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은의 달콤살벌 연애 코치

우린 매너를 중시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입사 면접에서 사소한 매너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기도 하고, 럭셔리한 레스토랑에선 숙달된 테이블 매너가 필요하며, 이성을 처음 만났을 때는 매너가 있느냐 없느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꼽기도 한다. 매너란 한 사람의 문화적, 지적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또 하나 매너가 필요한 상황이 있다. 연인과 사랑을 나눌 때, 침대 위에서의 매너가 그것이다. ‘침대 위 매너라고? 그냥 좋아서 하는 건데 침대 위에서까지 그런 걸 따져야 한다니 너무 피곤한 것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섹스란 남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은밀하고도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이다. 단순히 차 한잔 마시고 헤어지는 소개팅 자리에서도 매너는 필수라고 이야기하면서, 가장 은밀하고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에서 매너가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지 않는가.

‘웬 매너?’라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어쩌면 지금껏 이성에게 꽤나 매너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혔을지도 모른다.

그럼 침대 위에서 매너 있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섹스하면서 끊임없이 상대방의 몸짓과 눈짓을 읽어내려고 자신이 동원 가능한 모든 채널을 활짝 열어두는 것이다.

섹스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나 여자의 생리를 잘 모르는 어떤 남자들은 ‘여자는 힘센 남자면 무조건 좋아하지’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빠져 무작정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려고 한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일단 순종적인 여자를 좋아할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남자가 별의별 테크닉을 다 써도 마치 마네킹처럼 누워서 그의 손길을 기다린다.
섹스란 남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친밀한 커뮤니케이션

하지만 무작정 힘으로 밀어붙이는 남자를 원하는 여자가 몇 명이나 있겠으며,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여자와 재미없는 섹스를 하고 싶은 남자는 또 얼마나 있을까. 섹스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다.

강압적인 설교가 아닌 달콤한 대화를,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대화가 아닌 두 사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 혹은 그녀가 침대 위에서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길 원하는지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한다. 몸의 어느 곳을 어떻게 해주면 기분이 좋아지는지, 애무나 피스톤 운동의 강도나 속도는 만족스러운지, 어떻게 다르게 해주면 좋을지 가끔은 서로 체크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로의 몸에 아주 익숙해진 연인이라 해도 성적인 취향이나 그 순간에 원하는 터치는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사람마다 말하는 방식이 다르듯 섹스하는 방식도 너무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당신은 침대 위에서 제대로 매너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당신의 가치와 매력을 올려주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 외에 지켜야 할 사소한 매너들도 기억하자. 상대방의 과거 섹스 상대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 것, 원치 않는 임신과 성병 등 섹스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서로 대비하는 것,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았던 것을 상대방이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변태(!) 취급을 하지 않는 것 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혼하는 사람들의 이혼 사유가 사실은 성격 차이가 아니라 ‘성적(性的) 차이’라는 얘기, 쉽게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 당신의 침대 위 매너지수는 몇 점 정도일지 곰곰이 생각해보시길!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이자 연애·성 칼럼니스트 ‘연애하려면 낭만을 버려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