발한다. 선발 인원은 상·하반기 합해 50여 명이다.

Q 어떤 일을 하나?
A 각 비서관실로 배치돼 대통령 비서관들의 업무 수행을 돕는다. 자료 분석, 여론 조사, 행사 기획 등 소속된 곳에 따라 다양한 업무를 맡아 하게 된다. 단순한 사무보조가 아니라 고유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다.
서울시 행정인턴 현장근무 투입이 15일부터 실시, 서울시청 정보화기획단에 배치 받은 인턴들이 밝은 표정으로 일하고 있다./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090115....
서울시 행정인턴 현장근무 투입이 15일부터 실시, 서울시청 정보화기획단에 배치 받은 인턴들이 밝은 표정으로 일하고 있다./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090115....
공공기관 인턴십

신입사원 20% 인턴십 경험자 채용

공공기관 청년인턴십은 지난해까지 시행해오던 행정인턴십을 보완해 새로 도입한 정부의 일자리 정책 중 하나다. 정규직 전환 비율이 낮아 인턴십을 경험하고도 실질적 채용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해당 기관 신입사원 채용 인원의 20% 이상을 인턴십 경험자로 선발하도록 우대 조항을 넣은 것이 주요 골자다.

올해는 한국조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286개 공공기관에서 행정 업무를 도울 청년인턴 1만여 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제도의 취지가 청년들의 취업 역량을 높이기 위한 것인 만큼 만 29세 이하의 졸업생에게만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이는 지원할 수 없다. 모집 시기, 채용 규모, 운용 방식이 기관별로 다르기 때문에 관심 있는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제도를 통해 지난 4월 말까지 3000여 명의 청년인턴이 채용됐다. 올해 상반기 113명의 청년인턴을 뽑은 신용보증기금은 인턴사원 전원을 99개 영업점에 배치해 기한연장, 갱신보증 등의 실무를 경험하도록 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역시 인턴사원을 투자유치 분야, 해외진출 분야와 같은 핵심 부서에 배치해 실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인재경영과의 이상섭 사무관은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우수 인턴을 채용하기 위한 신입 채용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정규 신입사원뿐 아니라 청년인턴 선발 절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간단한 면접만으로 채용하던 기존 방식과 다르게 자격증, 영어 성적 등 정규직 채용에 준하는 수준의 평가 요소가 더해지고 있는 것. 신용보증기금 인사팀의 정희주 차장은 “청년인턴 제도와 신입 채용이 연계돼야 하기 때문에 기본 업무를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다”고 말했다.

제도가 운영되는 첫 해이기 때문에 각 기관 인턴들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아직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업무 성격이나 교육 프로그램, 급여 체계와 같은 운용 방식이 기관별로 달라서 인턴십 경험자들의 만족도 역시 차이가 난다.

따라서 지원하기에 앞서 본인의 적성이 해당 기관의 업무와 맞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직무능력향상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재직자 능력개발카드 제도, 근무시간을 주 4일 또는 오후 4시 퇴근으로 필요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탄력 근무제 등 행정인턴이 활용할 수 있는 각종 혜택도 알뜰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전 루트3 공공기관 청년인턴십

Q 공공기관 청년인턴십은?
A 286개 정부기관에서 행정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 2008년부터 운영된 행정인턴십의 채용 연계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 기회를 확대했다. 활동 기간은 5개월 이상. 주 30시간 근무, 월급은 70만~120만 원 선이나 기관별로 차이가 있다.

Q 누가 할 수 있나?
A 만 29세 이하 대졸 미취업자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단, 취업을 앞둔 사람이거나 대학 재학생 및 휴학생은 지원할 수 없다.

Q 어떻게 지원하나?
A 각 기관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서를 접수할 수 있다. 기관별로 채용 절차에는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서류 및 면접 전형을 거쳐 선발된다.

Q 어떤 일을 하나?
A 기관에 따라 운용 방식이 다양하다. 복사와 전화 응대 같은 단순 작업만 하는 경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실무에 투입돼 정규직 못지않은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