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 : 레전드 비긴즈
DSC_4027.NEF
DSC_4027.NEF
DSC_8407.NEF
DSC_8407.NEF
감독 레니 할린 출연 켈란 루츠, 가이아 와이즈, 스콧 앳킨스, 리암 게리건

기원전 1200년 고대 그리스, 폭군 암피트리온(스콧 앳킨스)의 만행에 분노한 여신 헤라는 왕비 알크메네(로산느 맥키)가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켈란 루츠)를 잉태하도록 계획을 꾸민다. 알키데스라는 이름으로 평범하게 성장하던 헤라클레스는 크레타의 공주 헤베(가이아 와이즈)와 사랑에 빠지지만, 형의 질투와 아버지의 노여움 때문에 왕국에서 추방당한다. 노예 검투사가 되어 험난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자신이 원래 신의 아들임을 깨닫게 된다.

먼저 이 영화의 감독이 레니 할린이라는 것만으로도 애초에 두근거렸을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다이 하드 2’, ‘클리프행어’, ‘롱키스 굿나잇’ 등 90년대 초·중반 할리우드를 흥분시켰던 액션 스릴러들은 죄다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그는 배우들을 무자비하게 위험 속으로 내몰아 신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액션 장면을 뛰어나게 디자인하는 장인으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2000년대는 1990년대 스타일의 리얼 액션보다는 CGI로 뒤범벅된 그럴 듯한 판타지 배경과 비현실적 액션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즐기는 시대다.

어쩌면 레니 할린의 시대가 이미 가버렸는지도 모른다. 그의 신작 ‘헤라클레스’는 ‘전설의 시작’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자신의 운명을 채 깨닫지 못한 젊고 혈기왕성한 청년 헤라클레스가 주인공이었다. 그러므로 액션 역시 잔인한 피범벅 육체를 강조하기보다는, 정말 반인반신(半人半神)처럼 보이는 젊은 배우 켈란 루츠(‘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뱀파이어 에밋 역)의 매끈하고 건강한 육체를 강조하는 쪽으로 방점이 찍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와 잭 스나이더 감독의 ‘300’이 불러온 고대 유혈 낭자한 액션영화의 유행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지만, 문제는 원조의 흥분을 어떻게 뛰어넘느냐이다. 레니 할린의 ‘헤라클레스’는 ‘글래디에이터’와 ‘300’의 장점들을 골라 모아 최대한 활용하려 노력했지만, 액션의 고속 촬영과 근육질 남성들의 야성미만으로는 기시감을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첨언하자면, ‘러시 아워’ 시리즈와 ‘엑스맨 : 최후의 전쟁’으로 유명한 브랫 레트너가 오는 7월 또 다른 헤라클레스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타이틀 롤은 전직 프로레슬러로 유명한 ‘더 락’이 맡았다. 그 헤라클레스는 이 헤라클레스와 어떻게 다르게 묘사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달의 추천 영화

더 체이스 Mea culpa
[영화] 고대 근육질 영화의 ‘전설’이 될 수 있을까
감독 프레드 카바예
출연 질 를르슈, 벵상 랭던, 나딘 라바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한 살인 혐의로 징역을 살았던 전직 형사 시몽(벵상 랭던)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한편 툴롱 전역의 마약상들이 차례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시몽의 전직 파트너 프랑크(질 를르슈)가 수사에 착수하지만 희생자는 갈수록 늘어만 간다. 어느 날 시몽의 아들 테오가 우연히 갱 조직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다. 갱 조직은 어린 테오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방황하는 칼날
[영화] 고대 근육질 영화의 ‘전설’이 될 수 있을까
감독 이정호
출연 정재영, 이성민, 서준영

여중생 수진은 버려진 동네 목욕탕에서 성폭행당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아버지 상현(정재영)은 범인의 정보를 담은 익명의 문자 한 통을 받고, 딸을 죽인 소년을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상현은 또 다른 공범의 존재마저 알게 된 후 무작정 그를 찾아 나선다. 수진 사건의 담당 형사 억관(이성민)은 상현을 막으려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



가시
[영화] 고대 근육질 영화의 ‘전설’이 될 수 있을까
감독 김태균
출연 장혁, 조보아, 선우선

준기(장혁)는 여학교 내 가장 인기 많은 선생님이다. 그는 학생 영은(조보아)의 당돌한 사랑 고백에 한순간 설렘을 느끼지만, 곧 이 감정의 위험성을 깨닫고 마음을 접는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사랑이라 굳게 믿는 영은은 자신을 피하는 준기에게 다가가기 위해 준기의 아내 서연(선우선)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접근하기 시작한다. 준기의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간다.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