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로맨틱 코미디 ‘레터스 투 줄리엣’

레터스 투 줄리엣’은 그 옛날 80년대 제임스 아이보리의 ‘전망 좋은 방’에 이어 이탈리아의 황금빛 풍광을 가장 아름답게 조망하는 영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었던 베로나에서 벌어지는 이 매력적인 러브 스토리는 고전적인 로맨스의 세팅 구도를 완벽하게 따라간다. 이탈리아의 베로나 같은 환상적인 도시에서라면, 일탈은 곧 낭만적인 모험담으로 뛰어들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뉴요커’지의 기자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레스토랑 오너인 약혼자 빅터(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와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레스토랑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느라 정신없는 빅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낀 소피는 홀로 ‘줄리엣의 발코니’를 찾는다. 사랑에 빠진 소녀들이 줄리엣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지를 벽에 다닥다닥 붙여둔 유명한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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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소피는 50여 년 전에 쓰인 편지를 발견한다. 영국 소녀 클레어가 이탈리아 남자 로렌조 바르톨리니에게 첫사랑을 느끼고 고민하는 내용의 애틋한 편지에, 소피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린다.

소피는 그녀에게 답장을 보내고, 노년기에 접어든 클레어(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까칠한 손자 찰리(크리스토퍼 이건)와 함께 이곳에 도착한다. 다시 한 번 로렌조를 찾기 위하여.

74명의 동명이인 로렌조를 찾아 나설 때 필수불가결한 건 핸드폰이 아니다. 이들은 그 옛날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랬을 법한 방식으로 구애한다. 편지를 쓰고, 막연한 직감과 운명의 예감에 따라 발을 움직이는 것.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너무 늦은 순간이란 없단다.” 현실성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음담패설과 신경질적인 말싸움이 주된 이야깃거리로 등장하는 최근 로맨틱 코미디의 경향이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우아하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러브 스토리가 마음에 들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레터스 투 줄리엣’이 낡디 낡은 클리셰 투성이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존재는 클레어를 연기하는 73세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다. 그는 실제로 로렌조를 연기한 배우 프랑코 네로와 1960년대에 영화 ‘랜슬롯’을 촬영하던 도중 사랑에 빠졌고 지금까지 50여 년을 해로하고 있다. 두 배우가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 50년 전의 첫사랑을 잊지 못해 재회하는 커플을 연기할 때의 감흥이 남다른 건 당연한 결과다.


혈투

감독 박훈정 출연 박희순, 진구, 고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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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11년, 명나라의 강압으로 파병된 조선군이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대패한다. 만주 벌판 한가운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세 명의 군인은 조선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폭설과 강추위 앞에서 무너진다.

버려진 객잔 안에 모인 세 사람, 각자의 과거에 얽힌 의심과 분노 때문에 서로 상대방을 믿지 못한다.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쓴 박훈정 작가의 연출 데뷔작이자, 사극 누아르라는 새로운 형태를 실험하는 패기만만한 작품.


심야의 FM

감독 김상만 출연 수애, 유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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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실을 진행하는 인기 DJ 고선영(수애)은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120분 동안 진행될 생방송이 막 시작될 무렵, 정체불명의 청취자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한동수(유지태)라는 이 남자는 고선영의 광적인 팬으로서,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선영을 협박한다.

자신의 뜻대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틀라는 그의 끔찍한 요구 앞에, 선영은 생방송을 무사히 진행하는 동시에 가족을 구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검우강호

감독 오우삼 출연 정우성, 양자경, 서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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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시대, 억울하게 암살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던 지앙(정우성)은 얼굴을 바꾼 채 매일 검술을 연마하며 우편배달부로 살아간다.

그는 비단장수 정징(양자경)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약속하지만, 정징이 어떤 검객의 공격을 받으며 정체가 밝혀진다. ‘페이스 오프’와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가 결합된 활극으로서, 의외의 유머 코드와 활기찬 액션이 눈을 즐겁게 한다.

김용언 씨네21기자 eu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