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구의 추잡(追job)한 책 이야기

경영용어 중에 현장경영(Management by Wandering Around; MBWA)이라는 것이 있다. 네이버 용어사전을 보면 ‘의사결정권을 가진 리더(경영층)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업무수행의 진척도, 중요한 과제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을 3현주의(현장에서, 현물을 보고, 현상을 파악하여)에 의하여 빠르게 처리하는 현장경영의 기술이자 경영혁신 활동에 있어 계층 간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소개돼 있는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다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Book] 내가 만일 리더라면?
대부분의 경우 리더가 직접 현장을 방문했을 때 보게 되는 것은 일상 그대로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리더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일 때가 많다. 가령 이런 식이다. 필자가 근무했던 군부대에선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오래전에 사성급 장군이 방문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장성급 정도가 방문을 하면 이동경로를 물청소로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때는 대상이 대상이었던지라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사전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헬기장에서 사단 사령부까지의 도로를 물청소한 후 구두약으로 바르는 것이었다. 필자가 근무하던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한번은 멀쩡한 식탁보가 모두 교체됐고 조리병들이 장교식당에서 내려왔으며 나오는 식사의 질 역시 완전히 업그레이드됐다.

리더가 정말 원하던 것을 제대로 보고 갔을지 의문이다. 현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처럼 말단현장을 제대로 알기가 힘든데 관심조차 없는 리더라면 그 간격은 더욱 클 것이다.

리더가 현장을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것이 현장이 리더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예전 칼럼에도 썼듯이 특히 우리나라의 제도교육은 사업가나 투자가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말 잘 듣고 열심히 일하는 샐러리맨 양성교육에 집중하고 있는 탓에 다른 규칙과 관점을 가지고 자신의 상황을 조명하기란 쉽지 않다.

쉬운 예로 컴퓨터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살펴보자. 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는 드랍십(Dropship)을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소수 병력을 드랍십에 태우고 상대 본진에 난입해 교란시킴으로써 상대 병력의 진출 타이밍을 뺏는다든지 주요 건물을 파괴해 게임의 분위기를 자신 쪽으로 끌어온다.

하지만 그 소수의 희생에 포함돼 결국 목숨을 잃어야 하는 전투병의 입장에서는 그 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고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리더 입장에서는 큰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에 소수 병력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리더의 관점에서 업무 이해하기

조직 안에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소모적인지 핵심적인지 이해하려면 보다 높은 관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 나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런저런 지시와 조치, 규칙들을 평가할 때 오직 나에게 이롭냐 또는 해롭냐라는 기준만 가지고 있는 사람과 보다 높고 넓은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당장은 몰라도 앞으로의 행보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런 훈련은 조직 내에서 보다 높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예행연습으로 유용하고, 앞으로 조직 내에서 어떻게 경력관리를 해야 할지에 대한 감을 잡는 데도 좋다. 더 나아가 조직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면 당장 리더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사전에 훈련이 돼 있지 않다면 시행착오를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다.

리더의 관점을 간접경험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캐피탈리즘2나 호텔 자이언트처럼 잘 만들어진 경영시뮬레이션 PC게임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고, 리더라는 위치의 고충이나 경영철학을 털어놓고 있는 책을 읽는 것도 방법이다.

몇 권 소개하면 ‘사장으로 산다는 것: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서광원 지음, 흐름출판)’ ‘선착순 채용으로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다(마츠우라 모토오 지음, 지식공간)’ 등이 있다.

[Book] 내가 만일 리더라면?
권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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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북카페(www.bookcoach.kr)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