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구의 추잡(追job)한 책 이야기

[Book] 배울 것이 많은 직장을 선택하라
맥잡(Mcjob)’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맥도날드(McDonald)와 잡(job)의 합성어다. 1991년 출간된 ‘X세대’라는 소설을 통해 미국인 소설가 도널드 코플런드가 처음 사용했으며, 이후 웹스터나 옥스퍼드 사전 등에 정식으로 등록될 만큼 널리 퍼진 단어다.

‘숙련된 기술이 필요 없는 저임금 노동으로 전망도 그리 좋지 않은 일자리’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맥도날드에선 사전적 의미를 바꾸기 위해 꽤나 노력 중이라고 하는데 ‘크루(crew)’라고 불리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받고 있는 처우와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의 형태가 바뀌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 없는 저임금 노동으로 전망도 그리 좋지 않은 일자리’가 맥도날드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예전에 필자가 직장에서 했던 일도 그중 하나였다. 소속된 회사가 직장인이나 일반인을 상대로 리더십 교육을 하는 곳이다 보니 당시 필자가 맡은 일 중 주된 부분이 교육 진행이었다.

수강신청을 받는 것부터 시작하여 교육장 정리와 교재를 챙기고, 교수가 원활한 교육을 할 수 있게끔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일이다. 어리바리하긴 했지만 큰 사고 없이 첫 진행을 잘 마쳤다.

그러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나니 완전히 초보티를 벗을 수 있었고, 6개월 정도 되자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이건 필자가 똑똑해서가 아니다. 그만큼 큰 능력이 필요하지 않은 저숙련 노동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맥잡인가, 아닌가

지금 여러분은 몇 개월이면 뚝딱 배워서 척척 해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수년을 했지만 아직도 배울 게 많아 머리가 아플 것 같은 일을 하고 있는가? 당장 몸과 마음이 편하고 일하기에는 전자가 좋다.

하지만 조금만 장기적으로 눈을 돌리면 가장 불안하고 위태로운 것이 바로 그런 일들이다. 저숙련 노동이라는 말은 누구든지 조금만 배우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구나 뛰어들 수 있다 보니 수요공급의 법칙상 임금이 높아질 수 없고, 게다가 생산성도 낮은 일일 테니 더욱더 높은 임금을 받기 힘들다. 실제로 필자가 근무했던 그 회사 역시 그 분야에서는 많이 알려진 곳이었지만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낮은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이직률이었다. 필자 역시 그랬고.

그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맥잡인지 판단해보자. 직무내역서라는 것이 있다. 회사에서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구체적으로 적는 것인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누군가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말년 병장이 제대 날짜를 헤아리면서 하는 인수인계가 아니라, 동생이나 자식에게 가족의 운명을 맡긴다는 심정으로 진지하게 가르칠 때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겠는가.

그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당신이 하는 일은 맥잡에 가깝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편해지겠지만 마음은 불안해질 것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자의든 타의든 떠나야 할 때 생존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1년이면 다 배울 수 있는 일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일을 40년 했다고 40년짜리 경력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그저 1년짜리 경력을 40년 동안 반복했을 뿐이다. 그런 경력을 가지고 어디 가서 인정해달라고 졸라봐야 별 볼 일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직업을 처음으로 선택하는 상황이라면 시간이 갈수록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오랜 경험에서 오는 지혜도 많이 필요한 일을 선택해야 한다. 이미 취업을 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읽어야 할 책은 많지만 그중에서 먼저 ‘구본형의 필살기(구본형 지음, 다산라이프)’ ‘왜 일하는가(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서돌)’ ‘입사 후 3년(신현만 지음, 위즈덤하우스)’을 권한다.


[Book] 배울 것이 많은 직장을 선택하라
권윤구


좋은 책과 독자 사이를 이어주는 북코치. 인터넷 북카페(www.bookcoach.kr)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