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동아리연합 ‘PEUM’ - 싸이월드 창업자 이동형 (현 나우프로필 대표)

유전공학을 전공한 한 청년이 1년간의 백수 생활 끝에 대기업에 입사했다. 8년간 일하다 느닷없이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곳에서 만난 지인들과 함께 인터넷 커뮤니티 회사를 차렸다. 그렇게 시작한 회사는 현재 회원 수 2500만의 거대 커뮤니티 서비스가 됐다. 바로 싸이월드다.

싸이월드 창업자로 잘 알려진 이동형(46) 나우프로필 대표. 싸이월드를 성공 가도에 올려놓은 그는 2008년 퇴사, 같은 해 또 다른 SNS 업체인 ‘나우프로필’을 창업했다. 2009년,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런파이프’를 선보였고, 최근에는 같은 서비스로 모바일 영역까지 진출했다.

벤처 성공 신화를 만들어낸 이 대표와 패기와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친 대학생 창업동아리연합 PEUM 회원들이 만났다. 창업 선배인 이 대표의 고견에 학생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만남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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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UM 싸이월드를 제 궤도에 올려놓기까지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이동형 창업한 것은 1998년이고 미니홈피가 나온 것은 2001년이에요. 미니홈피 전의 싸이월드는 인지도가 없는 사이트였죠. 그 전에는 프리챌, 다모임, 세이클럽 등이 인기 있었고 싸이월드는 훨씬 아래였어요. 미니홈피가 나오니 조금씩 시장의 반응이 있더라고요.

사실 시작하자마자 대박 치는 회사는 정말 드물어요. 성공하는 회사들 중에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시장의 이해도가 높아져서 성공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PEUM 일종의 운이 작용한 건가요?

이동형 운이 아니라 학습이죠. 시장에 뛰어든다는 뜻은 ‘이제 공부를 시작한다’는 거예요. 성공한 회사들 대부분이 시장에 진입했을 때 제공하던 서비스와 성공했을 때 제공하는 서비스가 같지 않죠. 예를 들면 다음(Daum)은 원래 홈페이지 제작, 그룹웨어 솔루션 등을 제공하던 회사였어요. 후에 핫메일을 벤치마킹해 한메일을 만들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됐죠.

PEUM 성공까지 인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이동형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인고의 시간이지만 동기가 확실하다면 자신에게는 즐거운 시간이죠. 창업 동기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돈 때문에 창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중간에 포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 투자 대비 수익이 좋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 버리지요. 하지만 자신이 창업한 이유가 돈이 아닌 다른 이유라면 계속 사업을 진행하겠죠. 목표를 계속 유지한다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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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UM
처음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이동형 인터넷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관계를 좋게 만들고 싶었어요. 인터넷을 통해서 사람 사이를 잇고 싶었고 그런 서비스를 구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싸이월드는 사실 ‘사이’월드입니다. 처음 싸이월드를 만들었을 때 꿈은 부시와 김정일을 일촌 만드는 것이었어요.(일동 웃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세상이 평화롭고 나아지리라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싸이‘코리아’가 아니라 싸이‘월드’죠.

PEUM 창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도 항상 비슷한 서비스가 먼저 나와 있어요.

이동형 저는 창업을 ‘씨앗의 싹을 틔우는 것’에 자주 비유하곤 합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씨앗을 하나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품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비슷한 씨앗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시장에 나가보면 모두가 자신과 같은 씨앗을 뿌리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뿌리고 난 다음’입니다. 돌도 치우고 잡초도 뽑아줘야 비로소 싹이 트죠.

싸이월드가 한국에서는 성공했지만 일본에서 철수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한국은 싸이월드가 자랄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었죠. 하지만 일본에서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어요. 일부 한류 팬이나 재일교포만 그 씨앗을 키워줬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 대한 이해와 노력입니다. 시장을 배워가고, 시장을 개간하고, 시장의 양분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시장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그에 따른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절대 씨앗이 자라지 않아요.

PEUM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요?

이동형 졸업 후 곧장 창업하는 길과 우선 취업해서 경험을 쌓고 창업하는 길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막연하게 선택하기보다는 어떤 분야로 창업하느냐, 어떤 시장에 진출할 것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이미 성숙한 분야의 경우, 취업을 하는 것이 유리하겠죠.

예를 들어 자동차와 관련한 회사를 차리고 싶다면 현대자동차처럼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장에 자리 잡았다는 것은 그 회사가 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거든요. 일단 들어가면 그 시장을 몸소 체험하면서 이해할 수 있죠.

제가 인터넷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시장을 이해하고 있는 회사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회사를 차린 거죠. 새로운 시장이 열릴 때는 시장에 대한 이해를 누구나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먼저 뛰어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선점 효과가 아니에요. 먼저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을 뿐이죠.

PEUM 참가자

PEUM 회장 김대현(서울과학기술대 기계공학과)
대외협력팀장 강경대(광운대 경영학과)
운영팀장 이경민(동국대 경영학과)

한양대 창업 동아리 HVC

유병국(한양대 산업공학과)
권준형(한양대 기계공학과)
김지은(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신용창(한양대 기계공학과)
이동진(한양대 기계공학과)
강은창(한양대 정보기술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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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

“퍼즐을 맞추는 비즈니스를 해야”

이동형 대표는 어렸을 때 ‘세상은 탑을 쌓는 것’이라고 배웠다고 한다. 어른들은 항상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이 성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 느끼는 세상은 ‘퍼즐을 맞추는 것’이다. 탑을 쌓는 것은 누군가를 이겨야 다음 단계에 가는 것인 데 반해 퍼즐은 자신이 그리는 꿈을 채워 나가는 것이다. 이 대표는 비즈니스 역시 퍼즐 게임이라고 말한다.

“탑을 쌓는 비즈니스는 경쟁 업체가 생길 때마다 그 업체를 눌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자기 그림을 항상 바꿔야 한다. 하지만 퍼즐 맞추는 비즈니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비즈니스를 구현하기 위해 세상에서 한 조각씩 가져와 맞춘다.

어떤 퍼즐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또 남이 버린 퍼즐을 가져올 수도 있고 내가 가지고 있는 퍼즐을 버려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최적의 비즈니스 형태가 나오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의 그림을 만들었을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 / @herejun(Twitter)│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