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궁

[대학생 기업 탐구] ‘대전의 홍대 앞’ 만드는 아이디어 발전소
대전광역시 유성구 궁동은 충남대, 카이스트(KAIST) 등 10개 대학이 인접한 재래상권이다. 원래 먹고 마시고 놀 거리가 많은 대학가 상권으로 유명했지만 경기 침체와 주요 버스 노선의 변경에 따라 몇 년 전부터 상권이 급격히 위축되고 말았다.

하지만 요즘 이 상권이 활기 넘치는 거리로 되살아나고 있다. 대학생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 ‘아이엠궁(club.cyworld.com/imkung)’이 궁동 상권 활성화에 나선 후부터다.

대학가 상권을 부활시키기 위해 대학생들이 직접 기업을 만든 것이다. 지난 2009년 9월 설립한 아이엠궁은 충남대 박두병(선박해양공학과 4, 사진 중간 판넬 든 이), 정소영(경영학과 4), 최현우(기계설계공학과 4), 김진영(임산공학과 3) 등 4명의 청년이 주축이다.

쿠폰으로 상권 활성화… ‘효과 대단해’

이들이 들고 나온 비즈니스 모델은 참 독특한 형태다. 한마디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게 핵심이다.

이 사업은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지역사회 자체에서 해결하자는 자긍심에서 출발했다. 궁동 상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상권의 가능성과 한계를 파악한 게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상인들의 관심과 동참을 유도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를 위해 궁동 상권 내 상점들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첫 번째 사업은 상권 내 상점들이 서로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 쿠폰을 발행하는 것이었다. 윈-윈 전략에 관심 있는 점포를 아이엠궁의 가맹점으로 가입하게 한 후 고객이 계산할 때 무료 스크래치 쿠폰을 제공하는 식이다. 고객이 이 쿠폰을 긁어 보면 궁동 내 가맹점 중 다른 점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서울안경’에서 안경을 맞춘 후 받은 쿠폰을 긁어 보면 인근 ‘맥주창고’의 무료 안주 서비스, 또는 ‘파스타리오’의 무료 샐러드가 나온다. 다른 점포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무료 서비스까지 제공하니, 결국 서로 윈-윈 하는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사업은 순조롭게 성장 중이다. 푸짐한 무료 서비스가 들어 있는 쿠폰이 인근 대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나자 여기저기서 가맹점에 가입하겠다는 점포들이 나섰다.

1차 사업 기간(2009년 9월 11일~10월 31일)에 26곳이던 가맹점이 2차 사업 기간(2009년 11월 1일~2010년 1월 31일)에는 4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1차로 2만 장을 발행했던 쿠폰도 2차에는 3만5000장으로 크게 늘려서 발행했다.

이뿐이 아니다. 버스 노선 변경으로 유동 인구가 줄어든 점을 감안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이른바 ‘꿈을 공유하는 드림버스’ 프로젝트다. 충남대 기숙사 학생들이 궁동까지 쉽게 오갈 수 있고 야간에는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셔틀버스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버스를 임대해 운임은 단돈 500원으로 저렴하게 정하고, 대신 버스 외부를 광고판으로 제작해 궁동 상권을 홍보하는 효과를 꾀했다. 적자가 우려됐던 초기와는 달리 지금은 많은 학생과 지역 주민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상인 ‘윈-윈’… 사회적 기업 성공 모델

아이엠궁의 톡톡 튀는 사업 모델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미 중소기업청이 후원한 2009년 청년창업 아이디어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고, 최근 지자체에서 주최한 창업경진대회에서도 최우수상과 상금을 받았다.

수입이 대단한 수준인 것은 아니지만 사업 전망은 아주 밝다. 현재 쿠폰 사업과 버스 운영 사업의 수익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성공적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힘입어 아이엠궁 구성원들은 졸업 후 취직보다 창업 쪽으로 진로를 정하기로 했다. 아이엠궁에서 얻은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더 큰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요즘 아이엠궁은 다양한 이벤트를 개발 중이다. 지난 3월 1일에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대전 지역 청년 130여 명이 대전 시내를 관통해 궁동까지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청년 독립 만세’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 다문화 고객을 위한 ‘외국인의 날’, 남녀 학생의 만남을 돕는 ‘헌팅 이벤트’, 충남의 문화예술인들의 공연과 일반인들의 만남을 돕는 ‘문화예술인의 날’, 기업체와 대학생들의 만남을 위한 ‘기업인의 날’ 등을 기획해 궁동을 지역 문화의 중심 거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이엠궁은 대학생이 재학 중에도 충분히 창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일반적으로 창업은 인적·물적 자산을 총동원해야 가능한 것이지만, 지식 서비스 사회에서 창업은 네트워크와 협업을 통해 자산을 효율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면 재학 중이라도 문제가 없다.
현재는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준이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많은 자금을 지원하면서도 아직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는 전통 재래 상권의 활성화를 훌륭하게 이루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그 성과는 충분히 성공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대학생 기업 탐구] ‘대전의 홍대 앞’ 만드는 아이디어 발전소
네트워크·협업으로 대학생 창업 해결

이들의 성공 요인은 비교적 간단하다. 첫째, 고객 만족을 실현하는 방안으로 공동 쿠폰을 발행하고 이를 통해 상인들 간에 경쟁 이외에 협력의 필요성도 인식시킨 점이다. 상인번영회 대신 소비자인 학생의 관점에서 쿠폰 발행 가맹 서비스를 제안했고, 이는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둘째, 상권이 처한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이를 해결한 점이다. 대중교통 여건이 좋지 않아 접근이 어려운 외부 고객들을 셔틀버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입시킨 게 대표적이다. 게다가 일부 수익을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유치하는 등 고객인 학생과 상인 간의 유대를 형성해 나간 것도 주효했다.

아이엠궁의 구상은 궁동을 ‘대전의 홍대 앞’으로 만드는 것이다. 주말마다 갖가지 이벤트를 개최해 젊고 도전적인 거리를 만들겠다는 시도가 기대를 모은다. 특히 학생회를 비롯해 궁동 상권 주변의 대학들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나서 성장 전망이 밝다.

박광회 (사)한국소호진흥협회장·르호봇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대표┃사진제공 아이엠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