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꿈과 경제

“이 세상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평범이다. 우리가 자기 계발을 하지 않아 평범해진다면, 그것은 죄악이다.”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의 말이다. 이 말처럼 그녀는 누구의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자신만의 율동으로 세상을 매혹했다.

비범! 성공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달하고 싶은 상태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비범이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면 독점이라는 사실이다. 누구와도,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상태가 비범이다.

독점은 누구로도, 어떤 것으로도 대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니 두 단어가 같은 뜻의 다른 표현이라는 필자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평범은 대부분의 사람과 비슷하다는 것이니 대체하기도 쉬운 상태다. 경제학 용어로는 경쟁이 치열한 상태, 또는 레드오션을 말한다.
[경제학 특강] 비범과 독점의 경제학
비범해지려면 끈기와 고통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독점적 지위를 가질 정도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만드는 일도 엄청난 노력과 끈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것을 성취하고 나면 많은 달콤한 것이 기다린다. 높은 수익이 따라오는 데다 남들이 못하는 것을 이루었음에 대한 자부심과 행복감을 누릴 수도 있다.

중소기업들이 어렵다고 하지만 모든 중소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독보적인 기술이나 디자인 같은 것을 가진 기업들은 높은 수익과 자유를 누리고 있다. 오히려 대기업들에 큰 소리를 치며 산다. 기업의 크고 작음과 관계없이 비범한 상태에 도달한 기업은 독점적 지위를 누 린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독점적인 지위는 오래가지 못한다. 조만간 누군가가 그것을 흉내 내기 때문이다. 대체품이 생기고 경쟁이 생겨나는 것이다.

MS의 운영체제인 윈도(window)를 생각해보라. 얼마나 탁월한 제품이면 세계의 거의 모든 PC에 윈도가 깔려 있었겠는가. 시장점유율만 놓고 보면 거의 완전한 독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가 PC의 막강한 경쟁자로 등장했고, 덩달아서 윈도도 애플과 구글의 운영체제와 경쟁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

비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점적 지위도 그렇다. 끊임없이 품질을 개선하고 원가를 낮춰야 한다. 또 신제품 개발을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면 머지않아 평범한 기업으로 낮아졌다가 결국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른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어서 사람들은 쉽게 다른 유혹을 받는다. 스스로 노력하기보다 경쟁자가 등장하지 못하게 막고 싶어하는 것이다. 동네에 들어오려는 같은 업종의 가게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일에서부터 정부와 국회의원에게 법으로 경쟁자의 진입을 막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과거에는 자동차 기업, 항공사들이 법으로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았다. 다행히 외국차 판매가 수월해지고, 또 저가 항공사들이 등장하면서 인위적 독점 상태가 상당히 깨졌다. 하지만 여전히 숱한 분야가 그런 상태에 있다.

방송국을 차리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법률들도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기존의 공중파 방송사들은 탁월하게 방송을 잘해서가 아니라 경쟁자가 못 들어오게 보호받기 때문에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독점은 더 좋은 것의 등장을 막기 때문에 세상에 해롭다. 지금처럼 연명을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문을 닫고 더 비범한 경쟁자에게 길을 비켜주는 것이 세상을 위해서 좋은 일이고 개인적으로도 당당하다. 독점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비범해져서 소비자들에게 큰 이득을 가져다줄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


[경제학 특강] 비범과 독점의 경제학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숭실대 법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 시장경제를 연구했으며, 2004년부터 자유기업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일러스트 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