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법만 깨친다면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

자신을 ‘도서관이 만든 사람’이라고 말하는 김병완 작가는 1000일 동안 10000권의 책을 읽고 50권의 책을 냈다. 이른바 ‘미친 듯 책을 읽고 신들린 듯 글을 쓰는 사람’이다. 작가로서 경영, 인생 등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그의 주특기는 ‘독서법’이다. 대학생들의 독서법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김병완 작가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만났다.
[멘토링 인터뷰] 삼성전자 연구원 그만두고 50권의 책을 쓴 김병완 작가
김병완 작가는 성균관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11년간 일한, 전형적인 이공계 코스를 밟아온 사람이다. 그러다 2009년, 갑자기 직장을 ‘도서관’으로 바꾸더니 ‘김병완 코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출근 도장을 찍은 지 6개월이 지나고 그는 ‘김병완표 독서법’을 찾았고, 올바른 독서법을 전파하기 위해 책을 쓰고 강의를 시작했다. 한 달에 네 권, 그중에도 상당수가 베스트셀러에, 그리고 국립중앙도서관 추천 도서 목록에 올랐다. 현재는 미래경영연구소 문을 열고 독서법을 가르치는 ‘독서혁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Q. 직장을 그만두고 도서관에만 다닌 이유가 궁금해요.
대학교 때부터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대학을 마치고 더 공부하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되지 않아서 대학원 진학을 포기해야 했어요. 바로 취업을 하고 일을 시작했죠. 그런데 일하면서도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열심히 일했지만 진정한 즐거움도 느끼지 못했죠. 항상 제 자신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고, 시간을 더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앞뒤 재지 않고 그만뒀어요.

그러고는 친구 하나 없는 부산으로 떠났어요. 신문, TV도 보지 않고 도서관에서만 지내며 책을 읽었어요. 하루 15시간씩이요. 나름의 해결책으로 찾은 것이 책이었던 거죠. 처음에는 단순히 책만 읽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사고력을 키우며 책을 읽는 방법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책 읽는 재미에 빠져 지금까지 매일 도서관에 출근하고 있어요.


Q. 많은 것을 포기하고 독서에만 몰두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직장을 관둘 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결정했어요. 알렸다면 반대를 많이 했겠죠. 관두고 나서는 퇴직금으로 살았었는데, 전혀 수입이 없다 보니 점점 생활이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래도 책 읽는 것을 포기할 순 없었어요. 정말 즐거웠거든요.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아갈 때의 그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어요. 어떨 때는 책을 읽다 소리를 지르고 싶기도 해요. 지금은 책을 출간하고 강의도 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은 해결했죠. 처음엔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책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생각해요.
[멘토링 인터뷰] 삼성전자 연구원 그만두고 50권의 책을 쓴 김병완 작가
Q. 독서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수영장에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물장구만 치고 다른 한 사람은 수영하는 법을 배웠다고 해볼까요? 그럼 강이나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당연히 수영을 배운 사람이겠죠. 제가 처음 독서를 할 때는 물장구만 치던 상황이었어요. 책 한 권을 읽는데 3주나 걸렸죠. 밥만 먹고 책만 봤는데, 읽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게 없는 거예요. 물속에는 있는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거죠. 그 사실을 깨닫고는 답답함에 좌절을 맛보기도 했어요. 수영을 배워야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듯이 독서법을 알아야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어요.


Q. 그렇다면 제대로 된 독서법은 무엇인가요?
책 읽는 방법으로 속독법, 패스트리딩, 실용독서법 등이 나오고 있는데 모두 좋지 않아요. 책으로도 출간한 적이 있지만 ‘초의식 독서법’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초의식 독서법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초서 독서법’에서 고안해낸 방법인데, 중요한 내용을 손으로 쓰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해요. 선조들의 독서법이죠. 초의식 독서법은 읽고 생각하고, 의식을 확장해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방법이에요.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기준을 세우고, 기준에 맞는 부분은 뽑아서 적되, 그렇지 않은 것은 적지 않고 넘어가는 거죠. 이런 방법으로 책을 읽다 보면 의식이 확장되어 사고가 단단해질 거예요. 책 한 권을 한 줄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독서를 했다’고 할 수 있어요.


Q. 많은 책 중에서도 고전을 강조하는데, 고전은 어렵다는 생각에 피하게 돼요.
자기 수준보다 훨씬 높은 책을 읽으려고 하니 재미가 없고 지루하기만 하죠. 자기 수준과 비슷한 책부터 읽기 시작해야 해요. 그럼 어느 순간 그 수준에서 한 단계 점프하는 순간이 올거예요. 고전은 몇 단계 더 성장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혹은 돌파구가 없을 때 필요한 책이에요. 또한, 정답이 없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니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Q.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는 지장이 없어요. 저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1년에 책 한 권을 겨우 봤으니까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 모든 것이 바뀌어요. 의식이 달라지죠. 의식이 바뀐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에요. 일을 잘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의 능력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으나, 의식 차이는 천 배, 만 배, 그 이상으로 벌어질 수 있거든요. 책을 읽으며 자신의 성장과 기쁨을 느끼면 의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Q. 대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대학생들을 보면 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자신은 욕심이 없다고 하면서 남들만큼 하지 않으면 초조해해요. 남들처럼 하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결국 남들처럼 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죠. 인생은 속도전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빨리한다고 해서 좋을 건 없어요. 하루하루를 즐기고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김병완 작가가 추천하는 자신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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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식 독서법

조선 선비들의 독서법을 배울 수 있는 책. 의미 없는 독서를 하는 이들에게 초서(抄書)독서법과 의식(意識)독서법을 합친 ‘초의식 독서법’을 제안한다.




당신의 뇌를 경영하라
국내에 출간된 ‘뇌’에 관한 모든 책을 읽은 뒤,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을 정리해 뇌를 다스리는 방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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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3년 동안 작가 자신이 도서관에서 겪은 ‘자기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실었다.





글 김은진 기자│진행·정리 장유정 대학생 기자(영남대 경영 2)│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